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⑳ 전기차 시대, 총성없는 '자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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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⑳ 전기차 시대, 총성없는 '자원 전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06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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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자재 공급 불안 가중
리튬,니켈,코발트 등 가격 급등
소재 확보 전쟁 나선 K-배터리
車 업계, 원자재 확보 수직계열화 시도
전 세계적으로 리튬과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관련 주요 광물 자원의 공급망 차질 이슈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리튬 광산을 건설 중인 모습.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서울, 뉴욕, 베이징, 베를린 등 2022년 벽두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깊은 고심에 빠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 요소 부족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는 새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전운이 감돌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천연가스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금수조치 여파로 석탄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불확실해진 대외 여건에 더해 주요 광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광물 수급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등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기차를 필두로 달려오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 확보는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의 시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다. 현재 진행형인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 사태에 이어 배터리 공급망 문제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배터리, 반도체 등 공급망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 세계 각국은 신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나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천연가스 가격 폭등, 원유 및 배터리 소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석탄 금수조치 여파로 석탄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니켈과 보크사이트, 구리 등 광물 원광 수출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예고하면서 글로벌 시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주요국의 WTO 제소 움직임에 "광물 원광 수출 중단은 10여년 전부터 계획된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 대유행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생산과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서 광물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리튬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급등하는 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

지난달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전기자동차 배터리 광물의 수급안정화 지수는 처음으로 동시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필수 광물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공개한 수급안정화지수를 보면 지난달 니켈은 8.81, 리튬은 5.79다. 수급안정화지수가 5에 근접하면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본다. 한국자원서비스는 ▲0~5를 수급위기 ▲5~20을 수급 불안 ▲20~80을 수급 안정 ▲80~100을 공급 과잉으로 분류한다. 

전기차 주요 원재료의 수급안정화지수를 보면 먼저 리튬은 지난해 8월 40.67에서 같은해 9월 29.78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10월 9.60으로 감소폭을 크게 키운 뒤 지난해 11월 공급위기 수준인 4.21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11.24로 회복했지만 올해 1월 다시 공급위기 직전까지 하락했다.

양극재의 주요 소재인 니켈도 지난달 수급안정화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1.35포인트 하락한 8.81에 머물렀다. 수급불안이 우려된다. 코발트는 전월보다 7.14포인트 하락하며 8.12까지 떨어졌다. 주요 광물의 수급안정화지수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건 수요 대비 공급 불안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여파다. 여기에 더해 리튬, 니켈, 코발트보다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쉬웠던 흑연까지 신보호주의 기조 속에  공급난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볍고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로 수많은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오늘날 휴대폰, 태블릿 및 노트북, 전기차, 드론 및 항공기 전자 제품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과 집중적인 연구에도 여전히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신할 대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늘어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재료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재 확보 전쟁 참전한 K-배터리

국내 배터리 기업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초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서 공급되는 재료들에 불안 요소들이 있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의 공급망을 독일·칠레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올 초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리튬 광석을 70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외에도 벌칸에너지,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원자재 확보 전에 들어갔다. 모회사인 LG화학 역시 일본 도레이와 분리막 합작공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소재 회사 간펑리튬 지분 1.8%를 매입해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폐배터리를 통한 원자재 재활용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폐배터리는 사용후 5~10년이 지나더라도 내부의 리튬·코발트·망간·니켈 등은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또 2019년부터 중국 텐치리튬 자회사인 텐치리튬퀴나나(TLK)로부터 수산화리튬을 5년 6개월간 최대 5만톤 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M과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현지에 전기차 전용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한다. 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車 업계도 원자재 확보 총력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시장이 언젠가는 정상화해 생산과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전통적 패턴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전기차 전환으로 공급망 문제가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하는 업체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각) 전망했다. 실제로 전기차의 선구자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에 반도체 공급난에도 판매량이 100만대에 육박해 전년보다 87% 늘었다. 테슬라는 공급망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전에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과 충전 인프라 미비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부족한 것을 걱정했지만, 이제는 공급, 그 중에서도 원자재 공급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이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니켈, 구리 등의 금속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배터리 생산에 투자하고 주요 광산업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부조달을 통해 확보했던 원자재를 직접 확보, 통제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캘리포니아주 솔턴 호 일대의 리튬 채굴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포스코케미칼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해 북미지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양극재 생산업체인 벨기에 유미코어와 함께 양극재 소재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원자재 수급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올해까지 투자 가능한 광산 조사를 마치고 2024년 말까지 광산 투자를 단행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니켈 공급망을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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