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전기차 화재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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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전기차 화재 알아야 할 것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2.18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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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열폭주 피해 키워
전고체배터리, 대안으로 급부상
지난 5일 경북 영주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70대 운전자가 숨을 거뒀다. 사진제공=경북소방청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불나면 갇혀서 죽는다.'

전기차 화재를 바라보는 막연한 두려움을 대변하는 말이다. 

지난 5일 경북 영주시에서 건물 외벽으로 돌진한 70대 남성이 몰던 전기차에 불이 나면서 운전자가 숨졌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용 블랙박스와 인근 CCTV 화면을 종합하면 화염은 수 초 만에 전기차 택시 전체를 뒤덮었다.

주민이 30초 만에 달려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손 쓸 새 없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 소방차는 6분 만에 도착했다. 소방관 41명, 소방차 13대가 동원됐지만 불길은 전기차 외부와 3층 건물 일부를 태우고 2시간여 만에 완전 진화됐다. 당시 출동한 소방관들은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흰 연기만 피어오를 뿐 불길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통상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차량 전체를 덮는 '질식 소화포' 방식을 채택하지만 당시 차량에 운전기사가 탑승해 있어 이 방법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불이 나면 전기차 주변에 수조를 설치해 열 폭주를 막는 '이동식 침수조' 방식이 있지만 소방 당국은 "이동식 침수조 방식은 진압 이후 안정화 단계에 차를 평지로 이동시킨 뒤 설치해야 하는데 화염이 너무 세서 견인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화재 치명적인 까닭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현재 주요 전기차는 리튬이온전지를 채택하고 있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는 이 둘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있으며 이온만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두 극이 서로 닿으면 과한 전류가 흐르는데 그 에너지로 불이 붙을 수 있다. 흔히 말해 '합선(쇼트·short)' 현상이다. 전기차에 쇼트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배터리 내부 결함이 있는 경우다. 또 다른 이유는 배터리에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다. 앞선 사고처럼 물리적 압력이 가해지면 배터리도 망가질 수 있다.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보호막이 훼손돼 쇼트 현상이 일어난다. 

문제는 쇼트가 일어나면 열폭주로 이어지기 쉽다. 열폭주는 물체에서 발생한 열이 또 다른 열을 일으켜 순식간에 고온으로 '폭주'하는 현상을 말한다.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면 엄청난 양의 가연성 가스와 산소가 발생한다. 전기차의 특성상 이런 열폭주 현상은 전기차 화재를 더욱 치명적으로 만든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 수백 개가 모여 한 팩(pack)을 이룬다. 이 중 한 셀에서 쇼트가 일어나 열폭주가 시작되면 다른 셀로 옮겨 붙어 새로운 열폭주를 일으킨다. 전기차 화재 진압이 오래 걸리는 이유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길이 없지만 내부에 살아 있는 불씨가 또 다른 배터리 셀로 옮겨 붙을수도 있다. 진화된 차량을 옮길 때 소방차가 따라 붙는 것도 이동 중 가해진 충격으로 재발화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의 화재 대응 메뉴얼을 보면 배터리 화재를 완전 진합하고 냉각시키려면 약 3000갤런(1만1356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대형 소방차 3배 분량이다.

물을 즉각 사용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산화탄소, 거품 또는 다른 일반 소화 물질을 이용해야 한다. 사실상 개인이 진화하기 어렵다. 

2020년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당시 운전자가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해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화재나면 문 안열린다?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화마가 들이치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두려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종마다 차이가 있다. 

테슬라의 경우 일반 차량과 달리 문을 연느 손잡이가 숨겨져 있다. '히든 도어 시스템'으로 불리며 사용자는 도어핸들을 터치한 뒤 손잡이가 차체 밖으로 나와야만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사고로 전자계통 부품이 손상되면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문을 열수 없게 된다. 테슬라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수동 도어 해제 장치를 설치했다. 문제는 1열 문에만 기계식 도어 해제 장치가 있어 앞문이 찌그러질 경우 내부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는 다르다. 아이오닉5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뒤 에어백이 터지면 자동으로 전좌석 문이 '잠금해제' 상태로 바뀌면서 손잡이가 튀어나온다. 국내 차량 안전 법규상 이 조치를 취해야만 전기차 안전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안전인증을 획득했기에 한국에서 별도의 안전인증을 받지 않는다. 

전기차 화재 및 폭발의 대안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고체 배터리, 화재·폭발 해결책으로

전기차를 비롯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문제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온도 변화로 배터리 팽창 또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누액이 발생하면 액체 전해질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킨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떠오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도 누액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 액체 대신 고체의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 덕분에 배터리 부품 수가 줄고, 그 자리에 배터리 용량을 늘릴 활물질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이유다. 한 마디로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도 없으면서 에너지 효율까지 높은 셈이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까지 빨라야 5~10년 정도를 예상한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국가는 일본이다.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상위 10개 기업 중 6곳이 일본 기업이다. 도요타가 1000개가 넘는 특허로 압도적 1위며 파나소닉HD(2위)와 이데미츠코산(3위), 무라타제작소(5위), 스미모토상사(7위), 후지필름(8위)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삼성전자(4위)와 LG화학(6위), 현대차(9위), LG에너지솔루션(10위) 모두 4개 기업이 일본을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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