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언행일치 보여준 BTS의 ‘군대 갈 결심’
상태바
[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언행일치 보여준 BTS의 ‘군대 갈 결심’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2.10.22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아무도 결론 내리지 못한 숙제를 그들 스스로 해결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입영 연기 취소 신청 계획을 알리며 모든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가 멤버 모두를 완전체로 볼 수 있었던 군입대 전 마지막 무대였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결정은 뭔가 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시원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이제 병역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됐으니 말이다. 박수 칠 때 내린 어려운 결심, 역시 BTS는 글로벌 스타답다. 

병역이슈로 피로감만 키운 정치권

BTS의 병역문제는 늘 정치권의 화두였다. 2018년 하태경 의원을 시작으로 병역특례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제기돼 왔다. 2020년 병역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입영연기는 가능해졌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병역의무가 갖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이유로 BTS의 병역특례를 반대하는 입장과 그들이 세계 팝시장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이룬 국위선양이야말로 특례 대상에 충분하다는 의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낡은 논쟁이 됐다. 이는 접점 없는 평행선을 그리며 최근까지 충돌했다. 국내의 BTS 팬들도, 이대남도 모두 유권자들이니 그들의 표심을 생각한다면 어느 방향으로든 결론 내리기는 어려울 수밖에. 예상했던 대로다.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X들 싸그리 다 닥치길” 2020년 5월 발표한 슈가의 ‘어떻게 생각해?’라는 곡의 가사 중 일부다.

계속된 정치권의 진전 없는 논의에 BTS는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들이 요청한 적 없는 사안에 먼저 문제 제기를 하며 이슈만 부각 시켰을 뿐, 1973년에 제정된 병역특례 제도 그 자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현시대에 부합한 변화도 없었다. BTS의 글로벌 인기에 기댄 정치권의 생색내기는 결국 긴 시간 설레발에 지나지 않게 됐고, 결과적으로 정치인들이 준 피로감을 멤버들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 됐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글로벌 스타의 언행일치가 빛나는 이유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응하겠다”

가장 먼저 입대하게 될 ‘진’이 공식석상에서 했던 발언이다. 그는 또한 멤버 모두가 병역에 응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BTS는 군 복무와 관련해 단 한 번도 입장을 번복했던 적이 없다. 지난 6월, 멤버 개별 활동과 관련된 발표는 이미 병역의무 이행을 포석에 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군 입대를 공식화했다. 

최전성기에 내린 결정에 어찌 고민이 없었을까. BTS와 병역문제는 곧잘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곤 한다. 최근 미 경제지 포천은 “BTS는 한국 경제에 매년 36억 달러 이상 기여하고 있다”고 현대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익이란 단순히 경제적 효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병역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숫자로 치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BTS의 병역특례에 대한 긍정의견이 60%를 넘어서긴 했지만 소속사도, 멤버들 어느 누구도 이에 편승하지 않았던 건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가 갖는 의미와 그들의 한결같았던 발언, 말이 갖는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일게다. 

BTS는 몇 년간 찬반양론으로 나눠진 여론을 일거에 해소하며 언행일치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숫자로는 환산 할 수 없는 국익이 아닐까. 국내 언론과 대중이 일제히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절정에서 내린 BTS의 ‘군대 갈 결심’, 그래서 난 그들의 군복무 이후가 더 기대된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