[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의 핵으로 떠올랐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경기도 하남갑 지역구에 단수 공천했다.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되고 추미애 전 장관만 되는 공천에 갈등 잡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쟁자들을 모조리 다 거세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지난 2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친명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구갑에 대한 전략공관 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며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재명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의 공천 논란은 한 두 사람이 아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왔던 비명계 5선 설훈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하고만 결정한다.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은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수 공천을 받았던 한 후보자는 이 대표를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인 차은우보다 더 잘 생겼다고 찬양했지만 설훈 의원은 이 대표를 조선 시대 최고 폭군인 ‘연산군’에 비유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파장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40%, 민주당 33%으로 나타났고 서울 지역은 국민의힘 43%, 민주당 26%로 나와 약 20%포인트 국민의힘이 더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 지사를 역임했었던 경기인천 지역은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9%로 오차 범위 내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도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경쟁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컷오프를 당한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면전에서 “남의 가죽 벗기다가 피칠갑 된다”,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 등의 발언으로 무자비한 친명 공천을 규탄했다. 홍영표 의원은 “지금 민주당 공천의 진행을 보면 하위 평가 20%가 약 31명으로 3분의 1 정도가 커밍아웃을 했다. 그런데 31명 중에 28명은 친문이나 비명 의원들”이라며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 친문·비명을 비롯한 반대 세력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식의 공천”이라고 맹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더 큰 위기는 지지층의 균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장으로 호남 지지율마저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27~29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53%로 절반이 넘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고작 9%에 그쳤다.
이 결과가 보면 호남이 안전하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직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지율은 67%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변화가 없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무려 14%포인트가 빠져 나갔다. 직전 조사에서 호남에서 10%에 그쳤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은 최근 조사(27~29일)에서 무려 26%로 늘어났다.
공천 파장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른바 ‘친명 공천’, ‘연산군 공천’, ‘차은우 공천’, ‘정체불명 여론조사 공천’, ‘대장동 공천’ 등으로 얼룩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에 최대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운명이 달려 있는 낙동강 벨트는 더욱 위태롭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50%, 더불어민주당은 22%로 나타났다. 한강벨트라고 다르지 않다.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소속인데 공천 파동으로 현역 의원들이 이탈하고 정당 지지율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컷오프를 당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당 선언을 하며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선거에서 가장 큰 위기는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순히 묵살하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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