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 더 이상 쇄신을 미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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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카카오, 더 이상 쇄신을 미뤄선 안된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12.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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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사내 홍보팀이 가장 바빴을 기업은 어디일까? 아마 카카오였을 것이다. 엄청난 확장세로 한때 진격의 거인으로 불렸던 카카오는 성장의 과도기에서 오는 혼란과 내부 갈등이 끊임없이 외부로 표출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김범수 창업자는 연일 국민 앞에 공개 사과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40대 여성을 신임대표로 앉히며 새롭게 재탄생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정된 정신아 대표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카카오, 쇄신을 위해 40대 여성 CEO를 선택하다 

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인물은 정신아 신임대표다. 컨설팅기업과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으니 누구보다 카카오의 내부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10년간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활동하며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필요한 기술과 투자 방향 그리고 문제해결능력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고 업계에서 평가 받고 있다. 

카카오의 40대 여성 신임대표 발탁은 언론에서 화제를 낳기에 충분했다. 2년 전, 네이버 역시 40대 여성 임원을 신임 대표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가 쇼핑에서 인수합병과 글로벌이라는 방향성 전환을 위해 최수연 대표를 CEO로 발탁한 점과 정신아 대표가 카카오의 내부 조직문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발탁된 점은 엄연히 다르다. 

2021년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세에 관해서만 모든 언론이 주목하고 있을 때, 필자는 카카오 내부 특유의 형님-동생 문화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진격의 거인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카카오에서는 끊임없이 조직문화 이슈가 불거졌다.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의 문화에 대해 폭로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지난달 화제가 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의 내부 병폐에 대한 통렬한 지적은 블라인드에서도 다수의 카카오 임직원에게 개혁을 위해 그리고 쇄신을 위해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압도적으로 받았다. 통상 기업 임원의 언행에 대해 임직원의 의견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에서도 조직문화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은 자신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카르텔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IT업계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과감하게 직언하는 리더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범수 창업자와 30년 지기이기에 보다 진솔한 내부 폭로 또는 건설적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정신아 대표 앞에는 조직문화의 대대적 쇄신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은 리더십에 있다

정신아 대표의 부임에 언론이 주목한 이유는 단 하나로 요약된다. 여성 CEO이기에 남성 위주의 형님-동생 문화, 인맥 위주의 인사관리를 좀 더 정교하게 잡아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보편적인 조직문화 특성상, 남성보다 여성 CEO가 인맥 위주의 인사관리 그리고 불합리한 형님-동생 문화를 해소하는데 적임자가 될 수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환경의 변곡점마다 신사업을 일으켜 고용창출과 혁신을 주도해 왔다. 기업가정신이라는 영역에서 국내 CEO 중 김범수 창업자를 넘어서는 인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가 사업을 할 때마다 늘 그의 곁엔 오랜 기간 그와 친밀감을 나눈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선점, 사업을 함께 해왔고 문제는 늘 거기서 불거졌다.

리더십의 성패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적재적소에 자격과 역량을 갖춘 가장 적합한 인사를 앉히는 것. 그리고 내부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 김범수 창업자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서 사업영역을 개척한 점은 최고지만 적재적소에 가까운 사람만을 중용했고 카카오 임직원의 잠재력과 동기부여를 긍정적으로 일깨우지 못했다. 

정신아 대표는 쇄신테스크포스(TF)장을 맡아 직접 카카오 쇄신을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통해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그녀가 언급한대로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정신아 대표는 쇄신TF를 이끌면서 카카오의 리더십 문제를 정밀 진단해야 한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모든 문제는 리더에게서 비롯되고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리더십으로 끝난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기습 전량 매도 사건,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 문제 그리고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의 내부 비판 뒤에는 주먹구구 리더십, 160개 계열사가 방향성 없이 무한 확장만 거듭한 데 있다. 

카카오는 매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성찰과 투명한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킨 사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신뢰를 잃긴 쉬워도 다시 회복하긴 어렵다. 

카카오는 쇄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대중은 그리고 시장은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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