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배 에이치알(HR)자산운용 대표는 네번의 기고를 통해 평균적인 투자가라면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손쉬운 연금관리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사용하기 편리하고, 관리부담이 적으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투자방법론을 제시해 은퇴후 자산관리 스트레스를 줄여 보자는 취지다. <편집자주>
[채승배 에이치알자산운용 대표] 장기투자는 정말로 중요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대부분의 자산은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자산을 오래 보유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변동성 때문이다. 자산가격의 변동성은 재무적으로 '위험'으로 불린다. 변동성이 크면 위험이 높은 자산이며,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유하기 어려운 것이다.
투자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수익률의 변동폭은 작아진다. 미국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5년 투자시에는 수익률의 변동폭이 연환산 50%에 달하지만 30년 투자시에는 대략 연환산 10%범위 내로 들어온다.
변동성은 수익률의 적이다. 간단한 예로 살펴보자. 종목 A는 첫 달에는 40%상승, 다음달 30%하락, 그리고 또 40%상승, 30%하락 이렇게 10개월간 반복된다. 이 종목에 투자하면 10개월후 수익률은 (-)10%가 된다.
종목 a는 종목 A의 변동폭의 절반인 첫 달 20%상승, 다음달 15%하락, 그리고 또 20%상승, 15%하락 이렇게 10개월간 반복된다 (종목 A를 50%투자하고, 나머지 50%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경우와 같다). 이렇게 투자하면 10개월 후 수익률은 (+)10%가 된다.
두 종목 모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다만 종목 a가 변동폭이 작았을 뿐이다. 수익율의 변동성이 높으면 ‘변동성하락'(Volatility Drag)이라는 현상에 의하여 수익률이 나빠진다. 변동성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이 펼쳐진다.
투자자산에 어떠한 자산군을 포함시킬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성과의 65%가 자산배분에 의하여 결정되며, 종목선택은 투자성과의 35%만 설명한다.
자산군 선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기국면에 대한 판단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가는 물론 고도로 훈련된 이코노미스트도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맞지도 않을 경기국면에 대한 판단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어떠한 경기국면에도 확률적으로 유용한 자산들을 편입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현 경기국면이 어느 국면인지를 예측하느라 쓸데없는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어차피 경기를 예측할 수 없다면 모든 자산을 다 편입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주식, 채권, 원자재, 현금을 모두 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국가이면서 기축통화가 아니므로 경제위기시에 통화가치의 변동성이 무척 크게 나타난다. 국내투자가라면 경기부진 또는 위기 등에 대비하여 일정부분 달러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전체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시장을 꾸준히 초과할 수 있는 계량적 전략을 연구하는 일단의 분석가들을 퀀트(Quant) 애널리스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효율적 시장가설을 부인하고, 장기적으로 초과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을 찾고자 한다. 미국 탑 10 헤지펀드에 퀀트전략을 사용하는 펀드가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보통의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생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행하기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투자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일시적인 노이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복리의 수확을 거두어야 한다. 따라서 위험 대비 적절한 수익률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어느 경제환경에서도 작동하는 단순한 투자방법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이 연금관리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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