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전기차 시대, 전기는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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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전기차 시대, 전기는 충분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2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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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차 확대, 전력 수급 차질 없어"
전기료 인상·충전 부족…하이브리드로 수요 이동
정부는 전기차 공급이 확대되더라도 전기 수급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만약 다가올 미래, 일상의 도로 위를 누비는 전기차가 현재보다 8배가량 늘어난 300만대가 넘어간다면 전기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체 누적 자동차 대수는 2550만3000대다. 이 중 전기차는 39만대로 2021년(15만8000대)과 비교해 68.4% 증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3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전기차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선 4000MW 이상의 전력량이 요구된다. 일각에선 에어컨 등 냉난방 전력수요량이 증가할 경우 블랙아웃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계절에 따라 수요 격차가 큰 한국에서 전기차 증가에 따른 전력량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폭염이 지속되고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한 한여름 오후2~오후4시, 순간적으로 충전 전력이 높은 급속 충전기 사용 빈도가 높아지거나, 전기차 사용자들이 일시에 몰려 충전할 경우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예비력 500만kW 이하로 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1000만대 되면 전기 부족해질까

정부 목표대로 전기차 300만, 나아가 전기차 1000만대 시대 도래하면 전기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먼저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해 봤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 모델 중 하나인 테슬라의 모델3 스탠다드 플러스를 기준으로 삼았다. 

국내 승용차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약 1만4000km 정도다. 모델3 스탠다드 플러스의 전비는 5.8km/kWh다. 이를 계산하면 모델3 스탠다드 플러스의 연간 소비전력은 넉넉하게 잡아 약 2500kWh다. 300만대의 전기차가 주행한다고 보면 연간 총 소비전력은 7500GWh며 3배 이상 많은 10000만대로 가정하면 2만5000GWh다. 

소비전력이 많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연간 총발전량과 비교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총 발전량은 57만6809GWh다. 1000만대를 기준으로 봐도 소비전력은 연간 4% 수준이다. 따라서 단순 계산만 해도 전기차 보급이 늘면 발전 용량이 모자라다거나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 8,9월 혹서기 피크 시기에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한국의 전기는 남아돈다. 여기에 기술 발전과 함께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도 개선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전력공급 부족에 대한 걱정은 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전기차가 늘어나더라도 전력 수급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 등을 통해 2030년 이후까지 필요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반으로 한국전력이 수립한 제10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연도별 송변전설비 신설 및 보강 계획이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2036년 송변전설비 확충이 완료되면 2021년 말 기준 3만5190c-km(서킷킬로미터=회선수×길이)인 송전선로는 5만7681km로 1.64배 증가하고, 같은기간 변전소수와 변전용량은 892개 34만8580MVA에서 1228개 51만7500MVA로 각각 1.38배 및 1.48배 늘어난다.

이들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비는 2031년까지 39조6154억원, 2036년까지는 56조515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한전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시한 2036년까지 목표 전력량 총 143.9GW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향후 신한울 3·4호기 준공, 노후 석탄의 LNG 대체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142.2GW까지 채울 수 있으며 나머지 1.7GW에 대한 추가 확보는 과제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전력수급 차질 우려는 낮다"면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적정 예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 등 전력수요 변화 요인을 정밀하게 분석해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상승세를 그리던 전기차 수요가 전기료 인상과 인프라 부족 등 이유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전기료 인상·충전소 부족 전기차 흥행 악재로

전력부족보다는 전기료 인상과 충전소 부족 등이 국내 전기차 상승세를 막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완성차 5사의 전기차 점유율은 7.4%로 전년 동기대비 점유율 7.6% 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전기차 점유율(9.0%)과 비교하면 2.6%포인트 떨어진 점유율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같은 기간 15.9%를 기록해 전년 동기(13%)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간 점유율 변동이 보인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는 4월까지 3만8601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대비(1만7885대)에 비해 115.8% 증가했다. 반면 전기차는 23.6% 늘어난 2만4384대에 그쳤다. 기아의 경우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10.8% 증가한 4만3331대를 판매했고, 전기차는 22.7% 감소한 1만676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량 증가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7세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이끌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만8643대가 팔려 지난해 전체 판매량(2만274대)에 육박했다. 전기차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해 1~4월 1만542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5811대로 급감했다.

수입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4월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32.2%로 전년 동기 대비(28.2%)보다 4%포인트 늘었다. 수입차 하이브리드는 2019년 9.3%, 2020년 13.1%에서 2021년 26.6%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26.2%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 전기차 점유율의 경우 2019년 1%, 2020년 1.2%, 2021년 2.3%, 2022년 8.2%로 꾸준히 올랐다가 올해 1분기 6.6%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전기차 판매율이 주춤한 이유로 전기료 인상과 충전 불편함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새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한 전기차 충전전력요금 산정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 종료에 따라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기 요금을 50kW 기준 292.9원/kWh에서 324.4원/kWh으로, 100kW 기준으로는 309.1원/kWh에서 347.2원/kWh으로 인상했다. 여기에 2017년부터 시행된 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제도도 지난해 6월 종료됐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오르는데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하이브드 차량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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