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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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해법은?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6.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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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를 얻고 주주에 친화적인 방법을 찾아야

삼성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8일 현재 메르스 환자가 34명으로 늘어났고, 삼성그룹의 차기후계구도 전략의 핵심으로 보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에 미국계 헤지펀드가 공격에 나섰다. 전자는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고, 후자는 외국계 자본의 공세이자 주주들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정부가 7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과 환자가 방문한 병원을 공개한데는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의 창궐을 막고, 국민들의 불신을 가라앉히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미 소문은 나 있었고, 뒤늦게 정부가 그 병원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 (서울=연합뉴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감염의 현황과 조치 등 병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 환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하고 있다.

반응은 여러 가지다. 설마 삼성이 하는 병원에서 그런 병을 막지 못하다니, 삼성병원에서 감염 확산을 막지 못했다면 다른 병원에서 어떻겠는가. 어쨌든 삼성병원이라는 네임 밸류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의료풍토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병이 나면 일류병원을 찾으려는 게 우리국민의 관행이다. 그중 삼성병원이 첫 번째로 꼽힌다. 삼성병원에 가면 낳을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그러기에 지방의 병원을 거쳐 수도권으로 올라와도 마지막으로 일류병원, 특히 삼성병원을 찾는다. 그래서 삼성병원의 응급실에는 병실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며칠씩 대기하고,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문병을 다녀갔다. 14번째 확진자도 평택에서 올라와 삼성병원을 찾았고, 응급실에 대기하다가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고 한다. 어쩌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은 일등만 찾고, 문병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풍습의 결과일수도 있다.

정부 발표와 동시에 삼성병원 의료진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상황을 소상히 밝히고 대응책을 제시한 것은 적적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일등병원에서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치욕스런 사태임은 분명하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딛친 것도 삼성으로선 당황스런 상황전개다. 지분 7%를 확보한 엘리엇이 삼성의 결정을 뒤엎기엔 역부족이지만, 미국 헤지펀드들의 전략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국의 통화와 국채를 폭락시켜 경제위기로 몰아넣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2년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폭락등의 배후엔 언제나 헤지펀드들의 숏 포지션에서 발생했다.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은 하나의 선도자가 북을 치며 선제 공격에 나서고 다른 공격자를 끌어들이는 밴드웨건(band wagon) 전략이다. 엘리엇이 외국계 투자가들에게 합병 반대 동의를 구하고, 국내자본인 국민연금에도 동조를 요청했다는 보도는 그런 맥락이다. 국민연금이 국민여론을 의식해 선뜻 외국계 자본의 논리에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연금의 고갈로 인한 재원 조달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마당에 수익을 챙겨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부결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단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이양하는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런 시기에 메르스 사태나 헤지펀드의 공세는 삼성으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삼성은 창업자 이래 일등을 추구했다. 국민들은 삼성이니까 제품을 믿었고, 거시경제여건이 어려워도 삼성이 버텨주었기에 그럭저럭 헤쳐 나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미묘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의 금이 가고,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딛쳐 있다.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문제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와 공조체제를 굳건히 하고 최고의 의료기술을 동원해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주력해야 한다.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철벽방어를 하기 보다는 약간의 틈을 열어주고 타협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자본의 지지를 얻어 공세적 자본을 연성화하거나 고립시킬수 토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디고, 우리경제에도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마당에 기업으로선 매출과 수익을 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은 국내 최대기업이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몇 안되는 기업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인 국민과 투자자인 소액주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해법을 고심해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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