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반도체 패권 경쟁, 깊어지는 우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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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반도체 패권 경쟁, 깊어지는 우리의 고민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3.05.08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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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반도체가 우리의 핵심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맡았던 이종호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으로 임명할 정도로 반도체에 관해 의욕을 보였다. 아무리 K-콘텐츠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먹거리는 반도체인 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만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를 주장하는 점이 아니라는데 있다. 미국, 한국, 대만 등에 밀려 반도체에서 힘을 쓰지 못하던 일본과 유럽도 자국 내 반도체 역량 강화를 외치며 수조 원의 정책자금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산업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반도체 전쟁이 진행되며 반도체 패권이 또 한번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공 모드로 나서는 미국과 EU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외 및 국내언론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담에서 반도체 칩과 관련된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모두 대한민국 정부가 핵무기와 반도체 칩에 관한 협력을 미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안보 시대, 반도체는 핵만큼 중요하다.

아쉽게도 경제가 안보라고 하는데, 반도체와 관련되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건 없었다. 미래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우호적인 협력을 얻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패권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도, 공유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곳곳에 드러냈다.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그 의지를 드러낸 ‘반도체칩과 과학법’ 이른바 칩스법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반도체생태계 육성을 위해 2800억 달러(한화 380조)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점. 둘째, 미국의 반도체공장에 투자한 기업은 2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약속한 점. 핵심은 반도체 관련 자본을 미국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셋째, 미국이 지정한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우려대상국에 반도체 설비나 생산 확장을 제한하라고 규정한 점. 칩스법의 방점은 사실 세 번째 요인에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의 힘을 빼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칩스법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의지를 노골적으로 천명했다. 

반도체산업의 패권은 현재 TSMC,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특허, 기술역량에서 미국의 인텔과 퀄컴, 마이크론은 TSMC와 삼성, SK 못지 않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한국과 대만이 돈을 더 벌고 있다. 미국은 이 점을 참지 못한다.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반도체산업 서열을 재정리하고 싶은 게 미국의 욕망이다. 

이쯤에서 조용히 있을 EU가 아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언 유럽연합(EU) 위원장은 유럽이 한국과 대만에게 반도체를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유럽 내 반도체 대량생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EU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한국과 대만을 향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기에 한국과 대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안보 불안을 키워 한국과 대만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본과 인재 유입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속셈이다. EU 역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430억 유로(한화 63조 4000억)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EU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현재 9%에 불과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파운드리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한국과 대만의 힘을 빼려는 게 EU의 목표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의 이익 지켜낼 현명한 대처법은

미국의 칩스법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저격했고 가만히 있을 중국도 아니다. 중국은 경제 보복에 능숙한 국가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반도체 패권을 위해 중국은 저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당장 미국 기업을 향해 블랙리스트 선정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의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향해 중국은 정밀심사에 돌입했다. 

중국의 의도 역시 미국만큼 명확하다. 중국이 아닌 미국에 줄을 댈 경우 중국에서 반도체 사업하기 어렵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수출의 20%를 차지한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반토막 났고 대중국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럼에도 품목별 그리고 국가별 수출액 1위는 여전히 반도체와 중국이다. 

우리 정부 또한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420조원에 해당된다. 문제는 반도체산업은 글로벌 역학관계에서 시작된다는데 있다. 우리가 미국을 선택하고 중국을 배제함에 따라 품목 1위 반도체가 수출액 1위 국가인 중국으로 가는 통로가 훨씬 꼬이게 되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도체에 특화된 우수인재 확보 그리고 해외투자 유치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수인재 확보는 기업이 노력하면 될 수 있는 일이지만 해외투자 유치는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경제가 안보라고 주장한다. 경제안보의 시대, 가장 중요한 건 미국 그리고 중국을 향한 신중하고 또 신중한 접근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를 늘리고 우수인재를 확보해도 쉽지 않다. 국가의 외교역량에 따라 반도체산업의 경쟁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 서는 것을 넘어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피해입지 않도록 모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서 국내 기업의 기술역량과 수출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가 안보라면 영원한 우군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에게 명확한 우호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국가는 자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판단한다. 

섣불리 우리의 패를 먼저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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