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곧바로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자 국내 증시에서 일부 인터넷, 유통 기업의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인데 네이버, 이마트, 롯데 등의 시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쿠팡의 시가총액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886억 달러에서 769억 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은 90조가 넘는다.
반면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통적인 국내 유통업 강자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13조원에 못 미친다. 지난 10년간 이익을 내지 못한 쿠팡의 가치가 지난 10년 동안 이익을 꾸준히 낸 국내 유통업계 공룡보다 훨씬 높은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쿠팡의 미래가치가 인정받은 이유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 쿠팡은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미국 그루폰(Groupon)의 성공 사례를 학습한 후 등장하였다. 2010년 쿠팡이 소셜커머스 시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 여러 업체가 난립했었다. 다수의 소셜커머스 업체가 사업 분야를 ‘유통업’으로 정하고 저가 물량 공세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쿠팡은 고객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업체가 고객서비스에 주력하지 않는 점을 발견한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업계 최초로 환불정책을 시행,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배송지연 및 품절 보상제, 365일 고개상담센터 운영, 로켓배송 등 유통업의 기존 상식을 모두 파괴하며 상품의 단순 중개모델인 유통업에서 상품의 구매, 판매, 배송을 포괄하는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진화를 알렸다.
참고로 네이버의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30조원을 달성, 22조원을 기록한 쿠팡을 압도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이커머스가 여전히 단순 중개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인데 비해 쿠팡은 고객의 주문 전, 제품을 미리 매입해 재고를 쌓아두고 이를 신속하게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통해 그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수익보다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한다.
2018년 나스닥에 상장된 드롭박스(Dropbox),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버(Uber)는 모두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며 폭발적으로 시가총액이 뛰어 올랐지만 이들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 건 아니다. 다만, 이들 기업은 기존 산업의 관행을 뒤집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 기업가정신과 혁신성을 갖춘 벤처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쿠팡의 시총에 대해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 국내 유통 및 IT기업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점은 이해하나 매출과 이익이 높다고 해서 혁신역량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쿠팡이 국내에서 상장했다면 이 정도의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건 그래서 옳지 못하다. 혁신을 강조하는 미국과 수익을 강조하는 한국의 기업가치 평가는 다르다.
쿠팡, 미래가치를 현재가치(성과)로 입증해야
물론 쿠팡의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쿠팡이 이익을 내지 못한 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된 덕분에 과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비판을 이제 쿠팡은 성과로 반박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우버, 드롭박스 등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시총이 하락한 바 있다.
기존 경쟁자들이 업의 방향을 ‘유통’으로 정한 데 비해 쿠팡은 스스로를 ‘IT기업’이라고 부르며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 구축, 배송전담직원인 쿠팡맨 직접 채용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IT 분야의 개발자 영입에 나서는 등 인재와 인프라 투자에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막대한 투자와 비용을 수반하기에 리스크가 따른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기법에 많은 이들이 쿠팡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 사업자 가운데 쿠팡은 가장 많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적자도 계획적인 투자의 과정으로 봐달라고 언급했지만 2010년 창업한 후 10년 내내 적자에 머무른 저성과는 쿠팡의 미래가치와 역량에 의문부호를 부추길 것이다.
김범석 의장은 이에 관해 앞으로도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쿠팡 앞에 놓인 성적표에는 누적적자 4조 5000억원이라는 자본잠식이라는 결과물이 기록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사실 쿠팡은 자본잠식으로 인해 상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택배기사의 사망 등 잇따른 노사갈등은 쿠팡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쿠팡의 시가총액을 거품으로 현 시점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 업의 본질을 전환하고 IT와 유통을 결합, 기존 판도를 변화할 수 있는 쿠팡의 개념설계 역량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이익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적자도 계획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면 쿠팡에 대한 기대는 순식간에 거품으로 바뀔 것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날, 쿠팡의 경영진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쿠팡은 이제 전 세계로부터 받는 기대와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그리고 왕이 되려면 미래가치를 현재가치, 즉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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