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부활한 '개콘', 공개코미디의 또다른 역사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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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부활한 '개콘', 공개코미디의 또다른 역사 쓰려면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3.12.2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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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지난 11월 12일, 1051회로 부활한 개그콘서트가 방송 된지 어느덧 한 달 여를 훌쩍 넘겼다.

첫 방송 시청률 4.7%의 꽤 괜찮은 성적표와 500명을 뽑는 방청객에 몰린 인원만 2600여명이었다는 사실은 3년 5개월 만에 새 출발한 개콘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것 일 게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이 후 성적표는 3%대에서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판 벌린 ‘개콘’

1999년, 개콘의 등장은 대한민국 예능계에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전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던 웃음소리 효과음의 억지스러움은 사라지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는 코미디언들과 이에 환호하는 관객, 이 둘의 컬래버레이션은 개콘을 살아 숨 쉬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 6월, 개콘은 코미디언들과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감염병 국면이었기에 객석에 에너지를 실어 줄 관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시청자에게 선보이기까지 수많은 노력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코너가 탄생할진데, 진단은 야박하게도 참 간단하다. 결국 3.0%의 초라한 성적표는 ‘인공호흡기’ 대신 ‘사망선고’를 택했다. 공개코미디 ‘개콘’의 역사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은 토양이 사라진 기존 미디어 대신 유튜브로 옮겨와 화려하게 비상했다. 갈 곳 없던 그들이 스스로 판을 벌여 신명나게 웃기는 작업을 계속했고 환호하던 시청자들은 조회수와 구독자수로 화답했다.

개콘의 마침표를 쉼표로 돌려놓고, 마침내 기적적으로 ‘부활’에 이르게 한 것은 방송사의 노력이라기보다 코미디언들의 쉼 없는 현재진행형 도전 때문이었다. 여전히 코미디가 살아있음을 그들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그들이 이제 다시 판을 깔아줘도 되겠단 믿음을 방송사에 보여줬다.

그렇다면 웃길 준비가 된 이들과 웃을 준비가 된 시청자가 만났음에도 왜 성적은 오르지 못할까?

개그콘서트 '2023 봉숭아학당'

“엄격한 규제, 좀 바뀝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사의 엄격한 규제가 3년 5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OTT와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날 것’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눈높이는 결코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 ‘2023 봉숭아학당’에서 개그맨 신윤승은 “이상해. 하지 말란 게 너무 많잖아. 방송에서 차 떼고 포 떼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좀 바뀝시다, 방송도!”를 외친다. 아마도 이는 출연진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리라. 

이번 개콘에 합류한 코미디언들은 모두가 공채 출신은 아니다. 오디션을 통과한 새로운 크루와 ‘레이디 액션’(구독자 61만)의 임선양 · 임슬, ‘하이픽션’(구독자 35만명)의 방주호 등 유튜브 스타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유튜브 콘텐츠에서 선보였던 재기발랄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니퉁의 인간극장’은 유튜브 채널 ‘폭시네’의 인기 캐릭터인 ‘니퉁’을 개콘으로 옮겨왔지만 웃음의 진폭은 그리 크지 않다. 차 떼고 포 뗀 소재와 표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애초에 엄격함과 웃음은 등치될 수 없지 않은가. 

진부함 또한 부활한 개콘이 넘어야 할 산이다. 유튜브의 여러 숏폼 콘텐츠를 옮겨놓은 듯한 ‘숏폼 플레이’, 출산율 제고를 위한 ‘대한결혼만세’, 관객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 ‘소통왕 말자할매’ 등 눈에 띄는 코너들도 있지만 ‘데프콘 어때요’나 ‘팩트라마’는 이전 개콘과 상당부분 유사한 코너라 전혀 새롭지 않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강력한 캐릭터의 부재도 문제다. 이상민 크리에이터가 개콘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볼만한 정치풍자 코미디가 탄생할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지만 시사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인재를 활용하지 않는 건 참으로 아쉽다.

현재 개콘은 시대의 변화에도 꿈쩍 않는 규제에 가로막혀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성적(시청률) 향상은 요원한 일이다. 최소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펄떡펄떡 뛰었던 이들이 지상파에서 눈치보기 개그를 시전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디어 특성상 날것을 그대로 용인할 순 없지만, 최소한 시청자의 2023년 눈높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시청자들은 개콘의 물리적 부활을 넘어 ‘진화’를 원한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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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2023-12-24 23:36:50
배우들 스스로도 부끄러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