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관심경제의 열쇠,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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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관심경제의 열쇠, 유니버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6.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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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국내 영화계의 침체와 우려는 지난달 30일까지 계속되었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영화는 거의 없었고 이미 촬영과 편집까지 완벽히 마친 창고 속 영화가 100편이 넘는다는 기사도 이어졌다. 국내 유수의 배급사들은 넷플릭스 등 OTT로 인해 영화계 불황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기를 단숨에 잠재운 영화가 바로 <범죄도시3>다. 

<범죄도시>와 <미션임파서블>이 지닌 힘 

<범죄도시3>는 영화계에 위기가 있었는가라고 반문이라도 하듯이 엄청난 흥행 열풍을 보이고 있다. 뒤이어 여름방학 대목을 노리고 7월 12일 미션임파서블의 7편째 시리즈인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영화의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업계는 마동석과 톰 크루즈가 문을 연 세계관이 흥행을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한다. 

<범죄도시3>를 본 관객의 평가는 ‘재미있다’가 대부분이지만 전작 대비 아쉽다는 평도 꽤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관객들은 내년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4>를 볼 것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한다. 영화계는 이를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파워로 설명한다. 배우 마동석 역시 인터뷰에서 범죄도시의 세계관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동석과 톰 크루즈가 보여준 캐릭터는 영화마다 비슷하다. 히어로가 빌런을 심판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식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항상 영화의 흐름이 비슷하지만 개봉하면 국내 그리고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구가한다. 고객을 열광하게 하고 관객을 흥분시키는 것이 기업의 목표가 된 지금, 세계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관심경제를 자주 언급한다. 교과서적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면, 소비자의 관심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를 유인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학문적 관점에서 관심경제를 극대화하려면 소비자의 개별 욕구와 기호에 맞는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개인의 관심은 대중의 관심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에서 생각하는 관심경제는 조금 다르다. 개인의 관심에 초점을 두기보다 대중을 열광하고 몰입하게 하는 트렌드를 형성, 소비자의 관심과 기호를 자신들의 유니버스(세계관)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얘기한다. 배우 마동석이 보여준 범죄도시 시리즈 그리고 톰 크루즈가 보여준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유니버스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혁신이라는 유니버스에서 나오는 애플의 힘

지난 4월, 애플이 미국에 고금리저축상품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금융계 진입을 선언한 초기, 미국 주요 은행의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애플이 금융업에 뛰어든다는 이유 하나로 해당 업종의 기업 주가가 흔들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애플이 누구인가? 10년 넘게 전 세계 기업 중 브랜드 가치 1위,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애플이 금융 분야 진출을 통해 금융산업에 쇼크를 준데 이어 이달 5일,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디바이스 비전 프로(Vision Pro)를 내놓아 또 다시 화제를 모았다. 스마트폰을 손안에 든 컴퓨터로 정의했던 애플은 비전 프로라는 신제품을 공개하며 ‘최초의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애플은 시장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애플 역시 자신들의 고객을 자사의 유니버스에 빠져들게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줄을 서 구매하려는 모습은 이제 진풍경도 아니다. 애플은 20~30대 고객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오죽하면 삼성이 애플스토어에 위기를 느껴 강남역 10번출구에 초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겠는가.

삼성이 강남역 한복판에 지하 1층~지상 5층의 초대형 매장을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아이폰을 포함, 애플의 신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애플의 유니버스가 미치는 힘이 국내에서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2030은 애플을 혁신으로 읽는다. 결국, 삼성이 애플의 힘을 차단하기 위해 방어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자신들의 고객을 자사의 유니버스에 빠져들게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애플의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도 유니버스 형성을 고민해야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강남역에 초대형 삼성스토어를 연다는 기사가 이어졌지만 네티즌들의 평가는 야박했다. 삼성스토어에 가면 직원들은 청바지, 유니폼 등으로 캐쥬얼한 느낌을 선사하지만 일반 가전제품 매장에서 느끼는 이미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삼성의 브랜드가치가 한 단계 나아가려면 삼성만의 스토리가 각인되어야 한다. 

K-POP과 K-드라마, K-영화는 이미 해외에서 별도의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 콘텐츠 전문가들은 앞에 K가 붙으면 한국 고유의 특색 있는 스토리가 반영될 것 같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K-콘텐츠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대중에게 긍정의 기대심리를 형성해줬다는 뜻이다. BTS 그리고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아쉽지만 국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는 아직까지 소비자를 열광하게 할만한 유니버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은 혁신, 창조, 경계선 확장, 연결성 등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자사의 유니버스를 심어줬고 이들은 연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높은 시장가치를 창출시켰다. 소비자가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지만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대중 그리고 소비자의 열광이나 기대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두 기업만의 얘기도 아니다. 국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사업영역을 잇는 세계관 그리고 이를 포괄하려는 전략적 고민도 부족하다. 전략의 시작 그리고 끝은 유니버스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차별화된 유니버스(세계관)가 없으면 대중과 시장은 쉽게 돌아선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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