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머지 않은 자율운항 선박 시대, 韓 기술표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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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머지 않은 자율운항 선박 시대, 韓 기술표준 된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2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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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자율운항 선박 기술 진보 이뤄
해운·조선 업계 환영 "사고·운영비 줄어"
정부 자율운항 선박, 법적 근거 마련 나서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선원의 도움 없이 망망대해를 누비는 자율운항 선박 시대가 머지 않았다. 현재 자율운항 선박 개발은 노르웨이, 핀란드, 일본 등 전통의 해상 강국이 실증운항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후발주자로 한국과 중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한국 기술은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머지 않은 자율운항 선박 시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솔루션 'DS4'에 대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번 기술 검증에 쓰인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건조한 시험선 '단비(DAN-V)'다. 단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으로 실제 대형선과 비슷한 운항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상선용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번 해상 시험에는 관제센터로부터 전달된 명령어에 엔진과 방향타 등이 제대로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원격제어시험, 계획된 운항 경로를 선박이 제대로 따라가는지 검증하는 경로추종시험, 운항 중 다른 선박을 마주쳤을 때 충돌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을 회피하는지를 살피는 충돌회피시험 등이 포함됐다. 바다 위 시험선과 시흥시 연구개발캠퍼스에 위치한 관제센터 사이의 원격통신 테스트도 완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자율운항 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최동규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장 전무는 "이번 시험 성공으로 로이드 선급기준 자율운항 레벨3 수준까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내년에는 확보된 자율운항 기술을 실선에 적용해 검증하고 2024년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4일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SAS)이 적용된 ‘세계로호’가 지난 15일부터 4일간 약 950㎞를 자율운항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자율운항 선박이 국내 연안의 긴 구간을 사고 없이 통과한 첫 번째 사례다. SAS는 ‘엔진·방향타 자동 제어’와 ‘360도 어라운드뷰’ ‘실시간 원격 감시’ 등 기술이 집약된 자율운항 솔루션으로, 삼성중공업의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세계로호는 9200톤급으로 삼성중공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목포해양대 실습선이다. 이번 실증의 시작점은 전남 목포였다. 남해 이어도와 제주도를 거쳐 동해 독도까지 이르는 해상을 SAS의 안내로 통과했다. 현조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장은 "복합적인 충돌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5초 간격으로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제시했다"며 "자율운항 기술이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17일 이틀간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인 단비가 해상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해운·조선업계 "사고·운용비 줄어" 

해운업계는 해양사고 원인의 86%에 달하는 인적 과실을 줄이고 최적운항경로를 탐색하며 연료비와 정비시간 등 선박운영비를 최대 22%까지 절감할 수 있는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반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 내 사내벤처인 아비커스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인 하이나스를 장금상선의 선박에 탑재해 실증 기록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비커스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함께 한국의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기술 상용화를 담당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통합사업단은 2020년 선박 자율운항 실증선 제공 협력 선사로 팬오션을 선정해 2024년부터 2년에 걸쳐 해상 실증에 나선다. 상선의 대형 항해 실증은 한국이 처음 시도하는 만큼 향후 실증 데이터 취득을 통한 기술 개발의 신뢰성 확보 및 국제적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화 선도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운항 선박 개발은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관련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235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의 해운 선진국들이 한발 앞서 자율운항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들도 분주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시흥 R&D캠퍼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모습.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자율운항 선박, 법적 근거 마련 잰걸음

지금까지 자율운항 선박은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일부 인·허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향후 자율운항 선박은 법적 근거를 갖고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자율운항선박 촉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자율운항 관련 부서와 함께 마련한 했다. 법안은 자율운항 선박과 그 핵심이 되는 자율운항시스템을 정의하고 자율운항 선박 등을 개발 및 실증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법안이 정의한 자율운항 선박은 '자율단계에 따라 선원이 원격 운항자 등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거나 최소한의 개입 아래 자율운항시스템에 의해 선박 스스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이다. 자율운항시스템은 '선원의 조작없이 주변상황에 대한 외부센서 정보, 해상교통정보, 자율운항선박의 내부기기 상태에 대한 정보 등 관련 정보를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선박을 운항할 수 있게 하는 자율화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이다. 

자율운항 선박은 소수의 선원과 원격 운항자의 조작 아래 운항하는 '부분 자율운항 선박', 선원 승선 없이 원격운항자의 관리 아래 운항하는 '원격조종 자율운항 선박', 선원 또는 원격운항자 등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이 자율운항하는 '완전 자율운항 선박' 등 세 단계로 구분된다. 

법안은 선박안전법, 선박직원법 등 관련 법규보다 우선 적용되며, 자율운항선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승무정원 등을 최소화하는 특례가 가능하도록 했다. 예산지원이나 인력양성 등의 근거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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