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국회 해산권도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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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국회 해산권도 도입하자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4.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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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코앞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독재 국가에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주권이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적 영향력에 있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라도 중국을 미국 이상의 민주주의 국가로 보지는 않는다. 더 가까이는 중국의 통제 아래 있는 홍콩 시민들이 왜 그토록 홍콩 수반을 선출하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던 것일까.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최후의 보루가 국민 주권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의 희생도 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었을까. 직선제 개헌으로 대한민국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더 이상 독재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과연 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국민들은 완전한 민주주의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의 선택권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3가지가 없는 선거다.

3가지가 없는 이번 총선

우선 구분이 없다. 지역구 선거와 정당 선거를 나누는 경계가 없다. 누더기 선거법은 역대 최악의 선거로 내몰고 있다. 꼼수 위성정당이 판을 치고 있으니 국민의 선택권은 애당초 사라졌다.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계산기를 굳이 돌릴 필요가 없어졌다. 비례 전문 꼼수 정당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의석수 계산기 따위는 구태여 사용할 필요조차 없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들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지지로 나누어진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지지하게 된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조차 않았다. 모든 꼼수가 총 동원된 선거판이다.

정당 투표의 취지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소수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이다. 그렇지만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 가족 정당’과 ‘미래 가족 정당’ 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선거제도에 대한 각 당 서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나 몰라라 하는 식이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3월 30일~4월 1일 실시한 조사(전국1514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 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1.9%P 응답률5.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 또는 단체에 투표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미래한국당 25.1%, 더불어시민당 20.8%, 열린민주당 14.3%, 정의당 8.2%, 국민의당 5.1%, 민생당 2.9% 등이다. 무당층은 13.5%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의 가족 정당과 무당층을 합하면 83.7%다. 이 결과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는 ‘더불어 가족’과 ‘미래 가족’의 집안 잔치다. 물론 이것은 단지 선거 여론조사의 결과이고 실제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패거리 정치로 얼룩진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이고 있는 선거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는 정책이 없다. 공약집도 펴내고 각 후보들도 공약 발표를 했는데 왜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다름 아닌 공약을 위한 공약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책임질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 표라기 더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심보다. 각 현수막에는 황금빛 청사진만을 가득 담아 두고 있다. 수중에 백만원 밖에 없는 사람이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사겠다는 식이다.

4.15총선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온갖 꼼수가 총동원된 이번 선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좀 쓸만한 공약이 있더라도 국민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코로나 19가 모든 선거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어서다.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책 공약은 매우 부실하다. 4년 전 지역구에서 나왔던 공약들이 재탕, 삼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4년 전에도 발표 했지만 시행되지 못한 공약을 무슨 수로 법안 통과시킨다는 말인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 푸대접이 만연한 모습이다.

정당들의 공약은 더욱 심각하다. 재원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니 표를 사기 위해 뭐든지 해드린다는 품새다. 오죽했으면 각 정당의 선거 공약을 듣고 있으면 ‘3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까. 허풍, 허세, 허탈 말이다. 정책에 신경 쓰지 않는 이유가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전가하려 들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몰라준다고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더더욱 정책이 안보이는 선거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보이지 않는 유령선거다. 정당들이 유권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거제를 뜯어 고쳤고 뜯어 고친 선거법마저 지키지 않는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판단할 필요조차 없어지고 정파를 쫓아 이념적으로 투표하면 그만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유권자들은 지역구에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잘 알지 모른다.

한 정당의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이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았다. 유권자들이 몰라도 되는 선거가 있다는 말인가. 비례대표 정당을 선택하는 기준이 ‘친조국’이냐 ‘반조국’이냐로 엇갈린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구분도 되지 않고 정책도 없는 선거이지만 더 가관인 것은 유권자가 사라진 유령 선거라는 점이다.

억지 선택을 강요받는 선거

선거 연기에 대한 주장까지 나왔지만 선거는 원래의 일정대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이념으로 점철된 이번 선거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오랫동안의 민주화 투쟁과 6월 항쟁을 통해 직선제 민주화를 쟁취했지만 또다시 각 정당이 파렴치한 욕심으로 인해 선거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선택을 강요받는 선거에서 탄생된 21대 국회가 유권자들의 요구에 십분 부응해 준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행복은 끝이고 불행의 시작이 된다.

이 시점에서 제안해 본다. 20대 국회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반하는 ‘괴물’ 선거법 제도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적어도 21대 국회는 유권자 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적어도 뚱딴지같은 선거법을 감내한 유권자들의 손에 국회 해산권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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