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 칼럼]후쿠시마 오염수 보도, 과학적이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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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칼럼]후쿠시마 오염수 보도, 과학적이어야 하는 이유
  • 윤경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13 10:5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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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칼럼니스트]

#. 90년대 말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1998년 번데기와 골뱅이 통조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술안주로 인기 있는 통조림에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공업용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인용한 뉴스였다. 기사에는 '통조림에 발암물질 등의 자극적 제목이 달렸다. 30여 건의 이런 기사가 한 달간 신문과 뉴스를 장식했다.

문제의 통조림이 이미 110만여 개가 시중에 팔려나갔다는 뉴스를 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수사 결과 통조림 회사 대표와 관계자들이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됐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였다.

그러나 징역 6년이 구형됐던 가공식품회사 대표와 공장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알고 보니 자연 상태의 어류와 야채 등에서도 상당량의 포르말린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문제 삼은 포르말린 통조림에서는 1kg당 0.02~0.19mg의 포르말린이 검출됐는데 이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정도의 양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말린 표고버섯에서 검출된 양의 1만5천분의 1 수준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한 마디로, 인체에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 양이었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한 결과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기소됐던 통조림 업체 관계자들은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회사는 다 망한 뒤였다. '치명적 방부제 통조림'이라는 낙인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상품이 팔리지 않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기소되지 않은 다른 통조림 업체까지 덩달아 무더기로 폐업해야 했다. 통조림 기피 현상 때문에 중소업체였던 20여 개 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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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가 닭과 오리를 사육하는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00년대 초 조류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는 2003년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철새의 분변을 통해 퍼지면서 전국의 닭과 오리를 사육하는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도 전염된다고 알려지면서 공포가 확산됐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의 접촉 또는 감염된 조류의 배설 분비물에 오염된 사물과의 접촉을 통해 사람도 감염된다.

인간이 감염될 경우 결막염 증상과 발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 전형적인 인플루엔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폐렴과 급성호흡기부전 등 중증 호흡기 질환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닭고기와 오리고기 기피 현상이 급속도로 번졌다. 치킨집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했다. 닭을 대거 살처분하면서 계란값도 폭등했다. 안정성 불신이 더해지며 가금류 수출도 급감했다. 관련 업계 전반에 미친 후폭풍이 컸던 것이다.

감염된 닭 오리라도 고온 고열에 튀기거나 삶는 등 잘 조리해 먹으면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정보를 담은 기사가 보도되긴 했지만 불안감을 씼어내기에는 타이밍이 늦었다. 불안 심리가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자 가금류 유통업계와 동네 치킨집 주인들은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용어를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AI라는 용어로 대체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AI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Avian Influenza를 줄인 이니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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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의 오염수 저장 탱크. 사진=교도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해 바다에 흘려보내기로 했다. 더 이상 저장할 탱크가 없어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오염수의 양은 130만 톤이다.

일본 정부는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 설비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대부분 제거한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다. 이를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한 상태로 방류하면 해양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방류된 삼중수소가 태평양을 돌며 수산물이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근해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벌써부터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을 사먹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당사자인 일본 어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쿠시마 현을 비롯한 인근 3개 현의 어민들은 일본 정부의 설명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방류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지난달 4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는 삼중수소가 몸 안에 쌓이게 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도 "도쿄전력은 축적 효과, 먹이사슬을 통한 영향 등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능 핵종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방류구에서 몇 킬로미터만 떨어지면 민물 수준의 삼중수소 농도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반경 2~3Km만 지나도 한강물 수준으로 삼중수소 농도가 떨어지는데 해류를 타고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까지 오면 검출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헷갈린다. 불안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국민은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특정 정파의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주장이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이용은 확증편향의 바람을 타고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적 활용은 갈등 만을 부추길 뿐이다.

여야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위를 구성하고 청문회도 열기로 한 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 영향이 없는데도 괜한 불안감에 수산품 기피 현상이 생긴다면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어민과 수산업 관계자들, 그리고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과학적 결과를 추구하고 그에 따라야 한다.

언론 또한 진실만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포르말린 통조림 보도와 조류 인플루엔자 보도의 교훈을 거울 삼아야 한다.

 

● 윤경민 칼럼니스트는 YTN에서 도쿄특파원을 역임한 일본통이다. 채널A에서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을 지냈다. 늦깎이 학도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덕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일본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은퇴 후 전 세계 20개 도시 한 달씩 살아보기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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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2416 2023-09-12 06:35:12
빨간당 열성 지지자인 내친구도(이기회에)저렴해진 수산물 많이 사먹겠다고ㅋ야.평소 얼마나 자주 먹었냐?돈이나 있고? 찍소리 못하고 깨갱ㅎ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4&dirId=40502&docId=448690803&page=1#answer3

한국국가경졍력순위 2023-06-26 22:16:22
*자료:기획재정부
스위스국제경영개발대학원
23위 23위 27위 28위

후쿠시마오염수 2023-06-26 19:49:01
중국원전오염수 문제 북한핵문제길주 오염 동북아시아판체르노빌

오염수 2023-06-13 11:06:26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말로만 과학적이 아닌 구체적인 과정을 밝혀야 하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