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우리 증시, 올해 전망이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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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우리 증시, 올해 전망이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3.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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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2월 중 코스피가 6% 가까이 올라 미국 나스닥 지수와 일본 니케이 지수를 제외한  많은 주요국 지수보다 앞섰지만, 올해 들어 두 달간 실적만 놓고 보면 우리 증시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말 이후 일본 증시가 17%, 다른 선진국 지수도 3~6%대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더 길게 봐도 결과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작년 하반기 이후 3%, 2022년말 이후 18%,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말 이후 20% 오른데 그쳤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2019년말 이후 80%, 니케이 지수는 65% 올랐다. 코로나19 타격이 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로 고통받은 독일 역시 33% 올랐으니, 우리 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부인하긴 어렵다.

올해 증시, 상승쪽에 무게를 두는 이유

하지만, 올해 남은 기간 우리 증시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단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여타 증시에 비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까지 부진했던 이유,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보는 일부 투자자들의 생각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가 기업가치 상향 정책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 요인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일본의 경험과 최근 저PBR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정부 정책의 한계와 우리나라 기업들의 거버넌스에 대한 불신도 남아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즉, 투자자들은 우리 증시의 밸류업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증시에 반영시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업종에서 저PBR을 이유로 주가가 올랐지만, 우리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수준으로 선진국 증시 평균 3.2배뿐 아니라 신흥국 증시 1.6배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익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주가수익비율(PER) 추이를 보더라도 우리 증시가 밸류업 기대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2021년 이후를 보면 상대적으로 높아진 일본과 상대적으로 낮아진 중국을 제외하면 2021년말 대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오히려 올해 6월 정책당국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기업들의 자율적인 주주환율율 제고 노력, 거버넌스 합리화 노력이 이어질 때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2월 26일 기본 방향 제시 이후 시장의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정책 당국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적이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채찍’을 들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도 당연히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겠지만, 불합리한 저평가 해소는 우리 증시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 전반과 기업 실적의 부진, 그리고 우리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기대 약화에 영향을 미쳐 왔던 중국 경제와 증시 부진,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 조작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중국 경제는 작년 중 5%를 넘는 성장률을 나타냈고, 수출과 내수가 증가율 측면에서 바닥권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중반 이후 1년 이상 마이너스 영역에 있던 우리 수출증가율은 작년 10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선 상황인데, 이는 억압되던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임을 시사한다. 수출 상황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산업생산증가율도 같은 추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올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우리 증시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증시는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4일 오전 장중 4만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수출 부진·엔화 약세도 해소될 조짐

하반기 중 엔화가 지금과 같은 약세를, 그리고 일본 증시가 지금과 같은 강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우리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재 일본 증시의 상승은 엔화 약세에만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오랜 기간 지속해 온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고, 저비용 고품질로 대변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단숨에 사라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분명 대폭적인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의 취약점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일본 자산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싸게 만들어 매력도를 높인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졸업을 선언하려 하고 있고, 조만간 금리 인상으로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금리 인하 쪽이라는 점과 대비되는데, 그렇다면 엔화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엔화 가치의 상승 기대가 자금의 이탈을 일부 상쇄하겠지만, 높아진 자산 가치 하에서 매도 압력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홍콩을 이탈해 일본으로 넘어갔던 아시아 투자자금 중 일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기 국면에 놓일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몇 가지 위험이 해소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가 통제되지 않는 금융위기에 빠질 경우, 물가가 계속 올라 글로벌 통화정책이 지금보다 더 강한 긴축 기조로 전환될 경우가 그러한 위험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내년까지도 증시의 저변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은 적어도 올해 중 이러한 위험들에 우리 증시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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