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노키즈존은 왜 제주도에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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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노키즈존은 왜 제주도에 많을까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31 11: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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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노 키즈존이 있더니 노 시니어존까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을 대하는 미디어에는 ‘자영업자의 권리냐, 약자에 대한 차별이냐’라는 프레임이 등장한다. 즉, 영업을 방해받은 자영업자들이 수익을 위해서 아이와 노인을 배제하는 조처는 당연하다는 주장과 이는 어린이와 노인을 향한 차별이라는 관점이 부딪친다.

업소의 시각에서 보면, 자영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자신의 영업장에 손님을 가려서 받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가벼이 다룰 이슈는 아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아이에 대한 이런 프레임은 부정적인 효과를 확산할 수 있다.

노키즈, 즉 ‘아이 금지’라는 말은 자라나는 아동에게 기성세대나 사회에 관해 좋지 않은 인식을 형성하게 하므로 반교육적이다. 동물도 아닌데 집단으로 금지라는 말이 유쾌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자신들이 하지 않는 행위 때문에 미리 배제 당하기 때문이다.

'금지'에 유쾌할 사람은 없다

이렇게 특정 소수 때문에 집단 전체가 금지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범주의 오류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며, 소수의 행동을 전체 범주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소수 행위로 전체 집단이 배제되는 현상은 다른 영역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이는 편의주의(opportunism)에 불과하다.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면서 대화와 소통의 여지는 아예 봉쇄하기 때문이다. 

본질도 다르다. 영업장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노키즈존의 경우 사실은 아이보다는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진 조치이어야 한다. 사실 엄마가 제대로 통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업방해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라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에도 등장하는 '맘충'에 해당할 것이다. 만약 맘충을 의식한 것이라면, 특정 엄마들을 배제해야지 아이들을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점도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 엄마를 금지할 수는 없다. 엄마만 꼭 아이를 관리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박육아를 하는 비중이 엄마에게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용어를 좀 바뀌어야 한다. 즉 아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보호자는 출입을 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뤄진 행위를 중심으로 조치가 가해져야 한다. 

이런 노 키즈존은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일례로 제주도와 같은 지역에는 더욱 많아졌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민원에 따라 노키즈 존에 대해서 조례를 추진하기도 했다. 도 의회에 상정된 조례는 최종 부결되었지만,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있다.

제주도에 왜 노키즈존이 많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제주도는 일단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가족 단위 여행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카페와 식당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여행이 가져다 주는 들뜬 심리 때문에 좀 더 고양된 행동을 할 수 있다.

가게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많기에 아이가 있는 가족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손익 중심'의 심리도 있을 것이다. 일년내내 손님이 많이 들고 나가는데 단골손님을 확보하는 게 뭐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신도시의 경우에는 노키즈존 카페가 식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신도시에는 젊은 부부와 아이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곳에서는 키즈 카페도 상대적으로 많고, 식당에서 아이를 배려하는 조치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결국 손익의 관점에서 어느 곳에 해당 공간이 있는가에 따라서 태도와 서비스는 달라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아이가 많은 사회였다고 하면 노키즈존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카페와 식당에 아이가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그에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아이가 없으니 아이들과 같이 갈 수 있는 카페는 더욱 줄어들어 갈 데가 없어진다. 

노시니어존은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벌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그들이 갈만한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 카페의 경우에는 노키즈존과 같이 노시니어존이 맞물리게 된다. 육아 담당 엄마들이 가서 잠시 쉴만한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육아는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정 밖 공간이 필수적이다. 키즈 카페는 온전히 아이를 위한 공간이지 양육자를 위한 공간은 아니다.

사실 여유가 있는 육아 엄마들이라고 한다면 동네 카페에 다른 이용자들이 많이 있는 곳에 비집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다방 문화에 익숙한 시니어층도 마찬가지다. 시니어 전용 클럽을 이용하는 이가 노시니어존에 왜 배제하냐고 하소연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유가 없기는 자영업자들도 똑같은 처지다.

결국, 비슷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 공간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된다. 여유가 없는 국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구성과 배치는 단지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 집단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특정 행위를 한 이들을 배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런 지적이 관념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제 맘충같이 행동하는 이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문화적인 힘으로 변화를 이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고 그러한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은 인센티브다. 제주도는 노키즈존에 관련한 조례가 부결된 이후 인센티브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움을 감내하고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공간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나 장비나 시설의 설치에 따른 지원금을 줘야 한다. 

부드러운 럿지 전략이 필요

다음으로 선한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을 뜻함)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와 부모들이 호의를 갖게 하도록 긍정적인 이름이나 표현을 붙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컨대 “매너를 지키는 부모나 에티켓을 준수하는 아이 환영”이라고 해야 한다. 시니어계층에 대해서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넛지처럼 은근히 부드럽게 올바른 방향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장시켜야지 배제와 차별의 조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같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다양화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에 공적인 지원과 투자가 복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전공한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다. 1990년대 말부터 K 컬쳐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해왔으며, 문화 현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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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2023-06-25 15:38:56
엄마와 아이의 권리도 중요합니다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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