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심각한 오토바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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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심각한 오토바이 문제
  • 호치민=강태윤 통신원
  • 승인 2023.08.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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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강태윤 통신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새로 도착한 일본인 아카리 하라구치(Akari Haraguchi)는 베트남 매체 VnExpress와의 인터뷰 에서 “첫 출근 후 집에서 사무실까지 3km를 걷겠다는 생각을 즉시 접었다”고 말했다.

27세의 이 외국인은 "일본에서 3km를 걷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만, 첫 출근 날 걸어본 후 즉시 회사 셔틀 서비스를 신청해야 했다. 인도 및 도로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는 오토바이를 끊임없이 피해야 했다. 그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찜통 더위와 흙먼지가 올라와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밝혔다.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통 수단이다. 전국적으로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거의 6배 더 많다. 베트남 오토바이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2022년에 총 300만 대 이상의 오토바이가 판매돼, 분당 5.8대의 오토바이가 판매됐으며, 이는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보다 120% 증가한 수치다.

증가하는 교통량은 도로 인프라 개발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도시 지역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는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인도로 올라와서 주행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보행자의 보행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물리적 공간이 보행자가 희생해야 하는 유일한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와 인도를 공유하면서 보행자도 배기 가스에 노출되고 있다.

호치민 시티 교통부 차장 부이 호아 안(Bui Hoa An)은 2021년 일산화탄소(CO)와 탄화수소(HC)를 포함하여 오토바이에서 생성되는 화학 물질이 차량으로 인해 인해 발생하는 대기 오염의 약 9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거리를 뒤덮은 오토바이 물결. 사진=유튜브 캡처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거리를 뒤덮은 오토바이 물결. 사진=유튜브 캡처

많은 외국인들이 여전히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호치민 시티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마크(Mark)라는 31세 미국인은 "거리가 너무 붐벼서 아무도 움직일 수 없는데, 일부 운전자는 여전히 '마법의 소리'가 그들을 더 빨리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경적을 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외국인이 베트남의 오토바이 문화에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약 10개국에서 오토바이를 타본 39세의 다니엘 골드(Daniel Gold)는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타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안 도시 냐짱(Nha Trang)에서 살고 있는 이 미국인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서구 국가의 어떤 교통 수단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다. 예를 들어 거대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대신 편의점 바로 앞에 오토바이를 주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억 인구의 베트남에는 약 4천 만 대의 오토바이가 있다. 대도시 이외 지역,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오토바이가 편리하고 필수적인 교통수단이지만, 도로를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는 대도시 지역에서는 오토바이로 인하여 심각한 교통체증 및 대기오염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금년 9월에 전철 1호선을 개통하는 호치민 시티는 오토바이 수요를 전철로 대체하기 위해 도심지역에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오토바이에 대한 절대적인 애호를 생각하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어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태국 방콕, 미얀마 양곤 등의 대도시의 오토바이 운행 제한 정책을 볼 때, 머지 않아 베트남의 하노이, 호치민 시티 등의 대도시도 과감한 정책시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강태윤 베트남 통신원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후 LG상사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2년부터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현재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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