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CJ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과 역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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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CJ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과 역동성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2.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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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CJ그룹의 임원 인사가 해를 넘겨 지연되면서 1월에 발표가 있을 것, 2월에 발표할 것이라는 설왕설래가 오갔다.

임원 인사가 지체된 이유는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 CJ올리브영 이외 주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계열사가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CJ그룹이 내린 결론은 대폭 쇄신 대신 중폭 쇄신이었다. 

지난 16일 발표된 CJ그룹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과 역동성으로 요약된다. 새롭게 CJ제일제당과 대한통운의 CEO에 오른 강신호와 신영수 대표는 20년 가까이 CJ그룹에서 임원을 수행하며 그룹에 대한 애사심과 역량을 입증한 신뢰의 경영진이다. 동시에 1980년대생 임원에 이어 1990년대생 임원까지 배출, 역동성을 강조했다. 

제일제당과 대한통운의 구원투수

CJ제일제당은 그룹의 핵심이자 모태다. 새롭게 CJ제일제당의 CEO에 오른 강신호 대표는 2004년 말 CJ그룹의 신임 임원으로 승진, 20년째 그룹에서 임원 및 경영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 임원들 중 가장 오랜 기간 자리를 유지한 베테랑이다. 20년간 다양한 직무와 조직을 이끌며 성과를 주도해 온 에이스급 경영진이다. 

재무통 출신으로 회장실 사업운영팀장, 인사팀장, CJ제일제당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며 기획, 재무, 인사를 두루 겪었다. 그룹 임원 중 이렇게 주요 직무를 모두 거친 인물은 전무하다. CJ프레시웨이 대표,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대표, CJ대한통운 대표 등 가는 곳마다 성과를 냈다. CJ는 그에게 파격적인 부회장 직함까지 부여했다. 

CJ대한통운의 새로운 CEO에 부임한 신영수 대표 역시 2007년부터 임원에 부임했으니 올해로 18년째 그룹에서 임원 역할을 맡고 있다. CJ제일제당 인사팀장, CJ인재원 부원장, CJ홈쇼핑 인사팀장 등 전형적인 인사 전문가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 CEO에 오른 인재다. 돌파력, 추진력이 뛰어나 업무성과 달성을 늘 해내는 경영자다.

그룹 계열사 중 올리브영과 대한통운의 성과는 탁월했지만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이 모두 부진에 빠지자 일부 언론에서는 CJ의 경영에 관해 위기의 시그널을 보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Great CJ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성과가 뒤따라오지 못했다. 중요한 건 성과 부진보다 혁신이 이전보다 부족했다는 데 있다. 

강신호 대표와 신영수 대표에게 제일제당과 대한통운, CJ그룹의 두 축을 맡긴 이유는 명확하다. 두 CEO는 삼성그룹 공채 출신이고 20년 가까이 임원을 수행하며 그룹의 역사를 함께 해온 인물이다. 애사심, 충성도, 업무성과 등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이다. 성과와 혁신을 위한 구원투수는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맡겨야 한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사진 왼쪽), 신영수 CJ대한통원 대표

‘하고잡이’ 경영철학의 임원 발탁

CJ그룹의 인재와 관련된 경영철학 중 눈에 띄는 키워드는 ‘하고잡이’라는 표현이다. 모 언론은 이를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표현했지만 이는 이재현 CJ회장의 철학을 모르고 표현한 잘못된 키워드다. 하고잡이는 무엇이든 하고 싶어서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내는 사람, 열정적 인재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의욕과 야근은 다르다. 

CJ그룹은 과거 사원에서 부장까지 각 직급 승진 별로 최소 4년 이상의 재직기간을 요구했다. 사원으로 입사해서 부장까지 승진하려면 최소 16년이 소요되고 임원이 되려면 20년이 걸린다. CJ그룹은 이를 고쳐 나이 및 연차에 관계없이 혁신적인 성과만 창출할 수 있다면 누구나 그룹의 핵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보완했다. 

CJ올리브영의 신임 임원에 오른 손모아, 권가은 경영리더(임원)는 모두 1980년대 후반생으로 2011년 입사, 1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1990년생, 34세의 나이에 CGV의 임원이 된 방준식 리더는 그룹 역대 최연소 임원이다. 이번 CJ 인사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하고잡이 인재는 조직의 역동성을 위해 계속 발탁하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CJ그룹의 역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일제당이 설립된 해는 1953년, 7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지금의 ‘CJ’라는 그룹명을 사용한 시기는 2002년으로 이제 22년이 채 되지 않는다. 70년이 넘는 전통을 유지, 계승해야 하는 책임과 20년이 갓 넘은 조직의 역동성을 동시에 발휘해야 하는 과제는 그룹의 숙명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 및 대한통운의 CEO라는 중책은 20년 넘게 임원을 수행하며 그룹의 역사를 함께 해온 신뢰의 경영진, 강신호 부회장과 신영수 대표에게 맡겼다. 그룹의 역사와 철학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경영자는 이제 그룹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시킴과 동시에 하고잡이 인재의 열정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

하고잡이 인재 발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CJ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은 역동성에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CJ는 젊은 인재들에게 역동적인 기업으로 호평 받았지만 이후 넷플릭스, 유튜브 등 플랫폼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에게 역동성의 왕좌를 넘겨주었다. CJ의 역동성 부활은 하고잡이 인재에게 달렸다.

안정과 역동성은 CJ그룹에게는 전통과 혁신을 상징한다. 혁신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전통을 만드는 것. 그룹 경영진과 임원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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