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정의당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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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정의당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3.16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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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1대 국회는 막장 국회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국회의원 선거조차 실시되지 않았지만 꼼수가 판을 치는 이상한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

제 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일찌감치 출범시켰다. 명분은 동의하지 않은 선거 제도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다. 미래통합당의 정치적 꼼수에 대해 비판과 비난을 아끼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 조차 가칭 비례연합정당이라는 꼼수 정당을 탄생시켰다.

오십보 백보다. 누가 더 나쁜 정치 세력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이런 꼼수로 점철된 선거가 좋은 국회를 탄생시킬리 만무하다. 시작조차 하지 않은 국회가 이렇게까지 국민들에게 큰 걱정을 끼친 적은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 국민이 신음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세계경제 붕괴의 고통 속에서 정치권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 왜 했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대한민국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일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선거법 개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핵심이었다. 선거법 개정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정당투표에서 거대 정당이 가져가는 몫이 너무 커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정의당이 주도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맞장구를 쳤다. 선거에서 기존 제도와 비교할 때 불이익이 예상됐던 당시 자유한국당은 협상테이블을 걷어차 버렸다. 오히려 역 제안으로 국회의원수를 줄이고 모두 지역구로 선발하자고 했다.

패스트트랙 상정을 위해 국회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여야는 서로 고소 고발전으로 치달았다. 승리도 패자도 없는 엉망진창의 국회였다.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20대 국회는 밥그릇 싸움으로 날밤을 세운 국회로 기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회가 머리가 터지도록 싸워 ‘4+1 협의체’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렸다. 아니 더 최악이 되어 버렸다. 정의당과 군소 정당이 희망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국민의 국회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마저 비례위성정당을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처음의 취지와는 정반대가 되어 버렸다.

사실상 국회 대부분의 의석을 거대 양당이 나누어 먹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 제도라면 앞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다양한 의견 반영은 커녕 꼼수로 넘쳐나는 아수라장이 될 공산이 다분하다. 지난해 세비를 모두 다 받아가면서 국회가 거둔 성과는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법을 통과시킨 셈이다. 정의당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미래한국당의 탄생에 대해 많은 지적과 비판이 넘쳐난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전문정당의 꼼수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아무리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국회는 다수결 결정의 전당이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다수의 공통된 결정을 편법적으로 무마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공학적인 계산에 의해 탄생된 미래한국당은 엄청난 파괴력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를 전혀 내지않고 다수의 미래통합당 지지층이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을 선택한다면 비례대표 47석 중 상당 부분을 미래한국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명분으로 미래통합당 1당 저지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명분이 궁색하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이 제도의 허점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의당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끝까지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은 미래통합당이야 꼼수정당을 시도한다고 치자. 그런데 정의당과 더불어 끝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여당이 내건 명분이 고작 미래통합당의 1당 저지인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고도 1당이 되는 길은 열려있다. 비례대표 의석과 상관없이 지역구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 1당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출범시키지 않더라도 민주당 지지층이 정당 투표에서 정의당에 몰표를 주면 이 또한 범진보진영 전체 차원에서 과반 달성이 유력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래한국당을 비난할 명분은 사라졌다. 범진보진영의 한 축으로 연대를 했던 정의당과의 허니문도 이제 끝났다.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면서 선거법 개정의 당초 취지가 무의미해졌다. 사진은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명분 버리고 당선에만 급급해서야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은 지지층의 비판과 국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 살리기에 함께 했고 민주당의 숙원 공약인 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에 힘을 보탰다. 정의당의 절친은 더불어민주당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의 가족은 정의당이었다. 정치적 도의성은 어느 순간 잿더미가 되고 당선에만 급급한 꼼수정치세력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빅데이터분석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 ‘비례연합정당’을 검색으로 입력하면 여론조사의 찬반에 해당하는 감성 분석에서 부정비율이 70%나 된다, 국민들의 평가와 반응이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여론 무시의 정당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총선 성격을 여당 심판인지 아니면 야당 심판인지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21대 국회는 선거법부터 막장을 예고하고 있다.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선거 제도를 마비시킨 선거법 개정 주도 세력에 대한 심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법 개정에 동의했던 국회의원들은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문제다. 왜냐하면 아직도 진영 논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의 환상에 중독되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맹목적 지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있다. 가치 없는 이념적 사슬에 묶여 지지층을 향해 '묻지마' 투표를 한다면 유권자의 자격조차 없는 셈이다.

10년 뒤 우리 후손들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의 정치인과 유권자를 싸잡아 비판을 할 것 같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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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 2020-03-16 13:01:04
명분도 중요하지만 명분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지역구 압도적인 승리로 1당이 된다는 것은 희망사항이지요. 여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가능할까요? 또한 비례대표를 정의당한테 몰아준다고 하셨는데 이상이고 꿈입니다. 사표에 대한 우려가 더 큽니다. 제발 명분싸움하다가 촛불로 세운 힘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