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20대는 정말 보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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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20대는 정말 보수적인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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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선거가 끝나고 20대의 정치적 입장을 해석하는 프로그램과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이렇다, 저렇다’ 말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20대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자세히 들어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20대의 정치적 성향을 수 차례 분석하는 기사와 방송이 과연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지 의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모 의원과 시인은 20대의 표심을 분석하며 “지난 10년간 교육을 부실하게 받아서 그렇다.”, “정상적 사고를 가지지 못했다.”라고 이들을 깎아 내렸다.

모 기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 20대 청년에 대해 “취업 면접 보러 오거든 이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서 반드시 떨어뜨리세요.”라는 희대의 망언을 던지며 이들을 조롱했다.

20대와의 공감 없이 그들의 언행을 지적하는 사람들

우리가 흔히 말하는 20대는 대략 한국 나이 기준으로 1992년생에서 2001년생으로 그 범위를 국한시킬 수 있다. 대학에서 20대 학생들을 지난 10년간 만나오며 이들의 생각을 누구보다 깊게 들을 수 있었던 필자로서는 20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며 성급한 일반화를 일삼는 이들의 행태에 심한 유감을 느낀다. 

학교에 재직하며 그래도 가장 많은 학생들과 면담, 담소를 나누었기에 학교 교수님들도 그리고 가끔 언론사에서도 20대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종종 문의해오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평가해주는 강의상과 교육상 등을 수 차례 수상했고 지금도 다양한 20대와 소통하고 있기에 기업에서도 20대의 가치관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성급하게 20대 젊은이들의 가치관이나 특성을 단언하거나 단정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지난 10년간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경청하며 그래도 국내에서는 가장 깊이 있게 20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고 자부하지만 늘 단 하나의 키워드로 이들의 고민, 생각을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언론사에서는 손쉽게 분석할지 모르나 지금의 20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매 순간 자기중심적이지도 않다. 광우병 그리고 탄핵 시기에는 가장 먼저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던 세대가 20대이며 불공정한 이슈가 불거졌을 때 제일 앞장서서 이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여론을 주도한 것도 바로 20대이다.

이 소중한 공간에서 의미 없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20대의 언행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 않고 이들의 언행을 손쉽게 규정하면 정당이든 기업이든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지금의 40~50대도 20대 시절 자신들의 특성을 함부로 규정하는 이들에 대해 자신들은 ‘X세대’라며 항변하지 않았는가.

4.7재보선 결과는 기성세대가 20대의 가치관이나 특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20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생존과 성장이 가능하다 

20대의 목소리에 정당이 둔감한 반면 기업은 20대의 목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미 ‘90년대생이 온다’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간부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된지 오래며 MZ세대라는 말은 더 이상 기업에게 생경한 용어가 아니다. 20대의 가치관에 대한 특강은 오늘도 수많은 기업 곳곳에서 진행된다. 

정당과 달리 기업이 20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요인은 무엇일까? 정치 영역에서는 “이들의 보수화가 강해졌다, 20대와 6070세대의 투표 성향이 동일하다”고 몰아 세운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미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의 집단지성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대와 관련된 특강 및 멘토링을 수 차례 경험한 모 기업 임원은 “20대를 정치사회적 이념 등으로 구분하는 건 옳지 못하나 적어도 다른 세대보다 절차적 공정성은 굉장히 중시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최근 필자에게 전했다. 성과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과거 행태에 대해 요즘 20대는 거세게 반발한다는 의미이다.

모 기업에서 20대 신입사원이 불공정한 인사제도에 문제점을 느껴 대표이사에게 메일을 보낸 사례가 화제가 되었다. 주요 기업의 CEO가 직접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회사의 채용 절차 및 인사제도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20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공정한 방향의 미래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기업들은 주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20대는 사회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과거 20대 시절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기성세대를 비난하던 이들은 지금 또 다시 기성세대가 되어 20대에게 꼰대 같은 훈수를 두고 있다. 경영사상가인 피터 드러커는 생전 인터뷰를 통해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조직만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대와의 공감 없이 이들을 단정하는 꼰대 행태는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불필요한 지적 대신 이제 이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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