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새마을금고의 위기, 투명성 회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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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새마을금고의 위기, 투명성 회복이 중요하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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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새마을금고의 광고에는 ‘든든한 금융, 안전한 자산’이라는 문구가 크게 실려 있다. 1인당 5천만원까지 보호된다는 점 그리고 새마을금고 지점별로 각각 적용되는 예금자 보호제도는 평범한 중산층 가계에 믿음과 안정을 주기 충분했다. 그랬던 새마을금고가 설립 60년만에 안전 대신 불안전, 믿음 대신 불신이라는 위기를 고객에게 주고 있다. 

2배 더 안전하다고 외친 새마을금고의 위기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기관이다. 농협, 수협 등 다른 협동조합과 동일하게 개별근거 법률이 존재하지만 특이한 부분은 기타 금융기관과 달리 금융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부가 감독관할 기관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신협을 제외한 농협과 수협 등 여타 금융기관도 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해양수산부 소관이라는 점은 항상 유념해야 한다.

참고로, 새마을금고는 11년 전인 2012년에도 과장 광고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새마을금고는 2배 더 안전합니다.’라는 문구를 지면광고에 크게 넣어 금융업계의 빈축을 샀다. 새마을금고가 강조한 2배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금자 보호제도로 한번!, 지불준비금 제도로 또 한번!”이었다. 

다만, 예금자 보호제도 그리고 지불준비금 제도는 다른 금융기관도 모두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융기관보다 2배 더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당시 저축은행이 저축은행 대란 사태로 인해 영업 정지되는 틈을 타 새마을금고가 보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저축은행 대란으로 확장 전략에 나선 새마을금고 역시 지난 해부터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문제가 이유였다. 쉽게 말해, 건설사의 지역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후 돈을 받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새마을금고가 부동산사업에 투입한 공동대출의 연체율은 20%에 육박했다. 

위기가 발발하자 새마을금고는 위기관리 대신 5%가 넘는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으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에게 특판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은 집단대출 부실로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금 확보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든든한 금융, 안전한 자산을 외친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소비자의 불신에서 시작된 뱅크런

정부는 서둘러 새마을금고의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지난 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사직동 새마을금고에 방문, 6천만원을 예금한 장면은 새마을금고 고객에게 주는 시그널이다. 전날 행정안전부 차관 역시 또 다른 새마을금고 지점에 방문, 금융상품을 구입하고 현금을 예치했다. 고객의 뱅크런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뱅크런이 심각한 이유는 두달간 자금 7조원이 빠져나간 데 있다. 2011년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사태와 유사한 점을 지적한 언론도 많았지만 당시 위기는 부동산 PF에서 시작된 이슈가 아니었기에 이번 사태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모 방송뉴스에 의하면 서울 전체 230개 금고의 절반에 해당되는 109곳의 연체율은 5%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장과 행안부 차관이 예금을 해도 고객이 불안에 빠진 이유는 새마을금고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데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새마을금고 부실지점 명단과 부실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무엇인지 이미 여기저기 퍼진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새마을금고 홈페이지는 지점별 공시자료에 관해 되려 문을 닫아 놓았다. 

폐쇄적인 정보 관리는 고객의 불신을 키운다. 예컨대 농협, 수협은 같은 상호금융이지만 금융감독원에 매달 연체율을 보고해서 위기관리를 신경 쓰는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기에 6개월에 단 한 번만 연체율을 보고, 관리한다. 금융당국의 감독체계 일원화 필요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든든함과 안전함의 필요충분조건은 투명성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마을금고, 투명성으로 돌아가야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기 진화에 나선 후 중도해지한 새마을금고의 고객 중 꽤 많은 이들이 다시 예금, 적금을 재예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새마을금고 또한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특성을 활용, 직원들이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 및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예·적금 원금 및 이자보장 안내와 중도해지 손해 등의 계획을 능동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의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새마을금고의 고객은 2030 세대보다 50대 이상의 장년층에 집중되어 있다. 시중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뱅킹에 할당하며 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새마을금고는 오프라인 지점에 좀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란 사태는 장년층의 생활안정에 보다 많은 타격을 미친다. 

주식도 아닌 예금을 위해 지점 경영공시를 찾아보는 불안감까지 느낀다면 고객은 급격히 이탈할 것이다. 일부 새마을금고 지점은 고객들에게 단체 문자를 발송, 자신들의 연체율과 안정성 등급 등을 모두 공개하며 고객 확보와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각 지점별로 고객에게 연체율 등 필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우리에게 든든한 금융과 안전한 자산을 약속했다. 예금자 보호제도와 지불준비금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이 믿을 수 있는 기관의 투명성 확보에 있다. 수면 아래로 숨길수록 고객은 빠르게 이탈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든든하다고, 그리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다. 이는 상식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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