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車 사고…보험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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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車 사고…보험은 어떻게 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6.04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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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硏 "자율차 사고 '자동차 소유자' 책임"
"자동차보험, 모빌리티 보험으로 전환해야"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을 실험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모빌리티 업계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빅테크까지 자율주행 기술은 상당 부분 상용화돼 있다. 운전자 개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운전자 없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시대도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 시대는 도로 위의 풍경을 상당 부분 바꿔 놓는다. 운전자의 역할도 달라지겠지만 법률과 자동차 보험과 같은 제도적 부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모든 차량이 처음부터 자율주행차로 대체될 수는 없다. 도로에는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혼재된 도로환경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책임이며, 누구의 보험료가 할증될까."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지정된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조건부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다면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율주행차의 소유주에게 책임이 있다. 

황현아·손민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자율주행차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 레벨4 주요국 제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소유자, 운전자 또는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책임자 그리고 그 빢의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라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는 소유자"라고 밝혔다. 

'소유자'는 차량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을 갖는 자를 말한다. 자동차 관리상 하자로 손해가 발생하면 최종적이고 무조건적인 책임을 부담한다. 반면 '운행자'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로 운행지배(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자동차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와 운행이익(운행으로 얻는 이익)을 갖는 자를 말한다. 

보고서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모드에선 운전자가 고의로 운행 조건을 위반하거나 시스템을 조작하지 않는 한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반해 소유자와 보유자, 운행자는 운전상 주의의무 위반과 관계없이 자신이 소유, 보유, 운행한 차량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 책임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동차 제작사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하는 자의 책임이 있느냐' 여부다. 

보고서는 "제조물책임 성립하기 위해선 결함의 존재와 결함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입증책임은 피해자 측이 부담하는데 결함과 인과관계 모두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고 봤다. 

단적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경우 대표적인 제조물책임으로 피해자가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또 결함이나 인과관계를 증명하더라도 제조사가 당시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했거나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면책된다. 

보고서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상 운행자 책임은 운전행위가 아닌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에 근거해 부과되기 때문에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내 차량이 사고를 일으키면 소유자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태풍으로 거리 위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다쳤다면 피해자는 간판을 설치한 업체가 아니라 건물 소유자에게 책임을 따진다는 논리다. 다만 현실에선 태풍과 같은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건물 소유자 등 공작물 점유자나 소유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도 남겨진 질문이 있다. 윤리적 영역의 선택이다. 가령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태우고 산길을 주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어린 아이가 나타났다고 가정하자. 아이를 피하면 차량이 낭떨어지로 떨어져 탑승자의 생명이 위험하고, 피하지 않으면 도로 위 아이를 치게 된다. 이 경우 자율주행시스템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누구를 먼저 구하도록 설계해야 할까.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보험, 모빌리티 보험으로 전환해야"

자율주행차량 사고와 관련해 명확한 과실 비율이 없는 상황에서 보험 업계에선 자동차 보험도 모빌리티 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현재 보험 업계는 자율주행차의 책임 법제의 명확화와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PM)의 전용 보험제도 구축, 전기차 배터리 보상 등과 관련해 적합한 보상 기준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최근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모빌리티 시대, 보험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에서 "모빌리티 시대 보험산업은 자율주행차, 드론, UAM, 자율운항선박 등 새로운 이동 수단과 관련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시대에도 자동차 보험은 그 본연의 역할인 사고 피해자 구제와 이용자 보호를 계속 담당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위해 자동차 보험을 모빌리티 보험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자율주행차는 운전의 주체가 인간에서 자율주행시스템(ADS)으로 변경되는 만큼 형사·행정 책임과 구별되는 민사책임 및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레벨4~5단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한 보험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정부는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을 2019년 제정하고 2020년 4월 보험제도를 정비했다. 레벨3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현재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업무용 자동차보험 약관의 특별약관 형태로만 판매할 뿐, 개인용 별도 상품의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으로 보상하기 어려운 해킹사고, 자차 보상 관련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벨 4~5단계의 자율주행차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사, 통신사 등 네트워크 관리자, 도로관리자, 자동차제조사 등 책임 주체가 다양해진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17년과 202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자율주행차 승인·운행령을 제정해 레벨4 자율주행 분야의 입법적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도 2019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레벨3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했으며 지난해 레벨4 무인 자율주행 허가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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