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마스크 대란’이 총선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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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마스크 대란’이 총선 좌우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3.03 14: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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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 수백 미터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것도 몇 시간 동안 말이다.

새로운 휴대폰이 최초로 나오는 날 먼저 사기 위해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뉴스는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누구라도 인정하는 맛집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4~5시간을 기다려 사지도 못하고 허탕 치는 제품이 마스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마스크라 아니라 ‘금스크’다. 금만큼이나 값비싼 고귀한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사망자가 늘어나 있다. 지역 감염은 현실이 된지 오래고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인 마스크 구매는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마스크 구입을 둘러싼 원성 '심각'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마스크 생산이나 공급이 반드시 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비상시국에 마스크 구매로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더 현명한 조치가 필요했었다. 

불가항력적인 감염 재난의 근본적 책임을 정부에 묻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발생 이후의 정부 대응 능력이다. 국가 비상사태에 국민들의 공포심은 깊어가고 일차적으로 개인 위생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마스크와 손세정제의 공급과 구입은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대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마스크에 대한 정상적인 공급은 현 단계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민 불편은 시한 없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2월 25~2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현 정부가 코로나 감염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41%,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1%였다. 부정적 평가가 10%포인트 더 많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비율이 결코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흔들리고 있다. 왜냐하면 같은 조사 기관의 2주전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40대와 화이트칼라(사무직)다. 임기 4년 차인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위기 상황이 많았지만 핵심 지지층 중 핵심인 40대와 화이트칼라층은 흔들림 없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심지어 조국 전 장관 논란으로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 민심이 이탈하는 시점조차 견고한 지지층이었다.

지난달 28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의 한 백화점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스스로 감염의 위협에 노출되고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구매하기 조차 힘든 국면에선 달라지고 있다. 불과 2주 사이에 40대의 코로나 대응 긍정 평가는 26%포인트나 빠졌다. 화이트칼라(사무직)층의 긍정 평가 비율은 25%포인트나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념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마저 마스크나 감염 위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선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스크 대란은 핵심 지지층 흔들어

조국 전 장관 논란이 중도층 표심을 뒤흔들었다면 코로나 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은 핵심 지지층을 흔들기 시작한 모습이다. 특히 근무 환경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실내인 경우가 많은 40대와 화이트칼라의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다는 것이다. 업무상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밀집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 되는 계층이다. 

4월 1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싸움이다. 선거에 나서기도 전에 지지층이 와해된다면 선거는 하나마나다. 선거에 나서는 여당 후보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락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지표다.

지난 2018년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다수의 여당 기초 단체장이나 광역 또는 기초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70%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율은 투표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대통령과 같은 당이면 투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유례없는 견고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임기 4년차이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은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거의 맞붙어서 이어지는 일직선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역대 다른 대통령으로부터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유형이다. 강한 지지층과 강한 반대층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은 요지부동이던 핵심 지지층을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전심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생용품 판매대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지만 ‘마스크 대란’을 중심으로 정부가 보이는 일련의 결정은 ‘신뢰’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어떤 위기에도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을 골든 타임에 정부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외교부와 관련 부처는 국민들이 외국에서 ‘입국 금지와 격리 조치’를 당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공포로 가득한 타국 공항과 여행지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해 병상이 태부족이라고 한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병상이 없어 대기 중에 숨지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서울시와 경기도는 경쟁 하듯이 코로나 19 대응을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다는 박수를 보내지만 한편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처 사이에 발생하는 간극은 누구의 책임일까.

감염자 확산에 신천지 교회가 큰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특정 종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정부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책임은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 19의 원인과 모든 책임이 특정 종교에 있다고 규정하고 그렇게 끝날 일일까. 그렇지 않다. 특정 종교의 사후 수습과 치료 조치 또한 정부의 몫이다. 신천지 신도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대응관련 정부의 결정을 십분 이해하고 응원하더라도 ‘마스크 대란’은 납득하지 못 할 참사다. 왜냐하면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 백 미터씩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를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구입 가격 또한 훌쩍 올랐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마저 사기도 힘들다.

민심은 거창한 이슈에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마스크 구입처럼 생활 이슈에 더 크게 영향 받는 법이다. 마스크 구입은 전염병 확진과 무관한 문제다. 중국인의 입국 여부 문제와도 상관없는 일이다. 더더욱 신천지 교회와는 아무런 연관 없는 일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또는 지지하지 않는지 여부와도 무관한 이슈다.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박근혜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부추기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듬해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예상과 달리 제 1당의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었다. 의석수는 절반에 턱없이 못 미쳤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사실은 메르스 사태로 이미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떠난 뒤였다.

‘마스크 대란’은 그저 흔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재기 논란이 아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태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부실 문제이고 신뢰 상실의 문제다. 이번 총선 결과를 알 길은 없다. 그렇지만 만약 여당에게 어려운 결과가 나타난다면 치명적 원인은 ‘마스크 대란’일 것 이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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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20-03-04 15:38:28
최근 마스크 대란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문제가
충분히 예견되었으나 대처하는 방법이 너무나 초보적이다. 우리나라 관료의 의식 수준이나 문제 해결능력이 수준 이하로 참담한 심정이다. 이런 관료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주여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엄중한 문책을 촉구한다. 그래야 공복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순재 2020-03-04 14:33:12
마스크 대란은 총선결과에서 확인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