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여성 사장 그리고 여성 CEO...최초의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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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여성 사장 그리고 여성 CEO...최초의 시대를 열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12.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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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드디어 여성 최초의 사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DX(Device Experience)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 그녀는 2007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사한 후 2010년 전무, 2012년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매년 그룹 내 최초 여성 사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다. 부사장 10년만에 그녀는 결국 꿈을 이루었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이미 LG그룹은 LG생활건강의 CEO로 이정애 사장을 내정하며 LG그룹 최초의 여성 CEO를 탄생시켰다. 지난달 임원인사를 단행한 LS그룹 역시 LS EV 코리아 대표에 최숙아 CEO를 내정하며 그룹 내 여성 CEO의 서막을 알렸다. CJ그룹도 CJ올리브영 대표에 45세 나이의 이선정 영업본부장을 선임, 최연소 여성 CEO 기록을 세웠다. 

재계, 여성 임원을 주목하는 이유 

여성 임원 육성 그리고 여성 인재 중용은 예전부터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오너의 덕목 중 하나로 여겨졌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7년 자신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다른 나라는 남녀가 모두 함께 뛰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다며 여성 인재를 더 많이 선발하고 육성, 여성 임원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이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 시절에도 삼성에서 여성 사장 배출은 쉽지 않았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광고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알린 제일기획 최인아 전무가 2009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뿐 그 누구도 사장 직위에 오르진 못했다. 여성 인재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문화 및 제도적 여건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2022년 올해 임원인사에서 유독 여성 CEO와 여성 사장이 더 많이 배출된 이유는 시대적 흐름과 상황적 여건이 모두 변화했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은 권위주의에서 탈권위주의로 바뀌기 시작했고 MZ세대뿐 아니라 다수의 직장인들이 군대식 조직문화를 거부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보다 유연한 여성 임원들이 부각된 이유다. 

이건희 회장 역시 2011년 그룹 내 여성 임원과의 오찬에서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성까지 갖춰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며 격려했다. 탈권위에 익숙한 여성 임원의 역량이 인정받기까지는 그로부터 11년이 더 흘러야 했다. 아울러,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된 기업에서도 일사불란한 명령보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보편화되었다.

컴퓨터, 모바일 등 첨단기기의 영향이 업무 프로세스를 재편하면서 여성 인력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며 성과를 내는 것이 과거보다 수월한 것도 변화의 요인으로 보인다. 2009년 타임지는 첨단기기가 발달할수록 여성 인재의 권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한, 여성 임원의 역할 확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세무회계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여성 임원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표본으로 선정, 통계분석을 진행한 결과 여성 임원의 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성 임원의 증가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제고·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첫 여성사장 이영희. 사진=연합뉴스

다양성을 키우는 조직이 생존하는 시대

2011년 미국의 애틀란틱(Atlantic)은 ‘남성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사 헤드라인을 내걸며 여성 CEO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렸다. 조직관리를 분석한 다수의 연구는 남성 위주의 경영진보다 여성과 남성이 골고루 섞인 경영진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보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자율적인 조직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언급했다. 

즉 다양성을 키우는 조직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환경 및 상황 변화가 동태적으로 흐르며 전제군주와 같은 CEO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믿고 맡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수의 구성원이 지닌 집단지성을 극대화하려면 남성 위주의 풍토에서 벗어나 역량과 개방적인 감각을 지닌 여성 인재를 더 많이 CEO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성별을 고려,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책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일부 기업에선 젊은 여성 임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가 오히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여성 임원의 갑질 행태가 임직원들 사이에 알려지며 더 많은 곤혹을 조직 내부에서 겪었다. 성별을 떠나 탈권위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임직원에게 미칠 수 있는 리더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연말에도 41세의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리더가 네이버의 CEO가 되어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더 많은 여성들이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주요 그룹의 최초 CEO라는 기록을 만들었고 최초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최초라는 기록은 자연스럽게 그녀들이 혁신적 성과창출과 함께 여성 임원 전성기를 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여성 임원이 올해 최초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면 이제 해당 임원들은 슬기롭게 역량을 발휘, 여성 임원의 전성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에서도 성과에서도 달라야 한다. 자율과 합리가 내재된 조직문화 그리고 격변하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며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집단지성을 통해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중요하다. 

국내 1000대 기업을 이끄는 CEO는 올해 총 1350명(공동대표 포함)이었고 이중에서 여성은 불과 32명, 비율은 2.37%에 그쳤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은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고 CEO 그리고 사장이 되어 다양성의 첫 걸음을 당당히 재계에 열어주길 바란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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