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막대한 재정 투입은 왜 출산율을 높이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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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막대한 재정 투입은 왜 출산율을 높이지 못할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1.08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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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대한민국의 가장 큰 난제를 꼽자면 급격히 하락하는 출산율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인 언론사 및 글로벌기업의 경영자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CNN 방송과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은 한국의 1인가구 급증과 젊은 층의 출산 기피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저출산 이슈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한 몫 거들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세계은행이 조사한 출산율 최저 국가 리스트를 공개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저라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머스크까지 언급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최소 합계 출산율이 2.1명이 되어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늘어나는 재정 투입, 하락하는 출산율 

글로벌 언론사와 CEO가 해당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출산율은 사회적 재난을 넘어 경제적 재난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출산율 이슈는 사회 문제인 것 같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가 줄면 교육과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진다. 출산율 하락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이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해야 하는 학교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올해부터 부모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부터 만 0세는 월 70만원, 만 1세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내년엔 지급액을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잘못된 처방이다. 16년간 260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하락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 증가가 출산율을 높인다는 학술연구는 한 편도 없다. 학자들이 당연히 지원금과 출산율의 인과관계를 분석했을 것이다. 만약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출산장려금 등 부모급여 제도의 확대는 바람직하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매년 출산과 관련된 지원금은 늘고 있지만 출산율은 끝없이 역행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출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지원금을 확대하는 정책은 다소 아쉽고 불편하다. 과거, 테일러는 ‘돈을 지급하면 인간의 동기부여와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차별화된 성과급과 더 많은 수당을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리즘은 과거에 끝났다.

테일러리즘은 이미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다. ‘인간=기계’로 본 테일러리즘은 더 많은 돈을 지급하면 인간의 동기부여와 성과는 향상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행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에 머니(Money)로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 학자들이 내린 보편적 결론이다. 부모급여 등이 늘어나도 재정투입 효과는 발생하기 어렵다.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단기 자금 투입에서 장기적 인프라·제도 개선에 초점을 

세계 최저를 기록하는 국내 출산율 문제는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기에 단순 재정투입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야말로 난제인 셈이다. 출산율과 관련된 학술연구 역시 지난 20년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재정투입과 무관했다. 오히려 다수의 연구는 주택가격 억제, 여성 인력에 대한 복리후생 제도가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했다. 

2017년 문화와 융합 학술지에 실린 <결혼여성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논문을 살펴보면, 결혼 여성의 직종이나 소득은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경제적 접근보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교육으로의 사회적 접근 강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출산휴가 및 복리후생 제도 정립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재희 연구원이 2020년 한국생활과학회지에 게재한 <주택가격과 주택공급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서울시를 중심으로> 논문을 보면 합계 출산율은 아파트 가격과 음(-)의 관계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공급 증가는 오히려 출산율을 하락시킨다는데 있다.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에서는 투기 수요가 많은 서울의 경우 인구 유입과 시장 수요가 많기에 주택공급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는데 제한적이고 오히려 시장 전반의 가격을 상승시켜 출산율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여성인력에 대한 인프라와 제도 개선, 주택가격 안정에 두어야 한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육아정책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설문조사(중복응답 허용)한 결과, 임신 및 출산과 의료비 경감(72%), 직장 내 어린이집 확충(68%), 출산 휴가 및 육아휴직 확대(64%), 출산 이후의 고용안정 보장(62%) 등 육아 양육에 필요한 인프라와 관련 제도 개선이 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설문 응답자들은 지적했다. 

260조원을 투입했음에도 한국의 출산율은 하락했기에 CNN도 정책 방향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재정 투입이 아닌 국내 기업의 유명무실한 육아휴직 실태, 양육이 어려운 기업문화 등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파트 가격에 대한 안정적 관리도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니 정부는 이 부분에도 집중해야 한다. 

출산장려금, 육아수당에 앞서 정부가 집중해야 할 영역은 주택가격 안정, 의료비 경감, 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등 복리후생 제도 정착에 있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인 재정은 제도 개선을 위해 과감히 투입하고 관련 제도의 운영을 위해 감시망을 정립하는 것이 맞다. 

단순 지원금 확대는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 돈으로 아이를 살 수는 없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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