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캐논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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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캐논 쇼크'
  • 윤경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9 11: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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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성비 불균형 해소는 역차별과 부작용 초래할 수도

[윤경민 칼럼니스트] 일본 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인 6월을 맞아 '캐논 쇼크'가 주목받고 있다. '캐논 쇼크'란 지난 3월 열린 캐논의 주총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사건을 일컫는다. 27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冨士夫) 회장 겸 사장(87세)이 재신임 여부를 묻는 주주들의 찬반 투표에서 홍역을 치른 것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득표율 50.59%로 겨우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일본 게이단렌(経団連) 회장까지 역임한 거물급 경영자가 하마터면 재신임을 못 받을 뻔한 것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성비 불균형이었다. 주요 주주인 자산운용사들이 문제 삼은 건 캐논 임원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다. 노무라애셋매니지먼트, 야마토애셋매니지먼트 등 주요 주주들은 여성 임원의 부재를 이유로 미타라이 회장의 재임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대형 의결권 행사 어드바이스 기업인 ISS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의 대표 선임에는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주주들에게 조언했던 것이다.

그러자 바짝 긴장한 캐논은 즉시 납작 엎드렸다.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해 2024년에는 여성 임원을 선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캐논, 2024년 여성 임원 선임 약속

일본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5.5%. OECD 평균 29.6%에 한참 못 미친다. 1위는 프랑스로 절반에 가까운 45.2%다. 그 뒤를 이탈리아(42.6%)와 영국(40.9%)이 이었고 독일(37.2%), 캐나다(35.5%), 미국(31.3%)은 30%대로 상위권을 기록했다(2022년 OECD 조사, 각국 대표 기업 평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일본보다 낮은 12.8%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2019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발표는 더 심각했다. 한국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은 3.1%로, 39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일본은 5.7%였다(여성 임원 비율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조사 대상 기업의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와 유럽의 기업들은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도 문제다. 스웨덴은 남성이 여성보다 5% 더 받는다. 별 차이가 없다. OECD 평균은 남성의 임금이 여성이 받는 임금보다 12.3% 더 많다. 일본은 격차가 더 벌어져 22.5%. 한국은 31.5%로 꼴찌다.

한국의 기업 여성임원 비율은 12.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이미지=연합뉴스
한국의 기업 여성임원 비율은 12.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이미지=연합뉴스

한국 여성임원 비율 OECD 회원국 꼴찌

국회의원의 성비는 어떨까. 일본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국회의원 중 여성은 9.9%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중 꼴찌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좀 낫다. 18.5%라 약간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순위는 끝에서 네 번째, 34위다. 전 세계 평균 25.5%에 모자라는 건 마찬가지, 도찐개찐이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선거를 통해 뽑히는 것이지만 공천권은 정당이 갖고 있으므로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그러나 남성중심 사회에서 탈피하기 위해 여성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일까. 도리어 여성 우대 정책으로 인해 남성들이 역차별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기업 이사회의 임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여성이라서 우대받고 남성이라서 역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설득력의 무게가 실린다.

성비 불균형 해소 움직임…남성 역차별 주장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차별은 없어야 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해당 분야의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캐논 쇼크를 계기로 일본의 기업들이 이사회 임원의 여성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성의 이사회 진출 확대, 여성 국회의원 증가는 환영할 일이다. 단, 성비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숫자 맞추기식' 무리한 성비 조정은 또 다른 차별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윤경민 칼럼니스트는 YTN에서 도쿄특파원을 역임한 일본통이다. 채널A에서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LG헬로비전 보도국장을 맡고 있다. 늦깎이 학도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덕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일본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은퇴 후 전 세계 한 달씩 살아보기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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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2023-06-21 20:07:59
멀고먼양성평등 ....한국추락 100위이하로

경주십원빵일 2023-06-21 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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