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공격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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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공격당하는데...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6.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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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는 국적이 있다 - 외국자본 공세에 공동대해야

삼성이 공격당하고 있다. 공격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7.12% (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에서 매입했다고 공시하고, ‘경영 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측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을뿐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치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측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일 한번에 장내매수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773만2,779주에 339만3,148주를 추가 매수 한 것이라고 한다. 2,155억원을 투자하면서 우리나라 최고기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 (연합뉴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 합병 결의에 따라 삼성그룹 재편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사진)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엘리엇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이 경영권 분쟁을 부각시키면서 주가를 끌어올려 큰 폭의 주가 차익을 챙기고 빠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국내 중권가에선 지배적이다.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엘리엇이 낸 자료에서 삼성물산의 합병 가치가 저평가돼 있으며, 합병안이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힌 점이 그 의도를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4일 10.3% 급등했다. 하루만에 엘리엇이 얻은 시세차익만도 7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추가 취득이 그 펀드가 밝혔듯 경영권 행사를 위한 것일수도 있다. 이 펀드는 7.12%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부상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함으로써 그룹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16.5%의 지분을 확보하고, 합병회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수 있다. 삼성측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성사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7%의 소액 지분으로 거대한 삼성을 흔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의 관점은 다르다. 블룸버그 통신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속도에 제동(speed bump)이 걸렸다”고 평했다. 외국계 펀드의 한 매니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주가에 불만을 품은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동조를 얻어 실력행사를 할수도 있다”고 보았다. 이른바 밴드왜건이다. 엘리엇이 앞장서서 북을 치고, 수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뒤를 무리지어 따라가며 삼성에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 엘리엇이 얼마나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합병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 10% 가량의 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주총에 앞서 반대 의사를 밝힌 뒤 주총에서는 기권표를 던진바 있다. 국민연금까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반대할 경우 삼성그룹의 합병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배제할수 없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외국계 자본의 논리에 동조에 국내 대표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편을 들 경우 국내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 특히 증권시장은 1990년대말 IMF 위기때 완전하게 개방했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거래하고 있다. 따라서 엘리엇의 삼성물산 공격이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행위로 볼수 있고, 어떤 제제를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몇천억원으로 국내 굴지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삼성은 국내 최대기업이며, 그룹의 시가총액으로 국내증시의 25~30%를 차지한다. 삼성의 독식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성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적어도 한국사회에는 없을 것이다.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 우선의 대응은 삼성이 해야 할 일이다. 국내 자본도 외국계 자본의 연대 가능성에 대처해 국내기업을 보호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계 자본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식으로 돼 있고,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뉴욕 월가의 거대 자본, 수조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보유외환, 중동의 오일달러가 한국 시장에 몰려와 주요기업을 사겠다고 할 경우 우리 기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노키아가 휘청거리며 핀란드의 실업률이 10% 이상 올라가고 몇 년째 불황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한국경제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다.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기업을 어떻게 지키는지 하는지를 정부와 국내 금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국가 이익에는 여야가 없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 주고, 중소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위한 법제화를 서둘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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