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현대차그룹,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조율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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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현대차그룹,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조율과 통합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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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2023년 국내 기업 CEO 중 최고의 실적과 평판을 쌓은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현대차그룹이 2023년 거둔 성과는 양적, 질적인 면에서 국내 그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14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해 온 절대강자 삼성전자를 결국 넘어섰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CEO가 된 지 3년 만에 이 어려운 성과를 글로벌시장에서 달성했다. 

자동차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은 어디쯤 놓여 있을까?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그룹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업은 오직 도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그룹일 뿐이다. 그렇다면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전기차 시장에선 어떨까? 현대차는 해당 분야에서도 47만대를 판매해 테슬라, 폭스바겐, 스탤란티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분야에서 전 세계 4강의 강력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기업이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시장의 성과 및 공로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한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그리고 2023년, 정의선 회장은 미국 유력자동차 매체인 모터트렌드가 손꼽은 올해의 인물에도 선정되었다. 

이렇게 현대차의 승승장구 소식이 들리던 지난해 12월 뜻밖의 인사 뉴스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연구개발본부장에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 책임자)로 승진한 김용화 현대차 사장이 6개월 만에 돌연 사임을 표한 것이다. 그룹의 첫 CTO가 6개월 만에 그만둔 사정은 미래 자동차의 경쟁력과 연결된다. 

김용화 사장은 그룹 내 차량제어개발 분야의 전문가로 9년 전, 미국의 포드사에서 영입된 S급 인재다. 서울대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였던 그는 현대차에서 파워트레인제어개발실장, 차량제어개발센터장 등을 맡았다. 내연기관의 핵심역량과 경쟁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다만, 김용화 사장이 6개월간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담당까지 겸직하면서 내부에선 이번 경질을 두고 SW 개발진 그리고 미래차에 대한 경영진의 관점이 충돌되어 사임한 게 아니냐는 후문이 나왔다. 지난 2003년 BMW와 인텔은 자동차를 ‘바퀴가 달렸을 뿐 이제 차량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첨단 SW가 구동하는 컴퓨터’로 규정했다. 

이를 흔히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고 부른다. 즉,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새롭게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은 송창현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맡고 있다. 그는 네이버의 CTO 출신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미 2023년 신년사에서 현대차에게 필요한 사항으로 ‘전자 기업의 치밀함’을 주문한 바 있다. 

김용화 사장의 퇴임 후 송창현 사장으로 무게중심이 실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차는 엔진과 변속기 성능에 주력하던 내연기관의 경쟁력을 천천히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둔 모빌리티로 전환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자동차의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경영진과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둔 경영진의 관점과 견해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회장의 과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모델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며, 6년 후인 2030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도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봇 20%로 설정하였다. 정의선 회장은 CEO가 된 후 줄곧 전기차 시장에 주력했고 글로벌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전기차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올인했다.

현대차는 김용화 사장의 퇴임에 관해 협업체계의 복잡성, 그리고 조직 및 리더십 이원화로 인해 발생한 혁신의 일관성 부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드웨어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충돌, 내연기관에 방점을 둔 임원과 전기차에 초점을 둔 임원의 협업이 소홀했다는 의미다. 참고로, 정의선 회장은 미래차 방향을 SW에 두고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벤치마킹 대상은 벤츠와 BMW였고 생산량, 판매량에선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비교 분석 대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지금 현대차가 고민하는 벤치마킹 그리고 비교 대상은 테슬라로 바뀌었다. 테슬라는 벤츠와 BMW, 도요타 등 내연기관 차량의 경쟁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혁신적인 전기차로 산업 방향을 흔들어놨다. 

정의선 회장의 과제는 내연기관에서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 성장통을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하느냐에 있다. 내연기관이 기계공학 그리고 하드웨어로 대변된다면 모빌리티는 전자/컴퓨터공학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대변된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출신 인력과 네이버 등 IT기업 출신이 현대차그룹엔 혼재돼 있다.

HW와 SW의 긴밀한 융합은 말은 쉽지만 조율과 통합, 조정이 쉬운 건 아니다.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완성도를 위한 과정과 초점을 두는 분야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긴장을 관리하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연구개발 융합전략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정의선 회장 그리고 현대차에게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조율과 통합의 과제가 부여된 셈이다. 이 과제를 넘어선다면 현대차그룹은 세계 4강이 아닌 자동차 분야의 왕좌를 다투는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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