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대재해법 시행 D-3, 산업계 대책마련에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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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중대재해법 시행 D-3, 산업계 대책마련에 '허둥지둥'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1.2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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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CSO 방패막이 세워 형사처벌 피하기 위해 노력
국립대학 총장, 시군구청장도 처벌 받을 수 있어
대형로펌 수억원 자문 '무용지물'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오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한민국 산업전반이 혼란에 휩싸였다.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의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 또는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로 인한 최대 1년이상 징역형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란에 빠진 이유는 바로 처벌 대상의 '모호함'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제6조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한다고 나와있다. 바로 이 조항에서 모호함이 발생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였느냐 여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3일 앞둔 24일 한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3일 앞둔 24일 한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처벌 피하기에 주력하는 기업

모호함 탓에 기업들은 우선 처벌을 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건물붕괴 사고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중대재해법 처벌 완화를 주장해왔지만 이젠 중대재해법 '처벌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의 경우 대형건설사 대부분은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27일 이전부터 설 연휴맞이 휴식에 돌입한다.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법과 달리 하청에 소속된 노동자가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원청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던 기업들은 대표이사직함을 내려놓고 있다. HDC현산 정몽규 대표는 지난 11일 광주 붕괴사고 후 6일만인 17일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사퇴했다. 붕괴사고에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앞으로 책임을 피하게 됐다. 지주사인 HDC그룹 대주주로서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다. 

해가 갈수록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비율은 11%에 그쳤다. 2017년 17.3%보다 떨어진 수치다.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 경영전반을 책임진다는 얘기다. 

부사장급 CSO 선임해 처벌피하려 노력 

중대재해법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같은 이유로 삼성물산과 현대·기아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부사장 급의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했다. 

일각에선 오너일가와 대표이사의 방패막이 임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앉혀 중대재해 발생시 소송을 통해 경영책임자로서의 책임을 CSO에게 떠넘기려 하는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유재원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형사법이다 보니 처벌받지 않으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용해 기업들이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원래 입법취지에 맞게 안전보건체계를 수립하고 관리하는데 기업들은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문. 사진=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사진=연합뉴스

국립대학 총장, 구청장도 처벌 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공공부문의 경영책임자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이 해당된다. 

공공부문 중 하나인 학교도 포함된다. 서울대, 인천대와 같은 국립대의 경우 총장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 국립 초중고등학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경영책임자에 해당된다. 공립학교는 해당 지자체 교육감이 해당된다. 

고용노동부 해설서에 따르면 국립국악고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부산해사고등학교는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 장관이 처벌받을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뿐 아니라 사실상 공무원의 업무를 하는 공무직에 중대재해 발생할 경우 소속 지자체장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배동희 노무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진행하면서 공무직이 대폭 증가했는데 이런 분들이 위험한 업무를 하는 도중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해당 구청장이나 시장이 경영책임자에 해당돼 우선적으로 조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겉만 그럴싸한 수억원짜리 '복붙' 대형로펌 자문 

중대재해법 시행 후 '처벌 1호'가 되는 기업 또는 공공부문은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대처방안 마련을 위해 여러 로펌에 수억원 짜리 자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자문료를 지불하고 받아보게 되는 건 기존의 고용노동부 법률해설서 '복사후 붙여넣기'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들의 설명이다. 법조계 전문가는 "수억원짜리 대형로펌 컨설팅 자료 대부분이 뜬구름 잡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 전까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법원에서 기준으로 삼는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적정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3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업종 중 1위는 건설업(357곳, 53%), 2위는 제조업(171곳, 26%)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과 제조업 중에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1호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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