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동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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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동화는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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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올바른 역사관이 무엇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는 시절이다. 부끄럽다고 해서 혹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에 실제 겪었던 역사를 지워버리고는 믿고 싶은 역사로 왜곡해 버리는 시절이 된 듯하다. 

그런 이 시절, 8·15 광복절을 맞이해 뜻깊은 모임이 열렸다. ‘어린이문화연대’가 주최한 ‘광복 78주년 기념 역사동화 이야기 마당’에서 ‘역사는 무엇인가’하는 화두와 대한민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역사동화’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함께 나눈 것.

광복절에 생각해보는 바른 역사관

행사를 주최한 ‘어린이문화연대’는 어린이 운동 단체들이 교류하며 건강한 어린이 문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모임이다. 각종 정책 토론이나 심포지엄을 주최하고 문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광복절 ‘어린이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광복 78주년 기념 역사동화 이야기 마당’은 어린이들에게 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어린이문학, 특히 역사동화와 이를 창작하는 작가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는 현장에 20여 명, 비대면 화상으로 10여 명이 모였는데 어린이문학 작가들과 어린이문화연대 관계자들은 물론 역사동화를 즐겨 읽는 어린이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겸해 ‘역사동화는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어떤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느냐가 현재와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역사를 정의했다. 그래서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 즉 역사관이 중요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주영 대표는 역사관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임진왜란과 관련한 서사를 예로 들었다. 한때 임진왜란 하면 선조와 원균의 무능함을 떠올리는 어린이들이 많았다고. 이는 무능한 권력층이 다스리던 조선은 일본처럼 개화하고 힘이 강한 나라에 의해 지배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읽은 결과라고 이주영 대표는 설명했다.

그래서 누가 쓴 역사동화를 읽었느냐가 중요하다고. 작가의 역사관이, 때로는 자의적 해석이 작품에 담기기 때문이다.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부끄럽다고 해서 사실을 왜곡하면 그 작품을 읽은 어린이 독자의 미래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작가들이 알아야 한다고 이주영 대표는 강조했다. 

역사동화 공모전 수상작 <찾아라, 백주화>

이날 행사에서는 ‘역사’와 ‘광복’이라는 의미와 어울리는 <찾아라, 백주화>라는 역사동화를 소개하는 한편 이 작품을 집필한 작가와의 대화 순서도 가졌다.

<찾아라, 백주화>를 쓴 신지명 작가는 3·1운동과 촛불혁명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1919년 3·1운동 전날, 주인공은 2017년 촛불혁명의 한복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민족의 운명이 달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에서 만난 이들과 작은 단서를 따라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지난 100년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거의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왠지 지난 역사에 그런 인물이 실제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시감이 들게 한다. 

신지명 작가 또한 창작 과정에서 인물 창조, 특히 악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누구를 콕 집지 않더라도 일제강점기에 친일 활동을 한 다양한 인물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했다.

3·1운동과 촛불혁명이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만큼 신지명 작가는 혹시 역사를 왜곡하지 않을까 혹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최초의 구상에 수정을 거듭하는 건 물론 초고 완성 후에도 많은 부분을 덜어내게 되었다고도 설명했다. 

중요한 건 100년 차이가 나는 두 혁명의 원동력에 시민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고 신지명 작가는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었지만 어른이 읽어도 메시지는 묵직했다.

지난 8월 15일 어린이문화연대에서 열린 ‘광복 78주년 기념 역사동화 이야기 마당’. 사진=강대호

<찾아라, 백주화>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현북스에서 주최한 제1회 ‘역사동화공모전(2022)’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에는 크고 작은 문학 공모전이 많다. 어린이문학 관련 문학상도 제법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어린이문학계에서 역사동화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펼친 건 지난해 현북스가 처음이었다. 

최초 혹은 유일하다는 의미도 크지만, 창작 소재 범위를 지난 100년의 역사로 콕 집어 공모한 것 또한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사실 역사동화는 소재 측면에서 범위가 매우 넓다. 단군 시대를 다룰 수도 있고,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혹은 조선시대를 담을 수도 있다. 그렇게 왕조의 역사를 소재로 삼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시대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북스는 역사동화 공모전의 소재 범위를 지난 100년, 즉 ‘독립운동기’와 ‘민주화운동기’로 정했다. 어린이들이 이 기간의 역사를 ‘올곧게’ 바라보길 바라는 출판사의 의도가 보이는 지점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남호 현북스 대표도 지난 100년의 역사가 소중하고 올바르게 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모전을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시대의 역사와 역사동화

현충원에 묻힌 어느 유명한 장군의 친일 기록이 지워졌다. 과거 대통령들의 행적이 추종자들에 의해 미화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의미를 오도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다시 말해, 역사가 왜곡되고 있는 것.

이런 일들이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계속된다면 어쩌면 다음 세대는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왜곡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의 역사와 이를 올곧게 바라보는 역사관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역사동화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만약 세상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더라도 역사동화가 바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이라면 무엇보다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바른 생각과 행동을 몸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 실천 중 하나가 좋은 책을 권하는 것일 텐데 올바른 역사관으로 쓰인 역사책과 역사동화를 골라준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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