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㉑ 세계 특허전쟁 격전지 된 자동차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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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㉑ 세계 특허전쟁 격전지 된 자동차 업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1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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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업체의 커넥티드 카 특허소송 봇물
전 세계 완성차 업계, 특허 동맹으로 대응
완성차·IT·부품기업 특허 3파전 양상 격화
특허전쟁, 자동차 가격 상승 요인으로 부상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단순한 '탈 것'에서 이동수단의 '모든 것'으로 진화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전 세계 특허전쟁의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3~4년여 전까지만 해도 표준특허를 둘러싼 논란은 스마트폰과 같은 무선통신 기술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동차가 정보기술을 활용한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시대로 접어들면서 무선통신 기술에서 생겨난 '표준필수 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SEP)' 논쟁은 자동차 업계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세계 특허전쟁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노키아가 쏘아 올린 특허분쟁

완성차 업체와 1, 2, 3차 부품업체 간 사슬로 얽힌 자동차 업계의 피리마드식 산업구조의 특성상 특허 논쟁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특허괴물로 변신한 핀란드의 노키아다. 노키아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의 완성차 업계의 항복을 받아냈고, 조만간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계를 정조준 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노키아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상대로 2G, 3G, 4G 무선통신 표준특허 침해로 독일 법원에 제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노키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표준특허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자율주행 기술발전에 따라 자동차와 인터넷 통신망 연결이 필요충분조건으로 떠올랐다. 무선통신 표준특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자동차 업계에 특허 사용에 따른 실시료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폴크스바겐과 BMW는 2019년 4월 합의해 표준특허 실시권에 합의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부품 제조 납품 회사와 협상하라고 고자세를 취하며 특허실시권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노키아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소송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쟁점은 특허권자의 '사용 범위'다. 노키아는 특허제품 사용업체(완성차 업체)에 특허실시권이 있다고 주장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특허제품 제조 및 판매하는 부품업체에 있다고 반박했다. 

독일 법원은 사용자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노키아가 70억 유로를 공탁하면 다임러는 자동차 판매중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다임러는 지난해 6월1일 노키아의 2G, 3G, 4G에 대한 특허기술에 대한 실시권을 유상으로 받기로 합의하고 관련 소송을 쌍방이 모두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노키아는 독일 3대 완성차에 이어 프랑스의 르노와 씨트로엥-푸조,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겨냥한 실시료 납부를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업체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기지국 등 통신 인프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노키아를 비롯해 반도체 핵심 특허를 보유한 퀄컴, 연결 기술이 강한 샤프 등 강력한 통신·네트워크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IT기업의 자동차 산업 공격준비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 카에 사용되는 4G 관련 표준 특허의 약 70%는 전 세계 48개 통신업체들의 라이선스 플랫폼인 '아반치(Avanci)'가 소유하고 있다. 아반치는 5G 관련 특허에서도 4G와 마찬가지로 차량 구매자의 통신 기술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특허료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유사 협상을 준비 중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특허괴물(Patent Troll)'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전략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다. 

포드, 현대차, 테슬라, 폴크스바겐그룹 등 '라이선스 온 트랜스퍼 네트워크(LOT Network)'를 결성하고 특허를 대량구입 후 무차별적인 로열티 소송을 벌이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대항하고 있다. 

LOT 네트워크는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만든 방식이다. 2014년 구글 주도로 캐논, SAP, 드롭박스 등 6개 기업이 모여 결성한 LOT 네트워크는 회원사의 특허권에 대해 로열티를 내지 않고 서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특정 회원사가 특허를 매각하더라도 나머지 회원사들의 특허 이용권은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한 목소리로 "변호사들만의 잔치가 될 특허 전쟁을 되풀이할 생각은 없다"고 연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비특허 방식의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GM과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리눅스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오픈소스 특허 분쟁에서 회원사를 보호하는 비영리 단체 '오픈 인벤션 네트워크'에 가입해 자율주행을 위한 트래픽 패턴 분석, 충돌 회피, 운영체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애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에 탑재되고 있고 포드와 BMW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융합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IT 및 부품기업 등이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특허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특허청

완성차·IT·부품기업, 자율주행 기술 특허 3파전

완성차 제조사, IT기업, 자율주행 부품기업이 자율주행기술 특허분야 주도권을 잡기 위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신규진입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도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는 이미 구축한 제조기반을, IT기업들은 검색·스마트폰·가전·항법 등 강점을, 부품기업들은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특허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허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IP5(전체 특허출원 85%를 차지하는 5개국 특허청) 자율주행차 특허출원동향(2006~2020) 조사결과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사와 IT기업·부품업체 등 그룹별 선도기업(17개 기업)의 자율주행 특허출원건수는 2만4294건이다. 출원건수는 완성차 제조사가 1만3280건(5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IT기업은 5765건으로 24%, 부품업체가 2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자율주행차 주요기술별로 살펴보면 완성차 제조사는 인지(5630건)와 제어(5423건) 기술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IT기업과 부품업체는 인지(IT기업 3704건, 부품업체 4663건) 기술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특허출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은 특히 IT기업과 부품업체에 대해 완성차 제조사보다 발 빠르게 특허출원량을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어, 향후 특허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별 다출원 순위는 ▲도요타(5239건) ▲소니(3630건) ▲현대차(3080건) ▲혼다(2844건) ▲포드(2069건) ▲LG(2019건) 순이었다. 현대차는 최근 5년간(2016~2020년) 출원건수(2104건)가 이전 5년 대비 2.4배 증가했다. LG는 최근 5년간 출원건수(1691건)는 이전 5년 대비 6.7배 증가해 더욱 적극적으로 출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상위 8개 기업 중 소니(2위), LG(6위), 구글(8위) 등 일본·한국·미국의 3개 IT기업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세경 특허청 자율주행심사팀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 연결, 공유, 전기차 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와 IT기술이 접목되어, 자동차 제조사들이 IT기업을 인수하거나, 스타트업과 연합하는 등 다양한 기업간 투자·제휴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완성차와 IT기업간 특허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허소송을 대비해 자율주행기술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핵심특허 보유기업과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48개 통신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라이선스 플랫폼 아반치 개념도. 사진제공=아반치

특허전쟁, 자동차 값 올린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노키아, 퀄컴, 일본 NTT 등을 포함한 48개 통신업체 연합 아반치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인터넷 연결에 사용되는 커넥티드 카 부품에 대한 특허료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아반치는 1대당 15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주장했다. 

닛케이는 일본 자동차 3사가 부품업체와 비용을 분담하는 등 특허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할 경우, 연간 로열티는 수천만 달러(200억 엔·한화 약 2000억 원 추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차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오는 3월 종료하는 회계연도에 그룹 전체에서 1029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모든 차량에 통신 장치가 장착되고 특허가 사용된다면 로열티로 같은 기간 순이익의 0.7%인 약 200억 엔을 지불해야 한다고 봤다.

아반치는 생산 또는 판매되는 각 제품 단위당 고정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정액 로열티 산법을 요구하면서 로열티 가격 모델을 웹사이트에 게시해 업계 전체에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든 경쟁사들이 주요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라이선스를 동일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반치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관련 특허를 모아 공동 협상을 수행하는 라이선스 플랫폼으로 노키아, 에릭슨 등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차량 탑재 통신기기 전파 송수신 기술 등 커넥티드카에 사용되는 4G 관련 표준 필수 특허의 약 70%를 보유한 48개 통신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7년 BMW와 첫 번째 라이센스 계약을 한 이후 2019년도에 포르쉐, 아우디 및 폴크스겐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볼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플랫폼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테슬라도 지난해부터 아반치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10일 아반치는 LG전자가 아반치의 원스톱 라이선싱 마켓플레이스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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