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윤경림 KT 차기 CEO를 흔드는 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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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윤경림 KT 차기 CEO를 흔드는 외풍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3.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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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후 안개 속을 걷던 KT의 차기 CEO 후보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최종 낙점되었다.

정치권의 숱한 견제를 뚫고 이사회는 CEO 후보로 윤경림 사장을 뽑았고 이제 주총 승인만 남았다. 윤경림 사장은 이제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넘어 KT그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게 되었다. 

윤경림 차기 CEO 후보는 KT의 여타 CEO 대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CEO로는 드물게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경제학 박사학위(KAIST)를 받았다. 참고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네트워크 산업에서의 상호접속요금에 관한 게임이론적 분석'이다. 언론에서는 경제학 박사라고 기재됐지만 논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통신분야 전문가다. 

CJ·현대차·KT의 CEO에게 모두 인정받은 인재

윤경림 사장이 이사회에서 차기 CEO로 낙점 받은 이유는 그가 다양한 조직을 거치며 수많은 업무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디지털 변혁을 선도하는 데 가장 탁월한 역량을 보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통신업계에서는 드물게 데이콤, 하나로통신, KT 등 통신 3사를 모두 경험했다. 이외 CJ그룹, 현대자동차에서도 부사장 등의 중책을 맡았다. 

윤경림 사장을 비난하는 이들은 ▲한 조직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 점 ▲세 차례나 KT에 입사-재입사하는 등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애사심이 약하다는 점을 거론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는 항상 다른 대기업의 영입인재 리스트에 올랐고 옮긴 조직마다 해당 그룹의 CEO에게 전략수립 역량을 인정 받았다. 

통신과 미디어 부문에 대한 경험을 인정받아 2010년 CJ에 스카우트되어 기획팀장과 사업팀장을 역임했고 이후 2014년 황창규 당시 KT 회장의 부름을 받고 복귀, 미래융합전략실장을 맡았다. 2019년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요청을 받고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수립하며 자율주행차 및 미래차 등 모빌리티 관련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래혁신에 관한 적임자를 제대로 찾았다고 얘기할 만큼 그는 CJ, KT, 현대차 등 조직을 옮길 때마다 오너(회장)에게 실력과 리더십을 평가 받았다. 대기업 오너가 가장 영입하고 싶은 인재라고 재계에서 그를 평가하는 이유다. 전현직 KT 임원이 차기 CEO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사회는 윤 사장의 역량을 믿었고 결국 선택했다. 

차기 대표 후보가 윤경림 사장으로 선정된 직후 외풍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당장 정치권(여권)에선 KT 차기 CEO 후보에 왜 외부인사는 모두 탈락했는지 그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권, 관료 인사가 탈락하고 KT의 전현직 경영진들이 최종 후보에 오르자 공정성 이슈를 던진 것이다. 외풍이 부는 건 그들이 내정한 인물이 탈락했다는 뜻이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은 윤경림 사장의 차기 CEO 낙점에 관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경림 사장이 몸담았던 현대차는 KT와 지분 맞교환을 토대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지만 국민연금의 뜻이 알려지자 KT 이사회에 주요 안건은 대주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검찰 수사도 곧 진행될 전망이다.

구현모 KT 대표와 윤경림 차기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윤경림 사장의 우호세력인 현대차의 외면이 주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외풍은 윤경림 사장이 KT의 사령탑이 되는 걸 인정할 수 없단 얘기다. 외풍의 압력과 압박은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KT의 사장 직책은 능력과 인품도 중요하지만 정부와의 거리도 중요하다. 

대통령실은 KT의 차기 CEO 선정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어 윤경림 사장을 ‘구현모 아바타’로 거론하며 직접 차기 CEO 후보를 저격했다. 윤경림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소유분산 지배구조 이슈를 과감히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와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 사진=연합뉴스

KT CEO의 조건은 무엇인가

정치권이 윤경림 사장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위관료 출신 인물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여권이 KT 정관을 거론하는 이유다. KT 정관에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자격과 관련하여 기업경영 경험을 평가요인으로 고려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KT의 차기 CEO는 기업경영 경험이 없으면 할 수 없기에 정관 자체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고 미래 디지털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재가 차기 CEO가 되어야 한다는 건 의문부호를 제기할 수 없는 당연한 얘기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은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비전을 지닌 이가 CEO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림 사장은 KT에서 신사업, 미래융합, 글로벌사업 부문을 총괄했고 CJ와 현대차에서도 미래기획, 오픈 이노베이션을 총괄하는 등 미래산업과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KT 내부 임직원 역시 윤경림 사장의 실력, 역량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풍은 그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정치권에서 CEO 인사에 개입하자 KT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20% 폭락했다. 시장은 정치권의 개입을 불공정하다고 여긴 것이다. 이사회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차기 CEO를 외부 세력이 인정하지 못한다면 KT 구성원은 향후 CEO가 되려면 역량보다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역시 권력이 최고라는 말이 나돈다. 

CEO 선임에 있어 능력보다 권력이 우선되는 기이한 현상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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