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소자화(少子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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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의 키워드 일본] '소자화(少子化)'
  • 윤경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31 17:27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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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칼럼니스트]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오전반 오후반 2부제'. 70~80년대 학교를 다녔던 세대에게는 추억처럼 남아 있는 풍경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없어서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25만 명. 역대 최저였다.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보자. 1960년 출생아 수는 108만 명이었다. 그러니 60년 만에 4분의 1 밑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1960년 당시 합계출산율은 무려 6.16명이었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형제들이 함께 먹고 자던 집도 많았다. 지금은 0.78명이다.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 지금의 인구 유지가 불가능한 숫자다. 

1960년 대비 합계출산율 10분의 1로 줄어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을 보자. 1960년대 일본의 출생아 수는 약 200만 명이었다. 전후 베이비붐이 절정기를 지나고 점차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8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 인구는 5000만 명, 일본은 1억 2500만 명이다. 연간 출생아 25만 명 대 80만 명. 인구를 감안할 때 우리보다는 일본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지난해 출산율만 보더라도 일본은 1.3명이다. 한국의 0.78에 비하면 좋은 편이다. 

우리보다 한결 사정이 낫지만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전력을 쏟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최근 '어린이미래전략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향후 3년간 '소자화 대책'을 집중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일본에서는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 즉 저출산을 소자화(少子化:쇼우시카)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원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 매년 무려 3조 엔, 우리 돈 약 30조 원이나 된다. 새로운 소자화대책의 핵심은 출산과 육아에 드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어린이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소학교 어린이들. 사진=연합뉴스

日 3년간 3조엔 투입…고교 졸업때까지 비용 지원

필자가 2005년 4월 도쿄에서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구청에서 출산축하금 35만 엔, 우리 돈 약 350만 원을 받았다. 도쿄 스기나미구(杉並区)였는데, 지금은 48만 8000엔으로 올랐다. 또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도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한 번은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고 인근 준텐도대학병원(順天堂大学病院)에 열흘 가량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의 병원비는 0원이었다. 보호자용 간이침대 사용료만 청구될 뿐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은 모두 병원비가 무료였다.

또 태어나자마자 한 달에 5000엔의 아동수당을 지급받았다. 외국인도 차별 없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 출산축하금도, 아동수당도 당시 한국에는 없던 제도였다. 아마 이런 제도가 출산율 수직 급락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었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출산축하금과 아동수당 등을 더 끌어올려 출산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출산 비용의 건강보험 적용을 도입한다. 또 아동수당은 현재 중학생까지 주는 것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로 늘리고 부모의 소득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매달 1만 엔(우리 돈 약 10만 원)이며 셋째 아이부터는 1만 5000엔(약 15만 원)으로 늘려준다.

지자체 어린이 의료비 조성 허용, 무상급식도

이와 함께 지자체가 초등학생 이상 어린이의 의료비를 독자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학교 무상 급식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 ▲다자녀가정에 대해서는 공영주택 우선 입주, 장기 고정형 주택융자 혜택 제공, ▲부모가 일하지 않아도 아이를 시간 단위로 보육소에 맡길 수 있는 '어린이 누구나 통원 제도' 도입, ▲국립박물관 등 국가시설에서 아이를 동반한 사람이 창구에서 줄 서지 않고 우선 입장할 수 있는 어린이 퍼스트 트랙 신설 후 공공시설 민간시설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이 이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돈보따리를 풀고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소자화, 저출산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필자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환경 조성 등 복합적 대책 필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저출산 위기는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의 2023년 정부 예산은 114조 엔, 한국 정부 예산 640조 원의 약 1.8배. 예산 규모로 볼 때 한국 정부가 일본만큼 한다면 적어도 16조 원은 저출산 위기 극복 예산에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7조 4000억 원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0~1세 아동 양육가구에 월 35~70만 원의 부모수당 지급 정도로는 0.78이라는 최저 출산율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경제적 지원만 확대한다고 출산율을 곧바로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법 제도 정비, 주택 가격 안정, 양질의 공교육 제공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등 복합적 대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더해 아이들을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키운다는 '공동육아'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윤경민 칼럼니스트는 YTN에서 도쿄특파원을 역임한 일본통이다. 채널A에서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LG헬로비전 보도국장을 맡고 있다. 늦깎이 학도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덕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일본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은퇴 후 전 세계 한 달씩 살아보기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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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가능소득 .주요먹거리상승률 2023-06-26 21:25:20
출처:통계청국가통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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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15개대기업집단 연초대비 시가총액변화 2023-06-26 2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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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6일집계 ( )안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