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속도전 · 불법 재하도급'..."광주 붕괴사고는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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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속도전 · 불법 재하도급'..."광주 붕괴사고는 인재(人災)"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1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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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한 양생기간 거치지 않고 공사진행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이어 또 불법 재하도급 정황
국토부, "가장 강한 페널티 부과해야"
18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으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불법재하도급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건물 철거과정에서도 불법재하도급 문제가 지적돼 또다시 반복된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산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충분한 양생 기간을 확보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조노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화정아이파크 201동 콘크리트 타설 일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면 콘크리트를 타설 후 10일 뒤 위층인 36층 바닥을 타설했다.

이후 37·38층 바닥을 각각 7일과 6일만에 타설한 것으로 기록됐다. 38층 천장(PIT층 바닥)도 8일만에 타설됐다. 일주일 후에는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가는 층) 벽체가 타설됐다. 11일 뒤 39층 바닥을 타설하는 과정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업계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엔 콘크리트 양생에 최소 10일~2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12일 현산은 해명자료를 통해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 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며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으며, 39층 바로 밑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 벽체 또한 12일간 양생 후 11일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화정 아이파크 작업일지. 자료제공=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화정 아이파크 작업일지. 자료제공=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콘크리트 타설 공사시 하중을 떠받치는 동바리(비계기둥)를 미리 제거했거나 애초에 설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개된 붕괴사고 현장 내부 촬영영상과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에서 이 같은 정황이 뒷받침된다. 붕괴가 시작된 39층과 36~38층에서 윗층을 지지하는 서포트인 동바리가 보이지 않았다.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창호와 배관 공사 공간 확보를 위해 아래층에 설치된 동바리를 제거했거나 애당초 설치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할 때 아래 3개층의 하중을 받치는 동바리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전보다 공사기간 단축만을 위해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윤현도 건축공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공사할 때는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평상시보다 길게 잡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엔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처럼 작업한것 같다"면서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지 않았어도 동바리가 있었다면 최악의 붕괴사고는 피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붕괴는 한 가지 요인으로 나타나기 어렵고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철저한 감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산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규정 작업시간을 초과해 작업한 것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5월 화정아이파크 공사를 착공한후 지난해 11월까지 광주 서구청으로부터 14건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그중 '특정공사 작업시간 미준수'도 포함됐다. 공기 단축을 위해 '속도전'을 펼친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붕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도 불법 재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정황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사태 당시에도 불법 재하도급 문제가 붕괴원인으로 지적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전문건설업체인 A사와 계약했다. 경찰조사결과 붕괴 당시 타설 작업을 한 작업자 8명 모두 A사가 아닌 장비 임대사업자인 타 업체 직원들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춘 회사로 A사에 장비를 빌려주는 임대계약을 맺은 곳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12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12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연이은 건물 붕괴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중(重)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실종자 수습 이후 사고원인이 규명되는대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이라며 "사고가 두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할 것"이라고 입장을 피력했다.

현산은 세가지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실 공사에 따른 처벌 기준은 국토부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술진흥법',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에 따른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부실시공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본사 소재지인 서울시에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에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처벌규정에 따르면 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최장 1년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건설업 등록말소 여부도 관건이다. 건산법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해을 발생하게 한 경우’ 임의적 등록말소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사례를 보면 등록말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 12일 건설사고조사위원를 구성했다. 조사위원회는 3명 이상 사망, 1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시설물 붕괴나 전도로 인해 재시공이 필요한 중대건설사고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다.

위원회는 김규용 충남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건축시공 4명, 건축구조 4명, 법률 1명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0명이 참여한다. 오는 3월 12일까지 약 2개월간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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