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있다. 왜냐하면 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의 진단이 아니라 미국 유력 일간지의 관련 보도다. 우리보다 주변 국가들이 인구 감소에 대해 더 큰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최근 발표된 한국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지난 달 29일 통계청은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뉴욕타임스의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한국이 현재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흑사병(Black Death)이 강타했던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큰 폭의 인구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서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흑사병 이전의 세계 인구는 4억 5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14세기를 거치며 3억 5000만 명~3억 7500만 명 정도로 거의 1억 명이 줄었다. 흑사병으로 인해 줄어든 세계 인구는 17세기가 되어서야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었다. 흑사병으로 한 세기 동안 인구는 22.2% 감소했었다.
다양한 인구 감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의 출산율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한 세대가 지나면 인구의 65%가 줄어들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흑사병 대비 3배가량 빠른 인구감소가 나타나는 셈이다.
韓, OECD 38개국 중 출산율 꼴찌
저출산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 줄은 대체적으로 인식하지만 얼마나 치명적인지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 대체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수준에서 상위권에 있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 그룹,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꼴찌다.
OECD 가족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OECD 합계 출산율 순위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가장 낮았다. 1위를 차지한 이스라엘의 합계 출산율은 거의 3명에 육박한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한국과 함께 하위권에 자리한 국가들은 스페인,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다. 합계 출산율 하위권 국가이지만 한 명이 넘는다. 그렇지만 우리 합계 출산율은 1명조차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사라지고 만다.
통계청의 ‘한국 총인구’ 전망을 분석해 보면 2070년에 3700여 만명으로 현재와 비교하면 거의 경기도 인구만큼 사라진다. 그냥 가볍게 넘길 이슈가 결코 아니다. 출산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적정 인구 유지에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감소 인구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대책으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에서 출산하면 출산 격려금이나 자녀들에 대한 파격적인 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까. 그렇지도 않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처럼 저출산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생존의 문제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를 함께 다룰 문제도 아니다. 한 통계 전망처럼 2100년에 인구 1800만명이 된다면 아무리 기술력이 왕성하더라도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국회의원 공천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2023년 12월 지금 당장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수십 년 뒤에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경악스런 정부여당의 저출산 대책
저출산이 심각한 지경이지만 집권 여당이나 정부에서 나오는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검토 차원이기는 하지만 남성이 결혼해서 만 30세 이전에 세 아이를 가지면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방안까지 검토될 지경이다.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아이를 낳을 사람은 정작 아내인데 남편의 병역 면제를 위해 세 아이를 줄줄이 낳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가뜩이나 군 복무 병력 자원이 줄고 있는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출산과 연계하면 당위성과 명분성이 확보되는 제도일까. 그동안 120조원을 쏟아 부었다는 저출산 대책의 민낯이다.
왜 1971년 역대 가장 많은 1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가능했는지 그리고 지난해 기준으로 20만 명 대 수준으로 급격히 출산율이 저하되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달라진 시대에 걸 맞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