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M&A 열풍 부는 게임업계, 본질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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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M&A 열풍 부는 게임업계, 본질로 돌아가야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4.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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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경기도 판교는 국내 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게임업계의 실리콘밸리다. 판교에서 근무하는 게임기업 임직원 상당수는 요즘 인수합병(M&A) 얘기뿐이다. 왜일까? 국내 상당수 게임사의 CEO 및 경영진이 미래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M&A에 소극적이던 게임업계가 M&A를 반기는 모습이다.

게임기업, M&A에 왜 열중할까

지난 3월, 게임기업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향후 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게임 유저들에게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나치게 해당 게임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는 듯 지난해 글로벌 게임사 350곳을 검토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M&A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택진 대표와 함께 엔씨소프트 경영의 공동책임을 맡고 있는 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대표 역시 지난달 M&A를 위해 이미 사내에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치열한 검토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A보다 자체 게임개발에 집중하며 개발사 이미지를 유지해온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성장전략이 전환된 모습이다.

지분투자 역시 활발하다. 게임산업 진출을 꾸준히 모색한 하이브의 개발사 하이브IM은 넷마블 출신의 박범진 대표가 설립한 아쿠아트리에 30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우수게임에 대한 퍼블리싱(배급) 권한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강소게임사 웹젠 역시 올해 초 신생게임사 및 개발사에 350억원이 넘는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적게는 몇백억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거론하며 게임기업이 M&A와 지분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게임업계 성장률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요인은 외부환경 변화에 있다. 게임산업의 성장률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21.3%로 가장 크게 늘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자 10대부터 40대까지 온라인게임에 모인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의하면 2021년에도 게임산업은 11.2% 성장했고 2022년에도 5.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2022년 국내 게임산업이 기록한 22조 2149억원 매출은 역대최고 실적으로 손꼽힌다. 게임산업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창출한 플랫폼은 어디일까? 여기선 PC방의 하락과 모바일의 성장이 돋보인다. 

모바일게임은 전체 매출에서 무려 58.8%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이 일상이 되었고 코로나로 PC방에 가기 어려워지자 모바일게임 수익이 업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뒤를 이어 PC게임 26.6%, PC방 8.4%를 기록했다. 코로나19는 PC방의 몰락을 가져왔고 나 홀로 하는 게임 전성시대를 불러왔다. 

게임산업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린 건 2023년이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며 기존 게임 IP에 안주하던 게임기업의 성장이 하락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추정에 의하면 지난해 게임산업 매출은 10.9% 감소한 19조 7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했다. 2013년 게임산업 규모가 하락한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한파가 형성되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23. 사진=연합뉴스

게임기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게임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웹툰과 달리 상호작용하며 자신이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는 데 그 매력이 있다. 그러나 게임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사이 집에서 게임에 집중하던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그들의 요구사항 역시 많아졌다. 게이머의 게임평가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때로는 애널리스트보다 냉정하다.

전문가들은 동영상스트리밍(OTT) 넷플릭스의 부상, 재택시간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게임산업의 하락을 점치고 있으나 실상은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15년 전, 게임에 관해 우리의 상대가 안 될 것이라고 예측한 중국의 지난해 게임산업 매출은 55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기업은 유망 IP와 외부 개발사의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M&A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게이머들이 기존 IP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퍼붓는 상황에서 이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빠른 처방조치를 M&A로 생각한 것이다. <리니지>, <배틀그라운드>에 한없이 의존할 수 없는 상황, 게임기업의 걱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게임기업의 본질은 게임개발에 있다. 엔씨소프트는 2조 3000억원이 넘는 유동자산을 보유했음에도 괜찮은 M&A 매물이 없다는 점을 호소한다. 과거, 미래가치에 주력하며 우수한 게임을 만들던 중소형 개발사들이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에 힘입어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며 그 대가로 상상력을 잃어버린 탓이다.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가 국내 게임산업의 장르가 되었다고 게임 유저들은 얘기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스토리텔링을 일궈내던 국내 게임기업이 유사한 유형의 게임만 양산하다가 게이머에게 외면 받는 것을 질타하는 표현이다. M&A도 중요하지만 게임기업의 본질은 상상력, 창의력에 기반을 둔 게임개발에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0조원 밑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M&A로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급할수록 지름길보다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2024년 2월에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학술연구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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