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무자극 스토리로 감성온도 상승시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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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무자극 스토리로 감성온도 상승시켜 ‘드림’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02 11: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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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때때로 바닥을 치고 올라와 ‘성공’한 삶에 전율한다. 그들을 보며 언젠가 최상위 0.1%에 속하는 그날을 꿈꿔본다.

성공신화에 열 올리는 세상, 범인(凡人)의 대부분은 그렇게 평범을 거부하며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관련 유튜브 콘텐츠들의 높은 조회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 ‘평범함’이 꿈인 뒤처진 사람들이 있다. 바닥에서 벗어나 그저 ‘보통’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영화 ‘드림’이다. 

홈리스들의 축구 스토리

영화는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사회생활의 금기사항이라면, 홈리스들의 축구 스토리는 영화 제작의 애로사항이었다. 완성되기까지 무려 10여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는 게 이를 방증하는 것일 터. ‘노숙자’의 삶에 딱히 관심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 우리의 시선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 지독한 산고(産苦)를 견뎌내게 했을까. ‘사람’이다. 한 인터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애환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이병헌 감독은 이번엔 평범해지고 싶은, 보통을 꿈꾸는 사람들의 사연에 천착했다. 

이미지 세탁을 위해 뜻하지 않게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된 전직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 분)와 다큐 제작으로 ‘한방’을 꿈꾸는 청춘 이소민PD(아이유 분), 그리고 오합지졸 루저들의 만남. 우여곡절을 겪으며 원팀이 된 이들의 사력을 다한 열정이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초반 박서준과 아이유의 찰진 티키타카는 꽤 괜찮은 케미를 보여주고 효봉(고창석 분), 인선(이현우 분), 범수(정승길 분) 등 저마다 캐릭터가 명확한 홈리스 멤버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 '드림' 인서트 컷
영화 '드림' 인서트 컷

자극적인 것이 당연한 시대에 만나는 무자극 스토리

밑바닥 인생들이 축구를 만났지만 멋지게 승리를 한 것도, 그렇다고 ‘홈리스’인 초라한 현실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결과는 달랑 한골, 그게 전부다. 판타지라는 양념을 쳐도 될법한데, 실화를 충실히 따르니 꽤나 싱겁다. 하지만 되레 현실과 간극이 크지 않기에 MSG없는 순도 높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자극이 범람하는 시대에 무자극 스토리는 낯설기까지 하다. 반전도, 악역도, 이변도 없는 근래에 보기 드문 이 착한영화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긴장감은 덜하지만 곤두박질쳐진 각각의 사연 있는 삶과 결코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코끝이 찡해온다. ‘보통’을 향해 가려는 루저들의 연대가 화력을 내며 가슴 뭉클해진다.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촌스러운 장치가 작품에서 여전히 유효한 건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는 지친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이 아닐까. 그 누구든 아픈 사연 하나쯤 저마다의 가슴에 봉인하고 사는 게 인생일 테니.

‘말맛’으로 정평 나 있는 이병헌 감독이 왜 전작 ‘극한직업’과 달리 말맛의 강도를 줄였는지 납득이 간다. 말맛과 감동, 둘의 세기가 모두 포르테일수는 없다. 말의 힘을 살짝 줄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여백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 ‘드림’의 말맛은 메조피아노쯤 된다. ‘극한직업’처럼 빵 터지는 큰 웃음은 없지만 장면 곳곳에 소소한 웃음이 배어있다. 

결과 보다는 ‘과정’이라는 이 시대에 동의하기 힘든 ‘드림’을 홈리스 멤버들은 이뤄냈다. 월드컵을 치룬 이후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그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보통’에 가까워지게 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꾸는 ‘드림’일게다.

세련된 것들이, 신박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가끔은 이런 옛날 교과서적인 투박함으로 가슴이 데워지곤 한다. 팍팍한 현실에 감성 온도 몇도 쯤 상승시켜주는 사치는 이따금씩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영화 ‘드림’은 그런 사치가 가능하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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