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왕좌의 게임'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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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왕좌의 게임'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도전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12.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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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통신업계의 최대 이슈는 구현모 대표의 KT 연임 가능성에 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KT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에서 3년간의 경영실적과 시가총액 상승, 디지코(DIGICO) 비전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구현모 대표 취임 당시 KT의 주가는 1만9700원이었고 3년이 지난 현재 주가는 3만58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구현모 대표는 KT 연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에서도 그는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다. 임기 3년간 KT의 기업가치를 대폭 상승시킨 그의 성과를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구현모 대표는 KT 노동조합의 연임 지지까지 얻어냈음에도 단독 추대가 아닌 복수후보 심사를 선택,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구현모 대표의 승부수, 복수후보 심사 요청 

KT와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해 민영기업이 되었음에도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왔다. 2020년 3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 당시 구현모 대표가 사내방송을 통해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할 만큼 KT 대표 자리와 외부세력의 외풍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녔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6년 전 취임할 당시 구현모 대표는 황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어 일했다. 황 회장을 보좌하면서 정치권 그리고 외부세력의 압력이 얼마나 다양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KT에 미치는지 구현모 대표는 온몸으로 실감했을 것이다. 심사위의 적격 판단이 있었음에도 구현모 대표가 복수후보 심사를 요청, 승부수를 띄운 이유다. 

대표이사 후보심사위가 개최된 같은 날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사장이 직접 “KT와 같은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 현직자를 우선 심사하는 프로세스는 내부인 차별 등 쟁점을 만들 수 있다”며 대표이사 연임에 관한 문제제기 가능성을 정식으로 내비쳤다. 구현모 대표의 단독 추대에 국민연금이 동의할 가능성은 없단 뜻이다. 

구현모 대표의 단독 추대 그리고 연임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한 언론도 이후 신중한 논조로 스탠스를 바꿨다. 구현모 대표에 관해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력이 불편해 한다는 소문도 뒤를 이었다. 실적과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성과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을 창출했음에도 정부와 거리가 멀다면 KT 대표이사 연임도 멀어진다는 건 업계 정설이다. 

외부로부터의 압력 그리고 내부 직원들의 불만

현재까지 KT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한 건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 KT 회장직은 스타급 인사들이 선임되어 왔지만 이들은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외부 압력이 그만큼 세다는 뜻이다. 3년 전, KT 이사회는 국민기업인 KT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권위적인 상징의 회장 직급은 낮춰야 한다고 강조, 대표이사 직급도 회장에서 사장으로 한 단계 낮추기까지 했다.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견제에도 구현모 대표는 연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통신공룡이라는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성 그리고 ‘우영우’를 통해 콘텐츠 투자의 선구안까지 빛을 발하면서 KT를 가능성의 기업으로 변모시킨 성과를 그는 믿는다. 외풍을 막을 수 있는 요소는 압도적 성과뿐이다. 

KT의 CEO를 노리는 인물 중 구현모 대표를 압도할 수 있는 인물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 외풍이 아무리 세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로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높인 현직 CEO를 내밀면서까지 위기와 논란을 자초할 이는 없다. 만약,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그의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그가 정작 고민할 부분은 외풍이 아닌 내풍에 있다. CEO임에도 그는 신입사원과의 간담회에서 처우개선 등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 블라인드에서 내부 직원들의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한, 동종업계가 임직원 연봉 인상을 단행했을 때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우수한 인력들이 다른 기업으로 연이어 이탈하는 등의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왕좌를 지켜내기 위한 조건 

외부 세력의 외풍을 이겨냈음에도 내부 직원들의 불만 등 내풍이 이어지면 연임해도 성공한 CEO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긴 어렵다. 눈에 띄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호평도 함께 수반되어야 외풍 등의 압력을 더욱 단호히 이겨낼 수 있다. 구조조정 없이 실적을 이뤄낸 점은 칭찬받아야 하나 임직원의 목소리엔 좀 더 경청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구현모 대표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CEO로 선임된다면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으니 임직원의 목소리와 고용에도 집중하겠다고 대답했다.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인재 육성과 근로처우 개선 그리고 고용창출 등 HR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안목을 갖춰야 진정한 CEO의 자격을 토대로 왕좌의 게임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 

명확할 것 같던 KT 대표 선임은 해를 넘어가 결정될 모습이다. 왕좌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현재 KT 대표 자리를 놓고 얽혀 있다는 방증이다. 차기 CEO는 사람을 이해하고 육성하며 신사업을 이끌 수 있는 기업가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외풍을 차단해서 대표이사 심사와 선발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 KT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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