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미래통합당이 위기다.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84석 당선으로 참패를 했다. 득표수만 놓고 보면 아주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하는 목소리도 꽤나 큰 편이다. 그러나 사실은 바뀌질 않는다.
6월부터는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압승을 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권이 빛을 발하게 된다. 압승을 한 더불어민주당은 표정 관리 중이다. 앞으로 2년 뒤 있을 대통령 선거를 생각하면 너무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이다. 황교안 전 대표가 사력을 다했다고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참담한 패배이고 지금부터는 당을 추슬러야 한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 대행과 김재원 의원 등이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했지만 잘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기간 때문이다.
현재의 당헌 당규 대로라면 오는 8월말까지가 비대위 존속기간이 된다. 김 전 선대위원장이 원하고 있는 ‘충분한 기간’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전국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대위가 결정되었지만 기간 수정이 없어 김 전 선대위원장이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論' 충분한 고민 있나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다.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이 되어 당을 개혁시킨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까. 어떤 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아주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논의 없이 급하게 해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진학할 학과는 정하지 않은 채 과외교사를 구하는데 급급한 상태다.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자 황 전 대표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다. 황 전 대표를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인물이 한 사람 더 있다.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유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합당해 미래통합당이 탄생한 형식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위기 상황에 유 의원은 등장해 수습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유 의원은 합당 전에 3가지 원칙을 꺼내들었고 이 원칙은 미래통합당의 선거 이후를 계획하는데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보수 진영의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해 나가는데 큰 걸음을 해야 할 명분이 있다.
우선 유승민 의원은 스스로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2016년 12월 10일 지금의 20대 국회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국회에서 가결했다. 유 의원은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던 측근인물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관계는 묘했다. 청와대의 국정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고 원대대표 시절 당청간에 갈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보수층 유권자들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서히 등을 돌리게 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급기야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 중에서 적지 않은 숫자가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다. 분명히 그렇게 해야 될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해묵은 친박과 반박 즉 계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당내에 남아 있다. 이 불씨를 해소하지 않으면 당의 지지율이 35%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에 불만을 품더라도 미래통합당을 지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탄핵 판결이 헌법재판소에서 있고 난 후 많은 전문가들은 보수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 일을 유승민 의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당을 살리는 일에 유 의원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보수개념 재정립’ 때문이다. 국정 농단이전부터도 ‘보수’라는 정치적 성향의 이미지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긍정적이지 않는 상태였다. 기득권을 지키고 옛것을 사수하려는 이해 집착적 이념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유승민, '보수개념 재정립' 나서야
유 의원은 ‘따뜻한 보수’나 ‘개혁적 보수’를 이야기 하지만 국민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원내대표 연설에서 멋있게 이야기한 유 의원이지만 국민들은 그리고 유권자들은 더 쉽게 알고 싶다. 천 날 만 날을 개념만 이야기 하고 있으면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새롭게 탄생하는 보수가 무엇인지 눈으로 보여주고 귀로 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주어야 한다. 바로 그 곳에 유 의원이 서 있어야만 될 자리다. 미래통합당은 분명히 새로운 보수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유 의원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제 3지대 통합신당 추진’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한 가족으로 힘을 합했지만 제 3지대 통합으로 보는 인식은 별로 없다. 선거를 앞두고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극히 선거 공학적인 연대로 보는 시각이 훨씬 더 많다. 합당을 하고 난 이후에도 컨벤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지지율 상승은 이어지지 않았다. 선거 전에도 20%대 후반이던 지지율은 약간의 변화만 있었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선거를 설명할 때 투표의 기준은 코로나 19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 평가라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자신의 경쟁력 외에도 대통령을 통한 선거 마케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주장했던 ‘제 3지대’ 효과는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없었고 비호감도 낮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샤이(shy)보수는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겨우 영남지역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선거는 끝났다.
지난 대선에서 TV토론을 잘해 국민들의 관심을 모든 인물이 유승민 의원이다. 보수 정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한국 정치판을 누벼왔다. 이제는 본인의 실력으로 차기대선후보로 경쟁력이 있는지를 보일 차례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불출마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미래통합당은 큰 위기다. 유승민 의원이 지금 나서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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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다. 유승민은 약이고 치료제이다. 그러나 입에 쓰기 때문에 당내에서 유승민을 찾지 않는다. 한심한 노릇이다. 나 역시 보수 재건을 열망하는 유권자로서 쓴소리 했다. 그랬더니 우리끼리 왜 이래? 넌 보수를 욕하니 대깨문에 스파이라고 바로 공격들어왔다. 이게 현 보수 지지자들의 한계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시선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저 미워죽겠는 문대통령이나 여당을 욕해주기만을 바라고 그래야 우군이라고 여긴다. 유승민이 보수에서 군계일학 임에도 주목 받지 못 하고 배신자 소리만 해댄다. 그러니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서도 민주당에 처발린다. 진심 안타깝다. 어쩌다 보수가 이런 좀비가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