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브리프] 고가의 예물로 휘청이는 중국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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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브리프] 고가의 예물로 휘청이는 중국의 결혼
  • 항저우=박진영 통신원
  • 승인 2023.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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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박진영 통신원] 최근 한 사람이 간쑤성(甘肃) 칭양(庆阳)시 전위엔(鎮原)현 정부 공식 홈페이지의 민원을 올려 28.8만 위안의 예물이 요구됐다며, 고가의 예물 현황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지유파이신문(九派新闻)에 따르면 민원인은 대학생이며, 그는 부모에게 연애 사실을 알린 후, 여자친구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자친구 부모 측은 그들이 거주하는 현에서 가장 낮은 예물 수준은 28만8000위안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에 이 학생은 민원을 올려 위엔현에서 성행하는 고가의 예물 요구 현황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위엔현 주민센터 선전부는 6월 19일에 이 민원 사항에 대한 검증 및 답변을 출발점으로 하여 고가의 예물로 인한 피해를 관리하는 작업 시스템과 일상적인 감독 메커니즘을 형성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고가의 예물 요구는 많은 남성과 아들을 가진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워요차이징망(我有财经网)이 발표한 2023년 중국 전국성별 예물 순위에 따르면 지역별로 장시(江西) 35만 위안, 푸젠(福建) 30만 위안, 저장(浙江) 25만 위안, 장쑤(江苏) 20만 위안, 랴오닝(辽宁) 20만 위안, 상하이(上海)18만 위안, 산동(山东) 17만 위안, 안후이(安徽)와 텐진(天津)은 16만 위안 등의 예물 금액을 형성하고 있다.

소개한 내용처럼 지역의 발전 정도와 임금 현황에 따라 형성된 것이 아니라 지역에 정해진 예물 금액을 따르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느껴져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현상이 많아졌다.

중국 예물 문화를 풍자하는 그림=바이두
중국 예물 문화를 풍자하는 그림. 출처=바이두

이에 중국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2021년 1월 1일 민법전 제1042조를 공포해 '혼인 중매, 매매하거나 기타 혼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행위를 금지', '혼인을 통해 재산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 등 혼인과 관련된 금전적 행위를 금지했다. 이에 각 지방정부는 예물 최대 금액을 정해 중앙정부의 원활한 법 집행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예물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금지는 없었기에, 예물 문화와 고가의 예물을 요구하는 악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1년 4월, 허베이(河北) 허지엔(河间)시를 포함한 전국 1차 혼례개혁 실험구 15곳을 선정했다. 이어 2차 혼례개혁 실험구 17곳을 추가 지정해 혼육의 나쁜 풍습과 고가의 예물 등 나쁜 사회 풍토를 없애고 결혼을 장려하고 있다.

2022년 1월 4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주최한 2022년 농촌활성화 중점사업 전면 추진에 관한 의견'에서 농촌혼인개혁 시범사업과 장례풍습 개혁을 추진하고 고가의 예물, 대규모 행사 등 주요 풍속개선 분야의 두드러진 문제에 대한 특별관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박진영 통신원은 중국 저장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중국 최대 교민 신문사인 상하이저널과 광동일보에도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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