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서울이야기]㊸ 성남시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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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서울이야기]㊸ 성남시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공항'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2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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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 서울공항이 뉴스에 나오면 평소와 다른 일이 생긴 걸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이용하기도 하지만 순국선열의 유해를 봉송하거나 위험에 빠진 국민을 귀환시킬 때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이었습니다.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부터 한국 공군 수송기로 봉환한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도착한 장소가 서울공항이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내전에 돌입한 이스라엘에서 한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온 교민들이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이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없는 서울공항

그런데 서울공항은 사실 서울에 있지 않습니다. 성남에 있습니다. 활주로 북쪽 끝자락이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에 걸쳤다고는 하지만 서울공항 부지 대부분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 서울공항을 공군에서는 공군성남기지로 부릅니다. 서울공항, 혹은 공군성남기지로 불리는 이 시설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여의도 비행장’이 나옵니다.

1970년대 이전에 여의도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여의도에 활주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행장의 흔적이지요. 

일제강점기 용산에 주둔하던 일본군은 1916년부터 여의도를 연병장으로 사용했습니다. 그 한켠에 활주로와 격납고 등을 설치해 간이 비행장으로도 사용했고요. 이곳이 점차 시설을 갖추어 가며 1928년부터 본격적 비행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때부터 여의도의 활주로는 ‘경성비행장’으로 불렸습니다.

서울 ADEX 2023에 전시된 공중급유기 겸 수송기 KC-330. 일명 시그너스. 전투기에 대한 공중급유는 물론 군 병력과 물자 수송 임무를 맡는다. 해외에서 위험에 빠진 국민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도 내전 상황에 빠진 이스라엘의 교민들을 태우고 왔다. 사진=강대호

항공이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자 경성비행장은 군대와 민간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 됩니다. 1922년에는 안창남의 시범 비행이 있었고, 이후에는 모형 비행기 대회나 비행기 헌납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경성비행장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만주의 중간 지점에 위치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들을 항공으로 이을 수 있는 중간 기착지가 되었습니다. 1929년부터는 경성비행장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만주로 가는 우편 비행 항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만주 지역으로의 민간 항공 노선도 증가했는데 일본의 만주 지배 등 대륙 침략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습니다.

해방 후 경성비행장은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접수했고, 여의도 비행장으로 불리며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還國)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기념하며 여의도공원에 임시정부 요인들이 타고 온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C-47 수송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때 국제공항이던 여의도 비행장

1948년 5월 5일에는 여의도 비행장에서 대한민국 공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 항공 부대’가 결성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의도가 우리나라 공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중에는 여의도에 공군작전지휘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행장은 여전히 미군이 관할했습니다. 1955년에야 미군 측은 여의도 비행장을 한국 측에 반환했고요. 이후 규모를 키운 한국 공군은 여의도 인근의 대방동에 공군본부를 만들어 이전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의도에는 한동안 공군 시설이 있었습니다. 공군대학이 창설되기도 했고 비행장을 운용하던 기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이 공군 기지는 1971년에 지금의 서울공항 혹은 공군성남기지로 이전했지요. 

본격적인 시가지 건설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 11월경의 여의도 비행장 모습. 우측에 보이는 다리는 여의도와 영등포를 잇는 서울교. 멀리 동부이촌동의 아파트가 보이고 한강대교와 한강철교도 보인다. 사진제공=서울역사아카이브

이러한 여의도 비행장은 한때 국제공항이기도 했습니다. 1948년에 설립된 ‘대한국민항공사’는 1954년에 여의도에서 대만과 홍콩을 연결하는 국제 항공편을 운항했지요. 하지만 여의도의 여러 한계로 인해 1961년 김포로 국제공항 기능을 넘겨주었습니다.

6·25전쟁 당시 미국 공군은 한국의 군사 비행장들에 고유의 코드(K-Site)를 부여했습니다. 이때 여의도 비행장에 붙인 코드가 K-16입니다. 서울공항 혹은 공군성남기지가 여의도 비행장의 코드를 이어받아 K-16을 씁니다.

오늘날 서울공항 동쪽에는 성남시 수정구가, 남쪽에는 분당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에는 서울특별시 송파구가, 서쪽에는 강남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울공항은 이들 지역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들 네 지역의 끝자락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서울공항이 여기로 옮겨왔는지도 모릅니다. 여의도에서 성남으로 옮겨온 1971년만 해도 이 지역은 한적한 시골이었으니까요. (1973년에 시로 승격하는) 성남시는 광주대단지로 불렸던 시기였고, 비행장과 인접한 (당시 성동구였던) 강남구 끝자락과 송파구 끝자락은 아직 개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었거든요. 지금은 이들 네 지역에 아파트와 주택 등 주거 공간이 복잡하게 들어섰지만요.

요즘 서울공항 부근이 시끄러운 까닭

아마도 요즘 들어 서울공항 인근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에 깜짝 놀랄 때가 많을 겁니다.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서울 ADEX 2023(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se Exhibition 2023)', 즉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까요. 

지난주부터 매일 전투기 등 공군 항공기들이 서울공항 상공 위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난 9월에도 성남시 상공으로 공군 항공기들이 자주 날아다녔습니다. 국군의날 행사 준비 때문이었지요. 

항공기 소음은 행사가 열리는 성남시 일대는 물론 서울공항 인근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투기는 멀리서 지나가도 그 소리가 굉장합니다. 그런데 저공비행으로 도심을 통과하니 그 소리와 진동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소음이라기보다는 굉음에 가깝지요.

서울공항에서 비행 준비에 나서는 공군 특수비행 팀 ‘블랙이글스’ 조종사들. 이들이 타는 항공기는 국내기술로 개발한 T-50B 기종이다. 해외에 수출되는 FA-50의 토대가 되는 플랫폼이다. 사진=강대호

지난 16일에 서울공항에서는 언론을 초청한 ‘프레스데이’ 행사가 있었습니다. 개막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행사 주최 측은 이날 성남시민들도 초대했습니다. 이른바 ‘성남시민의 날’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배포한 자료, ‘PRESS KIT’의 ‘공식행사’ 항목에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비공식행사’라서 그랬던 걸까요.

‘성남시민의 날’ 행사는 서울공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초청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들은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을 보면서 감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월에는 국군의날 준비로, 10월 들어서는 아덱스 행사 준비로 연일 항공기 소음을 들어야 했던 불편을 털어놓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서울공항 인근 주민들은 행사가 끝나는 이번 주말까지는 소음을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원주나 사천처럼 공군 기지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항공기 소음을 매일 견뎌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영공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공군 장병의 노고가 크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민원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서울 ADEX 2023에서 공개된 KF-21 전투기. 활주로 너머로 ‘서울공항’ 청사가 보인다. 사진=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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