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BTS 10주년과 'K 콘텐츠투어먼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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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BTS 10주년과 'K 콘텐츠투어먼트'의 미래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승인 2023.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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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2023년 6월, 코로나 19 이전에 주목받았던 엔터투어먼트(Entertourment)가 새삼 주목받게 되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 덕분이다. 방탄소년단 10주년을 맞아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이들은 단지 며칠만 있는 경우가 아니라 한 달 정도를 서울에 머물며 방탄소년단에 관한 행사는 물론 그들의 흔적이 있는 곳을 모두 둘러볼 예정이다. 그들의 소비를 생각할 때 앨범이나 굿즈, 응원봉, 공연 티켓 등만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이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반 쇼핑부터 먹고 자는 것까지 더하면 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다. 

엔터투어먼트는 ‘오락’과 ‘관광’을 뜻하는 말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여행(tour)의 합성어이다. 본래는 프랑스의 오페라 가르니에, 영국 연극 웨스트앤드, 미국 뮤지컬 브로드웨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투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숙박을 하면서 여행과 쇼핑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루브르박물관을 견학하고 주변 관광지까지 탐방하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의 자료에 따르면 2018-19시즌(2018년 5월~2019년 5월) 브로드웨이의 관광 수입은 16억3300만 달러(약 1조8232억 원)로 전 시즌(14억1600만 달러)에 비교했을 때 15.3%나 증가했다. 최근 몇년간 코로나 19를 겪으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코로나 19의 위세가 꺾인 이후 다시 활기를 띠면서 우리와는 다른 결로 엔터투어먼트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영국 세이지 게이츠헤드, 포르투갈 카사다 무지카 등은 그 자체로 투어의 목적이고 주변에 관광 클러스터가 모여 있다. 홍콩의 경우에는 구룡지구 공연장들 자체가 콘텐츠이자 관광 상품이다. 종종 한국의 음악 시상식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류 덕분에 '엔터투어먼트'의 중심이 되다

이러한 현상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중문화에는 낯설은 모습이었다. 우리 오페라, 뮤지컬이나 연극 나아가 박물관을 견학하기 위해 해외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19 이전에도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있었다.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의 경우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중 75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반드시 보고 가야 하는 공연이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이 대중문화 콘텐츠의 중심으로 거듭난 이후에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2003년 드라마 ‘겨울 연가’의 흥행 이후 남이섬은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덕분이었다. JYJ의 김준수는 뮤지컬 출연으로 한류를 연계했다. 3만 원 많게는 20만 원 높은 가격에도 그의 뮤지컬 ‘모차르트’ 같은 공연은 일본에서 찾은 열성팬이 도착했다. ‘김준수’의 뮤지컬 열풍이나 드라마 ‘겨울연가’는 모두 일본에 기반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케이 팝은 시장규모가 글로벌 차원으로 커진 데다 미래지향적인 지속성 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파급력을 갖고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방탄소년단이다.

BTS는 2019년 10월 26~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콘서트에서 약 13만 명의 관객을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찾게 했다. 관객 가운데 외국인의 수는 2만 3000여 명이었지만, 입국 동행자와 BTS 콘서트로 방문한 사람까지 총 18만 7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를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방문객 28만 명의 67%에 이른다는 점을 상기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앞서 2019년 6월 BTS가 부산,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팬 미팅과 콘서트에는 25만 8000여 명이 들렀다. 7월 6, 7일 오사카에서 열린 공연에 10만 명이 객석을 메웠고 13, 14일 시즈오카 공연 티켓 10만 장도 매진했다. 오사카 공연은 일본 공중파 방송에 생중계되었다. 국내 팬들만이 객석에 앉는 것이 아니기에 세계 각지에서 도착하고 숙박을 하므로 소비경제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이 공연할 때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텔 룸 가격이 들썩인다. 2022년 10월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부산지역 숙박업소 가격이 7∼10배 오른 상황이 되었다. 예정된 10월 15∼16일 부산지역의 숙박업소 예약 가격은 그 이전 주보다 2∼3배가량 올랐다. 부산지역 A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평소 18만2654원에서 공연 날 35만1240원, B호텔은 14만800원에서 42만 원으로 올랐는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박에 900만 원을 요구했다’라는 글도 게시되었다. 

2023년 6월 10주년을 앞두고 서울에는 밀려드는 아마 팬들로 숙소를 제대로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뛰었다. 6월 13일을 전후로 약 2주간 ‘2023 BTS 페스트(FESTA)’가 메인이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숙박 시설 공유’를 문의했다. 이미 게스트하우스도 다 찬 상황에서 문의가 이어지는데 이들 대부분은 해외 팬들이다. 

호주 BTS 팬클럽 아미 회원을 위해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에 제시되기도 했다. BTS 데뷔 시절 공유 장소, BTS의 즐기던 장소, BTS 앨범 재킷 촬영지, BTS 자체 프로 ‘달려라 방탄TV’ 촬영지 등은 ‘BTS 성지’로 불리는 곳인데 아울러 BTS 로드와 인근 지역의 유명 관광지도 함께 다닐 수 있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

아미들은 나름의 리스트가 있었는데 데뷔하던 시절 빅히트가 사용하던 청담동 사무실 주변, 유정 식당, 산책 다닌 도산 공원, 싱글 ‘버터’ 커버 촬영지 강원 삼척시 맹방해수욕장,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 사진 배경 강릉 주문진 해변 등 ‘방탄소년단 성지순례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 투어 과정에서 파생 효과를 얼마나 끌어내는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케이 팝을 중심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엔터투어먼트는 원래 공연 관광과 쇼핑, 숙박, 음식, 미용, 문화재·유적지 관광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연계하는 방식인데, 케이 팝은 더 많은 분야에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케이 팝은 세계 젊은이들에게 대면 공연체험은 물론 영상 콘텐츠와 사운드를 기반으로 전세계에 공유가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뷰티, 웨딩, 식·음료, IT산업, 지역 산업 등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말해 케이 팝은 한국의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 산업까지도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미래세대의 호응을 받기 때문에 한 번 팬덤이 형성하게 되면 장기적인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커진다. 

BTS 10주년 페스타. 사진제공=빅히트뮤직 

'한국의 일상'이 녹아든 컨텐츠를 개발해야

일부에서는 아레나 공연장을 하루빨리 건립하고 스웨덴 스톡홀름 뮤직클러스터, 미국 내슈빌 뮤직클러스터, 독일 베를린 뮤직클러스터 등과 같이 대중음악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뮤직 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매우 솔깃하고 유효적절한 방식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구획된 도시는 기획자나 정치가의 마인드에서는 성과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팬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가 가진 문화적 자원의 상생 발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팬들은 일상성을 흡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만을 체험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또 창작자의 관점에서 조성된 공간 안에서만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엔터투어먼트 역시 케이 콘텐츠투어먼트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 콘텐츠는 한국인의 일상성과 분리가 될 수 없으며, 케이 팝을 중심으로 한 K 콘텐츠의 일상성과 분리될 수 없을 때 더욱 가치를 지닌다.

2023년 6월을 지나면 이제 한국인만 좋아한다던 한강 주변이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K 콘텐츠투어먼트’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일으킬 뻔한 엔터투어먼트는 코로나 19로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K 콘텐츠투어먼트’는 한국의 모든 것이 연계되어 콘텐츠가 되고 이것이 관광문화는 물론 경제 효과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까지 이루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을 그들과 결합할 수 있는 창조적 발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들을 맞이 하는데 너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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