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회장에 오른 '용진이 형',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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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회장에 오른 '용진이 형',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3.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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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정용진 부회장이 마침내 재계 11위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조타수가 되었다. 범삼성가 기업 중 신세계는 삼성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신세계의 기업 이념은 “생활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행복한 시민 생활에 공헌한다”로 정리된다. 신세계의 사업은 B2C, 고객과 밀접하다.

그동안 신세계를 이끌었던 이명희 회장이 은둔형 경영자로 조직의 내실을 다지며 언론 및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은 반면 정용진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파, 공유했고 때로는 격렬한 토론도 피하지 않았다. 고객과 더 밀접히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의 생각이다.

정용진 회장이 꿈꾸는 신세계가 직면한 경쟁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신세계를 꿈꾼다. 고객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고객이 신세계의 모든 플랫폼에서 소비하고 경험하며 신세계의 브랜드에 빠져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3조 400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유통 분야 최대 규모의 M&A였다. 그가 꿈꾸는 신세계는 무엇일까? 바로 구독경제에 있다. 

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매입, W컨셉코리아 플랫폼 인수, SK야구단 인수에 과감히 자금을 투자했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만 1조원에 육박한다. 정용진 회장은 경쟁을 피하지 않는 CEO다. 공개적으로 기존 경쟁사 롯데 및 신규 경쟁사 쿠팡과의 격전을 선언했다. 그는 사업 승부처가 바로 고객 몰입 및 열광에 있다고 여긴다.

문제는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가 지향하는 고객 몰입 및 열광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야구, 패션, 커피, 유통은 젊은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지만 하루아침에 애플처럼 고객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 결과,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정용진 회장이 중용한 임원들은 성과 부진 등으로 모두 교체되었다.

신세계의 핵심 중 핵심인 이마트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되었고 쓱닷컴은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상대가 되기에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쓱닷컴, 지마켓이 기록한 적자 총액은 1800억원. 이명희 회장은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던 기존 임원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쿠팡과의 디지털 경쟁이 아닌 오프라인 유통 명가 1위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

신세계그룹이 직면한 현재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 유통 왕좌의 영역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되었고 쿠팡은 패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CJ올리브영은 옴니채널 전략으로 급격히 몸집을 키워나가며 매년 역대급 성과를 경신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룹의 CEO에 오른 정용진 회장의 어깨가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용진이 형의 혁신과 쇄신은 계속될 것인가

정용진 회장은 1030세대에게 용진이 형으로 불린다. 경영자로서의 엄숙한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소탈하게 일정을 공개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밝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따랐지만 정용진 회장은 자신의 언행을 철회하거나 속이지도 않는다. 학계에서 말하는 경쟁적 능동성 면모는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용진 회장은 기존 시스템과 업무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회장은 늘 혁신과 변화를 그룹 임직원에게 당부한다. 지난해 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신세계가 쇄신에 들어갔을 때 정용진 회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쿠팡에게 밀린 성과 그리고 혁신 이미지를 정용진 회장은 되찾아야 한다.

쿠팡의 공세로 시작된 유통대전에서 쿠팡은 차례차례 경쟁자를 제압하고 패권을 차지하며 1차 대전은 일단락되었다. 이에 대한 롯데와 신세계의 대응이 흥미롭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가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등 1위 패권을 내려놓으며 유통 명가 회복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유통에서 바이오, 배터리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가 사업재편을 토대로 유통에서 바이오, 배터리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신세계가 그룹 회장을 정용진에게 부여한 것은 그 의미가 명확하다. 유통 명가의 자리를 쿠팡이나 네이버, CJ올리브영 등 떠오르는 경쟁사에게 결코 내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용진 회장의 승부욕을 비춰봤을 때 그는 쿠팡을 다시 정조준할 것이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를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 디지털에 능한 기업 그리고 플랫폼과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골고루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그게 바로 정용진 회장이 꿈꾸는 그리고 생각하는 신세계다. 이를 위해서는 용진이 형이라고 불릴 만큼 고객과 가깝게 소통하고 한층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정용진 회장의 부임으로 신세계의 구조조정 및 혁신의 신호탄은 본격 시작을 알렸다. 과거의 유일한 경쟁상대였던 롯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쟁상대는 쿠팡을 비롯해 더 많아졌고 더 복잡해질 것이다. 반격에 성공하기 위해선 신세계란 말처럼 새로운 세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유통 2차 대전은 분명 정용진 회장이 주도할 것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2024년 2월에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학술연구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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