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중국 향한 강경노선에 속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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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중국 향한 강경노선에 속타는 기업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4.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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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민감한 국제 이슈인 대만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만 이슈는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밀접히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최강대국 미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유럽 강대국들도 입에 잘 올리지 않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 직후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저격했다. 곧바로 우리 외교부가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반박에 나서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좀 더 수위 높은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의 보복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국내 기업이 부담스러워하는 중국 리스크 

한국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경제적으로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깝지만 중국은 북한과 정치군사적으로 혈맹 관계에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늘 중국과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북한과의 관계 그리고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에게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원칙론 입장에서 볼 때 문제될 소지가 없다. 특정 국가가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부분에 대해 동의할 이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외교관계는 초등학교에서 서열을 가르는 유치한 싸움보다 더 유치하고 때로는 비열하다고 외교학자들은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여전히 도청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처럼 한국과 동맹도 아니기에 불리하면 항상 경제 보복을 일삼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잠시 중국과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했을 때는 우호적으로 우리를 대했지만 2016년 한국과 미국이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직후 중국은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반발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행 관광 및 상품판매 금지 조치가 이어졌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당시에도 전 방위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국행 단체 관광 및 자유여행 상품판매 금지로 한국행 빗장을 걸어 잠근 후 중국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던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세무조사와 위생, 안전점검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롯데마트의 상당수 점포는 강제 영업정지 조치로 문을 닫았다. 중국은 입으로만 보복하지 않는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경우 우리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수준의 피해를 입지만 중국의 예상 피해는 0.01%에 불과해 중국의 경제 보복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횡포가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가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건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중국을 자극하면 피해보는 건 기업과 국민 

중국은 과거 천인(千人)계획을 토대로 글로벌 첨단기술 인재유치 전략을 통해 미국의 고급인력을 수년에 걸쳐 영입,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기밀을 지속적으로 빼온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전면적 제재를 가했으나 중국 역시 바이오 원료, 희토류 등 전략물자를 미·중 갈등 레버리지로 활용하며 미국에 맞서 온 나라다.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의 경쟁력을 우리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는 분야는 이제 반도체와 콘텐츠 두 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2020년 정부 차원에서 원천기술 혁신을 통한 첨단기술 분야의 기술자립 의지를 강력히 표명,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게 정석대로 원칙적으로 접근하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2022년 한국의 중국 무역의존도는 22.8%를 기록했다.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부품으로 집중되는 추세다. 한국산 부품이 없으면 중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중국에 대한 저자세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도 있다. 분명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가하면 중국도 이제는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중 무역구조와 상호의존도 변화 및 시사점’ 비공개 용역보고서 중,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이 세계 각국에서 사들이는 수입품에서 한국산 비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한국의 대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까지 대략 9개월 간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배경이다.

미국과 중국은 계속 힘과 힘의 충돌을 곳곳에서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물러설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에 의존적인 산업과 품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경제를 안보로 생각한다면 정부는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중국과의 공급망 안정 협력에 신경 쓰고 보다 집중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선 때로는 상대가 불합리하더라도 쓴 소리를 자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상대가 비합리적이라면 기업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니 더더욱 그래야 한다. 중국은 이미 경제 보복에 관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한국을 어떻게 괴롭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업과 국민은 속이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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