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KT 차기 CEO가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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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KT 차기 CEO가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8.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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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식물경영 상태에 놓였다는 조롱을 받던 KT가 드디어 차기 CEO를 선정했다. 3인의 최종 후보가 KT의 미래와 혁신을 위해 최종면접에 나선 후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마침내 KT의 신임 CEO로 확정된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KT의 차기 CEO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하마평과 논의가 진행된 만큼 거의 10개월의 진통 끝에 선정된 셈이다.

경쟁사 출신 후보를 차기 CEO로 선택한 KT 이사회 

이번에 차기 대표이사로 선정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LG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사에 입사한 후 LG CNS 등을 거쳐 지난해 퇴임한 정통 LG맨이다. LG유플러스와 LG CNS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통신업계 이해도 또한 높은 인물이다. 경쟁사 출신 그리고 기술 분야가 아닌 재무 전문가이기에 차기 CEO에 적합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모 언론을 통해 KT 구성원들이 최종 후보 3인 중, LG 출신의 경쟁사 임원을 반기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사회에서도 KT 내부 출신의 후보 보다는 미래혁신을 위해 외부 출신 인사가 CEO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는 후문도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를 유력 후보로 줄곧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KT의 차기 CEO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택했다. 통신업을 포함해 전문가들이 이직하는 사례는 이제 빈번한 만큼 경쟁사 출신이 안된다는 것도 고지식한 생각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김영섭 신임 CEO는 LG CNS에서 하이테크사업과 솔루션사업을 맡았기에 재무 전문가로 국한하는 것도 타당하진 않다. 

재무 전문가, 경쟁사 출신보다 더 중요한 점은 김영섭 신임 CEO가 어떤 역량으로 KT의 방향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구현모 사장 시절, KT의 경영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 기업가치 상승을 구현모 사장이 창출했기에 김영섭 신임 CEO는 수익성과 함께 KT의 미래 방향성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CEO가 짊어진 무게 

언론에서는 아직까지 김영섭 차기 CEO를 CEO로 표현하진 않는다. 이사회는 그를 선택했지만 주주총회의 최종 판단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현모 사장의 연임 확정 그리고 구현모 사장을 차기 CEO로 성급히 표현했을 때와 달리 언론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김영섭 차기 CEO의 포지션은 아직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일 뿐이다. 

KT의 임시 주주총회는 8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해당 임시 주총에서 의결 참여주식의 60% 이상 찬성이 나오면 김영섭 차기 대표이사 후보는 최종 CEO로 확정된다. 구현모, 윤경림 사장 등이 연이어 좌초되었기에 김영섭 차기 CEO도 KT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 그리고 KT의 안정성을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이제라도 적극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 KT의 유력 CEO 후보로 거론되었던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심사과정에서 자신이 KT 이사회에 제출한 직무계획서와 이사회 발표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KT를 포함 국내 기업의 CEO 후보에 오른 인물이 제출자료를 모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 공개 후 논란이 일었지만 이를 나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의 직무계획서와 발표자료는 덕분에 모든 이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차상균 교수가 언급한대로 해당 자료는 이제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스포츠, 제조 및 엔지니어링,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해야 함을 역설했다. KT 실리콘밸리 캠퍼스도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였다. 

자신의 장점인 AI 및 데이터사이언스, 기술 분야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KT의 방향성에 접목한 내용이었다. 일각에서는 김영섭 KT의 신임 CEO는 주총 승인을 받으면 재무 전문가였던 만큼 사업 효율성에 주력, KT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KT의 차기 CEO가 효율성에 머문다면 내부 반발은 더욱 거셀 것이다.

KT의 CEO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춰야 하고 동시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에 대한 전문성도 함양해야 한다. 이미 KT는 AI 적용범위를 확대해 관련 사업을 더욱 키우겠다는 장기적 비전을 이전부터 강조해왔다. 김영섭 CEO의 재무적 역량은 출중하지만 차기 CEO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의 역량도 입증해야 한다. 

조직의 안정과 함께 외풍에 대한 대응 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외풍으로 인해 KT의 대표 선임은 지난 8개월간 무려 세 번이나 번복되었다. 그 사이 내부 구성원의 불만은 비례해서 누적되었다. KT에게 조직 안정이란 내부의 목소리와 함께 외부의 바람이 뒤섞여 전달되어 빚어지는 현상이다. 차기 CEO는 조직의 안정을 찾기 위한 묘수를 찾아야 한다.

환희는 잠깐, 왕관은 쓰는 순간 무겁다

1999년, 새천년을 앞두고 희망과 설렘이 교차하던 마지막 장날 국내 시가총액 1위는 놀랍게도 KT가 차지했다. KT는 1999년 55조 8000억원이 넘는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20세기를 마감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하락세를 걷던 KT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비로소 10조원에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다. KT가 시가총액 10조원을 기록한 건 9년 만의 일이다. 

2023년 현재 KT의 시가총액은 참고로 8조원이다. 불과 1년만에 시가총액의 20%가 외풍 압력, 식물경영 논란 등에 의해 빠져나갔다. 시가총액 하락보다 더 무서운 요소는 KT에 기대를 걸었던 다수의 주주와 떠나간 고객들이 남긴 실망이다. 김영섭 차기 CEO는 선출과정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경영자로서 넘어야 할 진짜 능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신임 CEO에게 쏟아지는 환희는 잠시일 뿐 이제 곧 왕관의 무게가 다가오고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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