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3일의 월요일 온다"···SVB 사태 파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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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3일의 월요일 온다"···SVB 사태 파장 우려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3.03.12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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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가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하기 때문에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AP/연합
SVB가 캐나다를 비롯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하기 때문에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A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파장이 전 세계 금융권과 기업들로 퍼지기 시작했다. 각국 규제 당국도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SVB 영국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둔 상태로 이미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외신이 보도했다.

약 180개의 영국 정보기술(IT) 업체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에 위기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지금 막아줘야 한다"며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예치금 손실은 IT 부문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기업 생태계를 20년 뒤로 되돌릴 수도 있다"며 "많은 기업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링구미' 관계자는 회사 현금 85%를 SVB에 예치했다면서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SVB가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오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와 이번 사태를 논의했으며 재무부 관리들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는 기업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고 영국 재무부가 밝혔다.

영국 재무부는 현재 스타트업들에 예금 규모, 현금 손실 추정액 등을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VB 파산과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주지사가 실리콘밸리은행과 이 상황을 다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으면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는 즉각 공포가 번지는 분위기다.

토론토의 광고 기술 개발 업체인 '어큐티 애즈'는 보유 현금의 90%에 달하는 5500만 달러(약 727억원)를 SVB에 넣어둔 상황이며 나머지 은행에 있는 현금은 48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 업체는 월요일인 13일 증시가 개장하기에 앞서 금요일인 10일 거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SVB 캐나다 지점에서는 현지 테크 산업에 돈줄을 확대하고자 지난해 대출 규모를 두배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SVB 캐나다 지점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개소 이후 지난해 대출 규모는 4억 3500만 캐나다달러(약 4160억원)로 전년도 2억 1200만 달러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 내 SVB 합작 법인(硅谷銀行)은 독자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아시아 기술 리더들도 SVB 파산의 잠재적 파급 효과 평가에 분주한 모습이다.

싱가포르 샹그릴라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졸업생 모임에서는 금융가·기업가들이 SVB 파산 여파에 대한 소식을 공유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스타트업 창업자·투자자 회의에서도 논의 주제는 SVB 파산으로 모아졌다.

류정닝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분석가 등은 한 메모에서 "기술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R&D)과 직원 임금 등에 많은 현금이 필요해 예치금이 매우 중요하다"며 "SVB 사태가 기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런 예치금이 파산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을 보게 되면 일부 기술 기업들은 큰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파산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VB 본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금융계뿐 아니라 농업으로도 파문이 번질 조짐이다.

세계적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는 자칫 1990년대부터 쌓아온 명성이 흔들릴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노마 카운티의 한 와인 농장은 "크게 실망했다"면서 소규모 농장들이 새로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대출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농장 관계자는 "SVB는 와인 농장의 가장 중요한 대출 기관 중 하나였다"면서 "만약 이 은행이 사라지면 이미 대출 이자 상승에 시달려온 와인 산업이 분명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상화폐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달러와 연동해 비교적 안정적인 스테이블 화폐로 꼽혔던 USDC는 주말 사이 가격이 역대 최저인 0.85달러를 찍었다가 현재는 1달러 근처로 회복됐다. USDC는 두번째로 큰 스테이블 화폐로, 달러화로 연동돼 기본적으로 1달러에 거래돼야 한다.

USDC의 급락은 발행사인 서클이 10일 "400억 달러(53조원)가량의 준비금 중 33억 달러(4조3659억원)가 SVB에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서클은 SVB에 묶인 준비금으로 인해 발생한 부족분을 다른 자금으로 메울 수 있다고 밝히면서 안정을 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USDC의 달러화 연동이 깨진 모습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 사태로 아직도 휘청거리는 가상화폐 업계에 또다른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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