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잘파세대'는 왜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선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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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잘파세대'는 왜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선호할까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9.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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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젊은 세대가 갤럭시를 외면하고 애플의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애플은 이미 서울에만 5개의 애플스토어를 열고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30에 이어 1020까지 애플에게 시장을 완전히 장악 당할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가 강남에 매장을 열고 방어에 나선 까닭이다. 

세대를 가르는 키워드...아이폰이냐 갤럭시냐 

테크앰 매거진에서 지난 7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아이폰과 갤럭시 중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가 세대를 구분하는 핵심 키워드라는 것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하면 18~29세의 아이폰 사용 비율은 65%로 삼성의 갤럭시(32%)를 압도한다. 흥미로운 건, 50대 이상에서는 갤럭시가 80% 비중으로 20%의 아이폰을 압도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삼성의 갤럭시를 쓰지만 삼성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MZ세대에게 아이폰은 트렌드, 갤럭시는 올드하다는 프레임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이미 '잘파세대(Z+Alpha)'로까지 분화되고 있다. 기존의 젊은 세대를 대표해왔던 MZ세대 중 M세대(1981년~1996년생)가 30대와 40대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단 뜻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조사연구소 결과에 의하면, M세대를 뜻하는 30대 시장에서 갤럭시의 사용 비율은 56%, 아이폰은 41%로 나타났다. 즉, M세대를 제외한 20대 중반 이하의 잘파세대는 갤럭시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기성세대 상징이라고 읽는다. MZ세대, 잘파세대의 구분 자체가 억지일 순 있으나 세대는 이미 아이폰과 갤럭시로 양립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유지하는 걸그룹 뉴진스가 신곡 ‘ETA’ 뮤직비디오를 아이폰으로 연출한 건 이른바 잘파세대에게 아이폰이 어떤 이미지를 갖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와 예능 음악프로그램에서 아이폰으로 서로의 모습을 촬영하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뉴진스가 아이폰의 영향력을 빌린 모습이다. 

모 연예매거진은 국내 K-POP을 선도하는 아이돌의 SNS를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그들의 SNS에서 아이폰이 드러난 장면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갤럭시가 보인 모습은 아예 없었다는 기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폰 사용자끼리 서로 공유하는 에어드롭, 아이메시지 기능은 이미 10대에겐 핵심아이템. 갤럭시 사용은 잘파세대에서 왕따가 될 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파크에서 공개된 아이폰 15 신제품. 사진=연합뉴스

'애플은 혁신, 삼성은 가성비'로 읽는 세대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다수의 학생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애플의 디자인이 세련되다', '애플의 기능이 좀 더 섬세하다' 이외에 구체적으로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어떤 측면에서 더 나은지 설명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1020, 잘파세대의 평가는 애플은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지만 삼성은 가성비 그 자체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애플에 대한 선호도는 비단 국내만의 이슈도 아니다. 지난 9월 초, 중국 정부는 정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아이폰15 출시를 눈앞에 둔 애플에겐 악재. 이미 탈중국을 외치며 중국에 대한 대외의존도를 줄이려는 애플에게도 이는 타격이 되는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아이폰 15시리즈는 1분만에 매진되는 기현상을 기록했다.

중국정부는 자국 공무원에게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 애플의 시가총액을 이틀 만에 200조원 날리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참고로,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애플의 3번째 시장으로 평가 받는 지역이다. 반격은 놀랍게도 중국의 젊은이들. 애플스토어는 10분만에 다운되었고 30분도 안돼 아이폰15 제품은 준비한 물량 모두 완판되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국내에선 기성세대가 삼성의 갤럭시를 선호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겐 국적과 상관없이 아이폰은 명품이자 트렌드의 상징이다. 연예인은 늘 아이폰을 자랑스럽게 SNS에 올린다. 애플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지만 삼성의 갤럭시는 보급형과 프리미엄 제품이 혼재되기에 브랜드파워에서 밀린다는 전문가의 평도 이어진다.

애플은 올해 금융산업에 뛰어들어 월가와 주요 금융기관의 주가를 초토화시켰고 금융마피아로 불린 골드막삭스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애플은 iOS17 건강앱에 정신 건강탭을 추가, 사용자의 운동 및 수면시간, 마음챙기기 시간을 추적 관리하는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를 통해 애플은 사용자의 감정까지 컨트롤한다.

북저널리즘의 김혜림 에디터는 애플은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애플제품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하는 전략에 집중한다고 언급한다. 애플 광고에선 애플워치를 갖고 있는 사람은 터널 및 산속에서 구조요청을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고립된다고 얘기한다. 애플은 자사 제품을 소유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불안감을 전략으로 활용한다. 

폴더블, 접는다고 대세가 될 순 없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희망은 폴더블폰에 있다. 젊은 세대에 집중하기 위해 내놓은 갤럭시Z 플립5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폴더블폰의 디자인 및 기능을 자세히 살펴보면 삼성이 얼마나 잘파세대를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다. 애플이 폴더블폰에 아직 참전하지 않았기에 해당 시장에서 미래 세대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은 폴더블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폴더블폰이 잘파세대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엔 회사의 총체적 역량과 브랜드파워가 집결된다. 잘파세대는 애플 제품을 갖지 못하면 불안하다고 느낀다. 애플은 혁신과 변화인데 어린 그리고 젊은 내가 뒤처질 수 없다는 강박을 그들은 갖는다. 

1020인 잘파세대는 삼성에게 아직 강박을 느끼진 못한다. 접는다고 해서 대세가 될 순 없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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