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황소 떠나고 곰 들어 오나..."시기상조" 예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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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황소 떠나고 곰 들어 오나..."시기상조" 예측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10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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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뒤덮은 장세, 코로나19에 유가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상승 장 이어와...
"하락 속도도 가파를 수 있어"
베어마켓 진입? 섣부른 판단, 금물
각국 정부 적극적 대책 지켜봐야
미국 뉴욕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 앞에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 앞에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10여년간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 온 미국 증시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S&P500지수는 9일(현지시간) 전일대비 7.60%(225.81)하락한 2,746.56으로 마쳤다. 

S&P500지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2009년 초 한 때 730선까지 무너진 바 있었으나 이후 상승추세를 꾸준히 이어왔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19일 3386선까지 치고 올라오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1년간 무려 4배가 넘는 상승세를 지속해 온 것이다. 이는 사상 최장기간의 오름세이기도 하다. 이랬던 미국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과 유가하락이라는 동반악재가 견고했던 미국 증시에 균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11년간 굳건히 이어온 미 증시의 황소 장세가 마무리됐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아직 '베어마켓'으로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최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11년간 이어져 온 황소장세 끝나나

지난9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코로나19가 유럽 및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원유 추가 감산에 반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되레 증산을 결정하는 등 '오일 쇼크'까지 더해지자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개장 10분만에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고, 뉴욕증시는 8% 가까운 폭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오일쇼크'는 에너지 섹터를 무려 20%나 끌어내렸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장을 이끌어온 대형 IT주 역시 폭락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11년간의 황소장세는 끝이 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코로나19'가 가장 큰 악재인데, 바이러스가 어느 수준까지 확산될지, 언제 종식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급여세 인하를 포함한 매우 극적인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 S&P500선물 등은 2% 넘는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미국증시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속해왔는데, 이같은 '취약한 상승'은 시장을 끌어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캔터 피츠제럴드의 피터 세치니 시장전략가는 "11년 동안의 황소 시장은 끝났다"며 "거품이 이 정도로 확장돼있다면 거품이 터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수년간 저금리 정책을 펼쳐왔고, 이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것을 정당화했다"면서 "지난해말 세계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포착됐음에도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탄탄하지 않은 상승 흐름을 보여왔고, 이는 무너지기도 그만큼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의 유가 폭락에 따른 여파는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레고리 퍼든 아버스넛래섬 CIO는 "유가 하락은 부채가 많은 에너지 회사와 관련된 위험 및 신용시장 긴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다른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새로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9일 뉴욕증시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금융섹터(-10.29%)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JP모건체이스가 13.5% 급락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4.70% 떨어졌으며, 웰스파고(-12.43%)와 씨티그룹(-16.17%) 역시 10%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는 여행업계는 물론 제조업 공급망을 무너뜨리면서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기업이익에 대한 위협은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을 옮겨가게 할 것이고, 은행업계 역시 긴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제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자본을 비축하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소비가 침체될 경우 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센터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사움은 워싱턴포스트지에 "완충장치가 없는 저소득층 미국인들은 모든 것에 돈을 덜 쓸 것"이라며 "소비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큰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P500 지수 추이.
S&P500 지수 추이.

◆베어마켓 진입은 시기상조? 

뉴욕증시의 폭락세가 두드러지지만, 전문가들은 베어마켓으로 진입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베어마켓'은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로 정의되는데, 현재 S&P500지수의 경우 최고점 대비 19% 하락한 수준이다. 베어마켓에 근접하긴 했지만,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폭락 장세가 일시적인 흐름일 뿐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블랙록의 최고 투자책임자인 릭 라이더는 "경제에 일시적인 역풍"이라면서도 "일시적이지만 토네이도처럼 강해 일정기간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라는 의견도 나온다. 악화되는 경제가 시장을 끌어내리고, 시장의 하락이 다시 경제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함마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최고경제 고문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은행 등의 치명적인 경색 상황은 아니다"면서 "다만 정부의 대응 여력이 낮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특정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중앙은행에 너무 많이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진정한 생산성 향상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며 "보완적인 국제협조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조치들이 빨리 진행될수록 경제 회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궁극적인 회복은 극도로 낮은 대출금리와 에너지 가격 등에 힘입어 소비자 구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것이 전제된다면 지난 2008년과는 달리 보다 진실하고 지속적인 기초 위에서 경제 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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