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종로 선거, 영화 ‘기생충’만큼 대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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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종로 선거, 영화 ‘기생충’만큼 대박 될까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0.02.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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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영화 ‘기생충’이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를 뒤흔들어 놓았다. 의미 있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이 낳은 명장 ‘봉테일’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작품, 감독, 각본, 국제영화상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다. 우리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며 시상식을 보았고 감동했다.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 만큼이나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 지역이 있을까. 서울 종로구가 바로 그런 곳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 출마를 결정하면서 종로는 이번 총선 최대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로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전초전 성격의 전직 총리 맞대결

두 명의 전직 총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종로 대결’을 예고했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상징적인 두 인물이 정치 1번지인 종로를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전 총리는 예상대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자연스럽게 종로 출마로 이어졌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공천관리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종로 출마와 불출마 카드 중에서 최종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택했다. 불출마 보다는 대선으로 가는 미니 전초전 성격이 있는 종로에서 먼저 승부수를 던져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종로구 국회의원이 무엇이길래 출마 결정까지 두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민이 있었을까.

우선 상징성 때문이다. 종로는 역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구다. 윤보선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종로구를 거쳐 청와대로 입성했다. 장면 전 총리도 종로를 거쳤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마지막 표밭을 갈았던 곳이 종로구다.

역대 선거에서 종로는 대통령 후보에 버금가는 거물이 후보로 나선 경우가 많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낙선했지만 출마했던 곳이다. ‘장군의 아들’로 잘 알려진 김두한 전 국회의원도 종로구를 거쳤다. 종로는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거쳐 가야 할 관문으로까지 인식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종로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있는 선거다.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종로 지역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종로구 지역 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총리가 앞서가고 있다. 입소스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28일~30일 실시한 조사(서울 종로구500명 유선RDD전화 및 무선가상번호조사 95%신뢰수준±4.4%P 응답률17.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서울시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로 물어본 결과 가상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53.2%로 절반을 넘겼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후보는 26%로 나왔다. 이 후보가 거의 두 배 가량 더 높다.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가상 대결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좀 더 최근의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뉴스토마토가 KSOI에 의뢰해서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서울시 종로구708명 무선가상번호ARS조사 95%신뢰수준±3.7%P 응답률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가상 대결을 물어보았다. 이낙연 전 총리가 54.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4%로 나타났다. SBS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황교안 총리가 종로구 출마를 공식 발표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출마 공식 발표 후의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것만큼이나 치열하다. 

이 지역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치열한데는 두 인물의 ‘권력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원치 않으면 하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주변에서 대권 출마를 권하더라도 정작 후보자 본인의 권력 의지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두 후보의 권력의지는 매우 높다.

이 전 총리는 외부로 티나지 않게 이번 총선 출마의지를 계속 내비쳤다. 특히 종로구 출마 관련 하마평이 오를 때 마다하는 법이 없었다. 본인의 정치 인생에서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가 대권이라는 목표가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2월 대표가 된 이후 단식 투쟁, 삭발 등 투쟁 의지를 꺾지 않았다. 분명한 대권 의지다. 그래서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결국 종로행 출사표를 내걸었다. 종로 선거는 상징성, 미니 대선, 권력 의지라는 점에서 온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측 불허 선거 판세...대통령 지지율과 직결

그렇다면 선거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판세대로 이낙연 전 총리에 더 유리한 선거가 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이낙연 전 총리의 경쟁력은 순수하게 개인의 경쟁력에 숱한 후광 효과가 추가된 결과물이다. 총리직을 역임한 인지 효과에다 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로 지원하고 있는 마케팅 효과와 정세균 총리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낙수 효과까지 결합된 힘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의존하고 있는 지지율은 경우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거는 구도, 이슈, 후보다. 후보 경쟁력에서 이 전 총리가 앞서고 있지만 대통령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구도 그리고 대통령 관련된 이슈가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황교안 대표는 일찌감치 종로 선거를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정도로 유지된다면 모르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검찰 수사에 대한 여파로 30%대로 낮아진다면 종로 선거는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두 후보는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역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총리는 어떤 후보보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에 많은 영향을 받을 후보다. 얼마 전까지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었던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총리의 국무총리직 수행이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다면 지역구 전직 의원의 후광이 도리어 부담스러워 진다.

야당은 지속적으로 선거 개입과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무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서 특히 종로구 정서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앞장서서 해나가고 있는 추미애 장관에 대한 종로구 유권자들의 판단은 호의적이지 않다.

입소스-SBS조사에서 ‘추 법무장관의 검찰 간부 인사와 검찰 직제 개편’의 성격에 대해 물어보았다. ‘적절한 인사조치이자 검찰 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41.2%였고 ‘부당한 인사조치이자 검찰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응답이 43.1%로 나타났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는 제 2선거구(숭인동, 창신동 포함)에서 ‘부당한 인사조치이자 검찰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오차 범위내 더 높았다. 

종로 선거는 ‘미리 보는 대선’이 되어 버렸다. 이낙연 전 총리나 황교안 대표 모두 인물 경쟁력이 높은 후보지만 종로 선거 결과는 오롯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달렸다. 다음 대통령 후보들에게 대한 평가는 우선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 점수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 ‘기생충’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영화 속에 성공한 기업가는 궁궐 같은 주택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종로구는 성공한 기업인들이 거주하는 최고급 주거 지역부터 판잣집 서민들의 주거 공간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원초적인 욕심외에 서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겠다는 진심이 없다면 흥행에만 집착한 졸작이 되기 십상이다.

영화의 본고장 미국 관객들을 감동시킨 영화 ‘기생충’같은 감각의 정치드라마를 연출한 인물은 누구일까. 이낙연 일까 아니면 황교안일까 아니면 제 3자일까. 종로 정치드라마를 연출할 정치판의 봉준호가 누가 될지 더 궁금해진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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